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곤소곤 체코생활

고장난 세탁기를 대하는 남편과 나의 다른 태도

체코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저는 2가지 물건을 망가뜨렸습니다. 

하나는 프렌치 프레스라고 하는 커피를 내리는 컵같은 것과 다른 하나는 세탁기 문의 손잡이 입니다. 지난 포스팅에 프렌치 프레스 깨진 컵을 올렸어요.


남편은 해외출장 중이라 신경쓸 일이 많겠지만, 집에 세탁기가 고장났음을 알려야 했습니다.  


부인, 별일 없어?

조금 있어

뭔데?

세탁기가 고장났어

완전히 안돼?

아니, 그게 아니라- 세탁기 문이 고장났어

세탁기 문이 부서졌어?

아니, 세탁기 문 손잡이가 부러졌어

문 손잡이? 어떻게?

 

남편은 세탁기 문 손잡이가 어떻게 부러졌는지 상상이 잘 안되었나봐요. 그날 저녁에 다시 남편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세탁기 열어 봤어?

손잡이가 완전히 부서져서 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하아.... 안에 뭐 있어? 

침대 까는 거, 다행히 아기 빨래는 다 했어


잠들기 전에 아기 옷을 널고 나서, 아기 목욕을 시키고 잠깐 침대에 앉힌 사이에 아기가 실례를 해버렸어요. ㅠㅠ 바로 침대보를 세탁해서 말리고 자려는데 그 사이 졸린 아기가 칭얼거리고~~~ 


어르고 달래면서 세탁이 마무리 되었고, 분명히 "띡!" 소리가 나서 문이 열릴 줄 알았는데 안 열립니다. 답답했지만 5분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열려고 했는데 그래도 안 열립니다. 마음 급한 저는 성질이 나서 손잡이를 확! 당겼더니 - 빠직 -_- ;; 


저희가 쓰고 있는 세탁기로 말하자면, 집에 이사를   운좋게 예전 집주인이 쓰던 가전제품을 주고 가서 냉장고와 함께 덤으로 얻은 것입니다. 냉장고와 세탁기 모두 유명 브랜드 전자제품은 아니지만최대한 이사 비용을 줄이고 싶었던 상황이라 감사히 쓰고 있었죠.

 

그런데 계속 세탁기를 쓰다보니 세탁기 문이   닫혀서 다시 열고 닫아야 하는 에러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세탁기 문 에러가 여러번 발생하다가 급한 마음에 확! 문 손잡이를 부러뜨리는 상황까지 이른거죠. 


세탁기 문 열었어?

아니, 못 열었어

드라이버로 연다고 안 했어?

남편이 별 말이 없길래, 그냥 시도 안했는데

아이고.. 안에 썩었겠네

세탁이 다 끝난 상태라 썩은 정도는 아닐거야. 좀 쿠리쿠리한 냄새 나겠지

그럼 새로운 세탁기 사야겠네

응, 오늘 가전제품 가게 보러가볼게

그렇게 새로운 세탁기를 살 생각으로 체코 가전제품점 중 하나인 DATART 다따르트를 갔습니다. 남편이 장거리 출장으로 번 돈을 날려버리는 듯한 죄책감도 들었지만, 뜻하지는 않게 새 세탁기를 살 생각에 신도 났습니다. 

세탁기 보러 갔다가 겸사겸사 냉장고도 구경해 봅니다. 외관에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한국 냉장고에 비하면, 깔끔하고 약간은 투박한 디자인이죠? 한국에서 이런 심플한 디자인 냉장고는 판매가 잘 되려나 모르겠네요. 

체코에서 판매되는 세탁기 브랜드는 AEG, Electrolux, BEKO, Whirlpool, Bosch 그리고 대한민국 가전제품 브랜드 1,2위를 다투는 SAMSUNG, LG 삼성과 엘지 제품들이 있습니다. 가격은 성능과 크기에 따라 6000kc~ 13000kc 정도 가격 제품들이 많고요.  

​면 소재 세탁, 아기 옷세탁, 운동복 세탁, 울전용, 빠른세탁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세탁기를 연결하고 가운데 동그란 부분을 돌리면 원하는 세탁 프로그램에 불이 들어오겠죠?  

저는 드럼세탁기랑 통돌이를 비교했을 때, 통돌이가 더 편하더라고요. 

우선 세탁기 작동이 끝나고 세탁물을 남길 확률이 통돌이가 더 적어서요. 드럼세탁기는 통에 양말이나 작은 수건이 붙을 수 있어서 통을 돌려 확인하거든요. 최신 드럼세탁기는 내부에 불이 들어와서 세탁물을 잘 볼 수 있는 기능도 있긴하더라고요.   

