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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욕쟁이 부부 - 느낌 아니까~~~

유난히 밤에 자기 싫은 날이 있습니다. 


인터넷 기사도 읽고 블로깅도 하고, 휴대폰 게임도 하고 나니 새벽 1:30분이 다되어갑니다. 


언젠가 한국 분이 말씀하신 게 있는데요. 저녁 10시만 되어도 다른 집들에는 불이 다 꺼져 있어서 

본인의 집에만 불이 켜져있으면 훤히 다 들여다 보이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한국은, 특히 서울은 잠들지 않는 도시이지만

프라하는 야경을 즐기고 싸고 신선한 맥주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있는 도심을 제외한 

거주지역은 저녁 10시면 거의 잠자리에 드는 것 같아요. 

아파트에도 밤에 불켜져 있는 집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고요.  


하지만 저는 한국에서 생활하던 것처럼, 보통 밤 12시 넘어서 자는 것 같아요.  
밤이 어두워지면 하루가 가버리는 게 아쉬워져요. 감수성 충만해져서 글도 쓰고 싶기도 하고요.


어제는 유난히 늦게 잤더니 아침에 일어났는데 멍~~~합니다. 
 

하.... 한해가 지나갈 수록 늦게 자면 몸이 견디지를 못하나봐요. 슬프지만 몸은 나이를 먹고 있는거였어요. 크헉


비몽사몽 이리저리 출근 준비하다가 탁자 모서리에 무릎을 쾅 ! 찍었네요.



- 아야 ! 이게 잠이 와서 눈이 반쯤 감겨있으니,,, 

탁자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감이 안 오나봐. 


어 ! 음...... 원래 좀 그런 거 같은데.


- 아 그래 (-_-) 


여보, 우리 이사 가면 좀 낮은 가구들 사서 집 넓게 보이게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낮으면 당신이 온몸을 찍고 다닐 거 같아.

 

아니면 가구 모서리를 다 동그랗게 갈아버릴까?  

혹시 애들 다칠까봐 가구 모서리에 뭐 붙이는게 아니라 

내가 다칠까봐 붙여야 될거 같어 ㅋㅋㅋ 



남편이랑 같이 출근하면 지각인데, 남편이 막 집을 나서려고 뽀뽀하러 옵니다.  


- 아~~~ 나도나도. 같이 가. 

어떡해, 남편이랑 같이 가면 완전 지각인데...


그래도 간만에 남편이랑 같이 손잡고 출근하니까 좋네요 ^^ 

집 근처에 유치원이 있는데 옆을 지나가니 신나는 노래소리가 들려옵니다.


- 남편~~ 나도 저렇게 신나는거 없을까? 

 
헤헤헤ㅡ 저 때로 돌아가고 싶어?

 
- 그게,,, 쟤네들은 낮잠 잘 거 아냐. 지금 너무 졸려. 


나는 낮잠 시간 별로 안 좋아했는데...

 
- (ㅡㅇㅡ)?  왜?" 


에너지가 많아서 막 놀고 싶은데, 자꾸 자라고 하니까~~ 


- 이히히히



결혼을 하고 이런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의 어린 시절의 빠진 퍼즐을 맞춰가는 느낌입니다. 

 


트램 정류장으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앞에 갈지 자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사람이 보입니다. 


보통 체코에서 이런 사람은 알콜중독자거나 마약중독자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외국인이다보니 이런 사람들은 그냥 멀~~~리 피해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아직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 늘 조심해야하는 게 외국인의 삶인 것 같아요.  



횡단보도에 결국 나란히 서게되었는데, 갑자기 슬슬 가까이 걸어 오더니 저를 위아래로 훑어봅니다 ;; 


남편이 얼른 자기 몸 쪽으로 저를 당기면서 길 건너로 갔죠. 


- 아효- 남편 없었으면 무서웠을 거 같아. 


그렇지 !!! 근데 저 남자가 뭐랬는지 알어 ? 

당신 보고 Good looking Chinese래.

 


흠....... 예쁘다고 했으니 기분 좋아해야하는건지- 

아시아사람은 무조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언짢아해야하는건지 - 

애매한 기분으로 출근 했어요~ 


 메신저에 로그인하자 남편이 


정말 늦게 출근했네~~ 우리 Good looking Chinese.  


- 재미없어-_- 기분 좋아해야하는지 나빠해야하는지 헷갈린다 말이야. 


그리고는 


여보 ! 우리 결혼 기념일 어떻게 할거야? 아무리 바빠도 좋은 데서 외식하자~~


- 아. 맞다 ! 그럼 회 먹을까? 한국 식당에 알아볼게.



