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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체코에는 무서운 엘레베이터가 있어요.

지지지난 주에 집을 하나 보러갔는데요, 집주인이 아침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사무실에 늦게 간다고 미리 얘기했는데 혹시나 잊어버렸을 까봐 상사한테 문자 메세지를 쓰고 있었어요. 

메세지를 쓰다가 잠깐 주말 날씨를 확인했죠. 


그런데 금요일 비가 온다네요. (벌써 한 달 전 이야기네요 ^^  지금은 프라하 날씨 완전 좋아요)



남편 ! 왜 금요일에 비와.

 
그러게. 비온다더라고. 


- 왜 금요일이야. Why? Why? (구자철 선수의 버전) 


 왜 금요일에 비오면 안돼? 

- 아 ~~~ 금요일이잖아. 
그냥 금요일은 비오면 안돼. 

왜 금요일 비와. 아아아아아~~~


여보!!! 우리 메세지 보내자. 

아....맞다.


이렇게 감정적인 것에 열정을 쏟다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는 성격이라는 걸 남편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역시 남편이 있어야해 ㅋ 



문자를 보내고 나서 고마운 마음에 뽀뽀를 했는데 립글로즈가 입에 묻었는지 손으로 닦습니다 . 


- 치!!!!  여보가 뽀뽀 해주는 거 싫어? 


아~~ 그래도 남잔데. 입술에....

 
뭐 어때ㅡ내 남자라고 찜 한건데. 



아니ㅡ 그래도 난 남잔데...좀 그래. 시기가 있으면 ~~~ 


거시기? ㅋㅋㅋㅋㅋ 



남편이랑 종종 한국영화를 같이 보는데요, 최근에 이광수가 나오는 영화를 찾았다며 같이 보자는거에요. 


<평양성>이라는 영화인데요. 

고구려, 신라, 백제 이야기가 나오면서 "거시기"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길래 설명 해줬거든요. 


평양성 한국영화-이광수 (출처:뉴스엔)



영화관에서 보기는 아깝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싶으신 분들은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부부는 코미디 좋아해서 재밌게 봤어요. 


아 ! 그리고 역사 코메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차태현 나오는 영화도 편하게 웃기 좋아요.


아무래도 명작 영화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하고 제목이 겹치다 보니, 

초반에 시선을 많이 끌지 못한 거 같아요.

영화의 핵심이 되는 <서빙고> 로 했으면 영화의 특징을 좀 더 잘 잡아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아무튼 그렇게 거시기 얘기를 하며, 집을 보기 위해서 트램을 타고 가다가 목이 말라 새로운 맛 물을 샀어요.

한 모금 먹고 제 표정은 밍숭맹숭. 이건... 니맛도 내맛도 아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 으흠..... 남편~~ 이 물 먹어봐봐. 



마시고 나니 남편의 표정도 밍숭맹숭... 남편이 라벨을 보더니 


아~~ 이거 바깥은 뾰족뾰족하고 열어서 안에 있는 거 먹는 거야. 

한국에도 있을 걸? 


- 겉은 뾰족뾰족하고 안에 있는 걸 먹는다고?

이렇게 생긴거- 뭐지 ??? 



혹시 사진 보고 눈치 채셨나요? 정답은 글 마지막에 나옵니다 ^^ 



보러가기로 한 집이 있는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maso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네요.

Maso가 무슨 뜻이었는지 기억나세요? 


"체코에 오면 고기를 먹는 것이 맞소(Maso) " 해서 고기라는 뜻이요. 지난 체코어 포스팅에 있어요 



목이 빠져라고 기다리고 있는 개를 보면서 

 

저 강아지는 주인을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저 안에 고기를 먹고 싶어 바라보는 걸까? 


저 고기들을 가져오는 주인 !  


맞네요~ 주인이 고기를 들고 오면 이 개는 엄청 신나겠죠? 