그리고 드럼세탁기는 세탁이 끝나고도 기다려야합니다. 특히, 저희 집처럼 유명 브랜드세탁기가 아닌 드럼세탁기는 더더더더------ 많이 기다려야합니다. 3분~5분 정도 걸리는데 급할 때는 그렇게 긴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반면에 한국에서 쓰던 통돌이 세탁기는 작동 중에도 잠깐 멈춰서 추가로 옷을 넣을 수도 있었고, 취소 버튼을 누르거나 세탁기 문을 열어 작동을 쉽게 멈출 수가 있거든요. 세탁기를 구경하다가 체코에도 통돌이와 비슷한 모양 제품이 있는 것 같아서 기쁜 마음에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뜨앗!  통이 굴렁쇠처럼 세워져있습니다. 제가 기대한 모습은 통 안이 훤~히 보이는 건데 말이죠. 

​게다가 통을 열려면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의 버튼을 눌러야하는데 

버튼을 누르면 뚜껑이 쫙! 하고 열립니다. 저같은 사람이 이 세탁기 사용하면, 통뚜껑 열다가 손이 끼거나 베인다에 100% 겁니다 ㅎㅎ 그 정도로 뚜껑 열림이 강력했어요. 

며칠 뒤 남편은 체코에 돌아왔습니다. 

​부인, 마음에 드는 세탁기 봤어?

어, 괜찮은 건 한 8000-10000코루나 정도 하더라고

근데 ​부인,,, 혹시 세탁 마무리도 안되었는데, 열려고 한 거 아냐?

아니야~~ 분명히 딸깍 소리 들었어. 그리고 예전부터 세탁기 문 에러 났었잖아

흠.... 근데 부인, 그거 알어?

뭐?

내가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뭔가 하나씩 부서지는 거 같어

음.... 

처음에는 컵, 그 다음에는 세탁기 문 손잡이

어. 그러게

세번째 출장가게 되면 뭐 고장낼거야? 

아, 몰라


남편이 짐을 풀자마자 고장난 세탁기 문을 열기 위해 세탁실로 갔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어휴~ 열었어

우와!! 남편 멋쟁이~ 어떻게 열었어?

아기 장난감 가방에 연결된 끈을 빼서, 세탁기랑 문틈 사이에 넣어서 열었어

 

세탁기 세척을 3번을 했는데 정상 작동했고, 문을 닫는 것은 문제 없었습니다. 세탁기 문을 여는데 끈을 이용해야되서 남편이 있을 때만 세탁기를 쓴 것 빼고요. 

 

정말 급한 세탁만 하면서 남편은 인터넷 뒤져 부속품을 찾았습니다. 혹시나 비슷한 주문했다가 안맞으면 낭패니까요. 정확히 일치하는 부품을 찾는데 2~3일을 보내고 주문전 다시 확인하려고 부품부분을 떼서 확인했습니다. 


부인, 이거


남편이 가져온 손잡이를 보니, 문열림 플라스틱 부분이 완전 박살이  있습니다.


부인 대체 어떻게 한거야?

그냥 시간이 지났는데도 열리길래, ! 하고 열었는데 콱! 깨져버린거야

흠... 그냥 열어서 깨진 정도가 아닌거 같은데….

! 그래. 짜증났긴 했어. 아기는 잠이 와서 칭얼대지, 세탁은 아직 덜 끝났. 아기 재우다가 같이 잠들 있으니,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널고 자야했으니까

큭큭. 알겠어~~ 아무튼 우리 부인 완전 세네!

참나~~~ 힘으로 아니라니까! 원래부터 문이 비실비실했어

 

세탁기가 고장나고 10일 정도의 지나 드디어 부품이 도착했습니다. 남편은 직접 세탁기 문 부분을 분해해서 고장난 부품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같았으면 수리기사님 불러서 진작에 고쳤을 것 같은데 말이죠.   

 

짜잔~~ 문 고쳤어

우와! 남편 정말 고마워

새로운 세탁기 샀으면 50만원 3만원에 고쳤어. 굳었네

한동안 썼던 세탁기라 곧 고장날지도 모르는데

다른 고장나더라도, 세탁기 문은 고장내지 말고

아이고~ 알았어

 

남편이 부속품을 고치고 나니 문닫힘 에러 말끔하게 해결되었고, 부드럽게 문도 열립니다. 남편이 문을 고치기 전에 꿈을 꾸었던 새로운 세탁기는 기약없이 미뤄지게 되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