한국식당에 전화를 했더니 이제 접시로는 판매를 안하고, 한 마리를 다 먹어야 한다네요. 

가격을 여쭤봤더니 5000kc (=30만원) 이래요  !! 

특별한 날이기는 하지만, 생선 1마리 회를 30만원을 주고 먹기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다른 걸 생각해봤죠. 


예전에 본 적 있는 벨기에 식당 mussel 

한국과 비교할 때 홍합이 다이어트 한 것 같아 아쉽지만, 소스는 맛있더라고요. 

홍합을 먹고 있으니~~~ 청량고추 넣은 시원한 홍합탕 생각나더라고요. 


외국에 살면서 제 식탐은 더해가는 것 같습니다. 

심할 때는, 음식 이름만 들어도 그 음식을 먹고 싶어 군침이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요ㅋ 

전에 체코 한인 신문에 올라온 글의 내용은 한 번 쑥 훑어보고 <<양념 치킨>> 이라는 별명에 꽂혀  


'하.... 양념치킨..... 맛있겠다....'  는 생각을 했네요 

   


회는 먹을 수 없지만 해산물로 대체하기 위해 나름 벨기에 분위기로 꾸며 놓은 식당에 갔어요. 

기념일이라고 앉아 있어서 그런지,, 색다른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완전 다양한 벨기에 맥주들도 있고요 ~~ 

메뉴판에서 과일를 한 가지를 고르고 홍합과 새우와 함께 맛있게 먹고 있었죠. 



부인 ! 있잖아. 



우리 결혼 한지... 한 년 됐다. 


응? 뭐라고?


한 년 됐다고.


한 년이 뭐야 ㅋㅋㅋㅋ 일 년이지...


아, 그래? 한국어 어려워 ㅡㅜ 


그래그래. 근데... 한 년? 흠..... 그런데 어떤 여자야?!!  한 씨야? 그 한 년 좀 만나보자 ~~~~ ! 



한 씨 성을 가진 분들 기분 나빠하지 마셔요~ 남편의 한국어 실수로 장난한 거지, 개인적으로 한씨 좋아해요 ^^


욕 관련 하니까 생각난 건데요,,,,, 한국 영화를 보면 "새끼"라는 욕이 많이 나오잖아요.

개--, 십--  이런거요....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영화도 많이 봤던 남편은 '아~~ 새끼는 욕이구나...' 를 배웠죠.


싸이월드에서 가져온 2006년도 사진


그런데 한국에 갔을때 엄마가 저를 끌어 안고서 "아이고,, 우리 새끼 왔는가~~ ! " 해서 남편은 옆에서 깜놀 !!! 

그래서 부모님이 자식들을 부르는 애정 어린 의미로도 쓰인다고 설명을 해주었죠, 


그 이후로 남편은 그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제가 - 18세기에 ....  이렇게 말하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십팔쉐키 ~~ 깔깔깔" 좋아하더라고요. 


- 아니 !! 그게 아니라  18th century  19th century 의 건축 양식 이런 거- 

18세기 19세기라고...


ㅋㅋㅋㅋㅋ 쉽팔쉐키 ~~ 쉽쿠 쉐키 ~~ 



남편이 그러는데 기, 끼, 키 이 세 가지의 소리가 자기한테는 비슷비슷하게 들린대요. 



이제는 새끼라는 말이 늘 나쁘게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남편이 알고 있으니까요~~ 


남편이 집안 일을 하거나 제 부탁을 들어줘서 칭찬을 해줄 때, 궁댕이 팡팡하며 하는 말이 있어요~~ 



- 아이고~~~ 고마워요. 


우리 잘 생기고 멋있는 남편 쉐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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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관련 추가 이야기 ~~ 글 중간에 넣으려다 어정쩡해서 별도로 남겨요. 



학교에 재미교포 선배가 있었는데요, 15년 간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살고 싶어서 대학을 한국으로 왔어요.

그 오빠가 처음에 학교에 들어왔을 때 선후배의 개념이 없어 모두 반말로 얘기를 했대요.  

시간이 지나서 존대말에 익숙해졌고, 나중에 이 한마디로 과에서 유명해졌는데요. 


"선배 ! 우리 밥 한 잔 해요." 


아무래도 단위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 번에 해피투게더를 보는데, 

슈퍼주니어에 새로운 멤버가 식당에 갔는데 버섯이 너무 맛있어서 ~ 더 달라고 부탁한 에피소드를 말하더라고요.

근데 그 친구가 한국어가 미숙해서.... 


" 아주머니 !! 여기 버서 주세요." 


이렇게 말해버렸다네요. 아주머니는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