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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내 머릿속 달팽이

프라하 생활은 바쁜 서울의 삶과 비교하면 한가로운 편입니다. 

야근을 하는 일도 거의 없고 회식도 한국처럼 자주 있는 것도 아니라서요. 


하지만 신기한 건, 간혹 일이 바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시기가 오면 정신없이 일이 몰아치더라고요. 

지난달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9월부터 10월까지 남편도 저도 회사일, 개인적인 일로 모두 정신없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중간중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주요 결정을 내릴 때면 남편과 제 성격 차이가 드러납니다. 

 

저희 남편은 미리미리 준비해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라서 정확한 결정에 대해 미리 알고 있는 걸 좋아하는데요. 

저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보류로 남겨두는 편입니다. 

처음에 데이트할 때ㅡ 남편이 이런 저의 생각의 속도에 답답해하기도 했는데요. 
연애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의 성격을 파악하며 합의점이 찾아지더라고요.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남편이 물어보더라고요. 


부인~~ 다음 주 주말에 친구 생일인데. 같이 갈래? 


흠......

'다음 주 주말..... 친구가 일 끝나는 상황에 맞춰 저녁 먹을수도 있고. 안먹을수도 있는데... ' 



정확히 대답하기 곤란한 애매한 상황에서는 흠...... 하고 있는거죠. 


연애 초창기 남편이라면 ~~~~  으잉 ????  갈 수 있어 없어?? 얘기를 해줘야지 ~~  (-_- )?

표정을 지었겠지만~~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남편의 태도는 바뀌었습니다. 


제가 흠...... 하고 있으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 



라고 물어보면서, 제 생각의 속도를 이해해주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2가지가 있었는데요 


1] 집 주인의 감정적 협박에도 집을 살 것인가 

2] 주말에 초대받은 체스키 크룸로프를 갈 것인가 


였습니다. 


1번은 집은 마음에는 들지만, 집주인이 막 빨리 예약금 달라고 보채기도 하고,

집 가격 가지고 오락가락해서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고요. 


2번은 독일 출장을 다녀온 바로 다음 날에 체스키 크룸로프를 가야하는 거라서, 피곤할 것 같았지만...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초대를 해주신 거라서 안 가기는 애매한 상황이었어요. 



부인~ 언제 결정할 수 있을 거 같아? 2일 이면 될 거 같아? 


응. 그래. 2일 뒤에 얘기해줄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전날 밤. 불안한 남편이 또 물어봅니다.  


부인~ 결정했어? 


아직 하루 남았잖아... 지금 머리 너무 복잡하니까 내일 얘기 해줄게. 



사실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지 저도 많이 망설여지더라고요. 


고민을 좀 해야하는데, 제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거의 넋을 빼놓고자는데요. 

저녁을 먹고 남편의 무릎에 눕는 순간 스르르 잠이 들면 그렇게 12시~1시까지 잡니다.  


부인~~ 택시 하자~~ 


남편 택시를 이용해서 침대로 이동하고, 결국 모든 질문은 다음날 아침으로 미루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는데, 남편이 눈뜨자마자 


부인~ 결정했어? 


나 아직 잠도 덜깨서 멍~~~한데.... 


우선,,, 집은 어떡할까? 지금 결정 안해서..

 다른 사람이 사가면 어떡하지? 부인 우리 집 살까?


당신은 사고 싶어?  


나는 당신의 의견에 따라. 


말고! 남편은 집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주인을 생각하면 별로인데, 집 자체는 좋으니까.. 


그럼 살까? 


잘 모르겠어.  

 

자기도 결정 못하면서,,,나도 결정내리기 어려운데... 

그렇게 결정하라고 아침부터 push하고... 출근해서 생각해 볼게.


부인 사랑해 !!  



결정을 내리지 못해 찜찜한 마음으로 출근했더니 남편한테 메세지가 옵니다. 


부인~~ 아침에 결정하라고 보채서 미안. 


아냐. 오늘 중으로는 꼭 결정내리도록 하자.



불안한 마음에 뭔가 먹어야겠어서 퇴근 길에 밀카초콜렛 쿠키를 샀어요. 

마트에서 계산 하자마자 야곰야곰 먹으며 집으로 오는데 크아~~~~~~ 행복한 세상이에요 ㅎㅎㅎㅎㅎ 


초콜렛은 저한테 마약같은 거라서 입에 넣고 살살 녹이는 순간 만큼은 세상 걱정이 전혀없어요~

쿠키 박스 안에 두개로 낱개봉지포장 되어 있기에 망정이지ㅡ 아니었음 몽땅 다 먹고 600칼로리 섭취할뻔했네요. 


아무래도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사무직이다보니. 이런 과자류 마구마구 먹으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ㅡ

스트레스 받을 때면 달달구리 땡기는 것은 참기가 힘들더라고요. 

몸은 지방으로 가득 차게 될지도 모르나 초콜렛으로 얻는 마음의 안정을 찾으니까요. 

문 앞에서 열쇠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억!" 하고 놀래킵니다. 

남편이더라고요. 


남편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저도 모르게 몰래 꿀 훔쳐 먹은 아이처럼 초콜렛 봉지를 등 뒤로 숨겼어요. 

사실 여름에 살이 많이 쪄서 한국 방문 전에 함께 다이어트 하기로 약속했거든요. 



부인, 등 뒤에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초콜렛 같은 거 아니야? 


히잉, 어떡해 ㅠㅠ 나 이거 안 먹으면 너무 괴로운데 ㅠㅠ 


아~~ 괜찮아 부인. 


엊그제 만난 분이 작년에 봤을 때보다 살 많이쪘다고...


부인 하나도 안 뚱뚱해~~ 그리고 초콜렛 먹고 살쪄도 괜찮아~~ 당신만 행복 하다면




그 날 밤,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한참을 머리 맞대고 고민한 끝에~~ 

집을 사기로 했고요 - 체스키 크룸로프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나 하나 큰 일을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체스키 크룸로프 관련 포스팅입니다. 


[체코 CZECH] - 체스키 크룸로프 Cesky Kruml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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