워낙 개를 많이 키우는 체코 사람들이라서, 이렇게 상점 밖에 개 줄을 묶어 놓는 곳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간을 맞춰 집을 가봤는데 크아..... 이건 거의 사기네요 ㅠㅠ 


인터넷에 올린 사진은 막 보수공사하고 이사 들어가기 직전에 찍은 건 가봐요. 

군데군데 나무 틀이랑 플러그 꽂는 부분이 삭아 있고 ㅠㅠ  

근데 화장실은 완전 월풀같이 멋있었어요.ㅎㅎ 화장실이 좋으면 좋지만 화장실에서 살 거 아니잖아요~



 

기대를 많이 했던 집이라서 실망도 컸어요. 실망감에 남편과 서로 할 말을 잃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무서운 엘레베이터 탑승 기념으로 사진 찍고 블로그에 올리자~~~ 했어요. 


유럽에 있는 엘레베이터는 바깥 문을 수동으로 여는 것이 꽤 많은데요, 아래와 같이 바깥 문을 열었어요. 


이렇게 수동 엘레베이터 문을 본 건 스페인 호스텔이었거든요. 

당연히 자동으로 열리겠지하고 한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문 열어준 게 기억나네요 ^^ 


체코유럽엘레베이터


바깥 문은 통로 문이고 안쪽에 문이 하나 더 있는데... 


이 집에는 엘리베이터 바깥 문 하나밖에 없네요. 꺄~~악.

엘레베이터도 한국처럼 10인승 이런거 아니고요. 성인 2~3명 겨우 들어갈 정도로 내부도 작습니다.


좁은 구석에서 움직이는 엘레베이터에서 사진 찍다보니  


체코유럽엘레베이터



마음에 드는 집은 아니었지만, 진짜  엘레베이터를 경험한 걸로 만족스러운 하루 인 거 같아요. 

집주인의 말로는 엘레베이터를 새것으로 교체한다고 하지만,,, 


교체비용에 대해 거주자들이 함께 모아 합의를 해야하는 문제이고, 

체코 내의 일 진행 속도를 알고 있는 저희 부부는 그냥 웃었습니다 :)  



 

+ 추가 이야기 : 유럽/체코의 물 이야기~~ 


아무래도 유럽은 전체가 물을 사 먹는 문화이다 보니 물 맛의 종류가 다양한 편입니다.

한국에도 점점 탄산수가 늘어나는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레몬맛 탄산수를 즐겨 마십니다. 음료수는 너무 달고 물은 닝닝해서요 ㅎ 


아직은 한국분들에게 생소한 탄산수를 피하기 위해~~ 

체코어로 탄산수 (Perliva - 뻬를리바) , 그냥 물은 (Neperliva - 네뻬를리바)에요. 


헷갈리신다면,,,, 체코어 Ne 가 "없다"라고 했잖아요~~~ 

Neperliva 니까 탄산이 없는 거라고 보시면 되요. 


그리고 물은 Voda - 보다에요.  뭘보다? 물= 보다 ,,,이렇게요~~~  썰렁했다면 죄송해용 



갑자기 탄산수 얘기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왔는데 탄산수를 사고 싶어했어요. 

그 때는 체코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perliva 라는 단어가 입에 붙지 않았을 때였어요.


여긴 베트남 가게들이 많은데요. 그 분들 아무래도 영어보다는 체코어를 주로 하시죠. 


처음에 친구는 "Sparkling water. Sparkling water. " 라고 영어로 도전해 보았지만 실패~~~


그래서 탄산수 같아 보이는 물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을 아래서 위로 올리면서 


"치이이이이이이~~~~" 


이렇게 했더니 아주머니가 끄덕끄덕하십니다. 

역시 바디랭귀지는 어디든 통하나봐요 ㅎㅎ  


+ 라벨은 밤 물이었어요. 밤이라고 얘기하니까 밤 같아 보이지만~~ 

저는 처음에 열대 과일인 줄 알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