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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2019년 1월 체코 겨울나기ㅡ 날씨 : 눈

어릴때 방학숙제로 일기쓰기가 왜 그렇게 싫었을까요.

개학하기 전, 일기를 몰아 쓸때면 날씨가 기억이 안나서 매일 쓰지 않은 것이 티가 날까봐 마음 졸이던 게 생각이 납니다.

최근 수면 장애에 시달리는 날들을 보내며, 1월 10일쯤 일기를 써놓은 게 있어서  내용을 살펴 보니ㅡ 

수면 장애를 겪기 시작한 것이 그때쯤 부터였나봅니다. 

거의 한달반이 넘어가네요. 휴..

써놓은 글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1월 10일 일기 올릴게요. 

자~~ 이제 모두 함께 한달 반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시죠, 뿅!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번주 내내 프라하에 눈이 왔습니다. 

눈이 녹을만하면~ 또 다시 눈이 내리고... 

프라하에 이정도 눈이 왔을정도면 체코 산간지방은 눈이 훠~~월씬 더 많이 왔을거 같더라고요.

추운 겨울도 괜찮고 눈 오는 것도 다 좋은데, 딸이 기침감기가 걸렸는데 쉬이 낫질 않습니다.

낮에는 괜찮다가 밤이 되면 공기가 차가워지니 깊은 기침을 하고, 아플때면 엄마를 더 찾는지라 제 귀에 대고 콜록콜록!! 얼굴에 대고 콜록콜록 !!


이렇게 며칠째 잠을 잘 못자다보니, 결국 저도 감기가 걸렸고 예쁘게 펑펑 내리는 눈도 야속하기만 합니다.

크리스마스 경부터 시작된 목감기, 기침 감기는 1월 10일이 넘어갈때까지 날이 따뜻하면 살짝 좋아졌다 다시 춥고 눈오면 다시금 돌아오는 반복 감기가 되고있습니다.

눈이 계속오면서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출근을 하는데 머리가 띵!!! 할정도의 추위더라고요. 엘레베이터에서 체코동료를 만났습니다.

아후~ 오늘 정말 춥네요
오늘 부모님한테 프라하 정말 춥다고 전화드렸더니, 부모님 댁은 영하 17도래요. 그래서 별말씀 안드렸어요
우와~ 영하 17도요. 진짜 꽁꽁 얼겠네요.


긴긴 겨울도 어찌어찌 지나가겠지만, 겨울에도 해가 나는 환경에서 자라온 한국인인 저는 11월~3월까지 계속 체코에서 겨울을 보내기는 어렵습니다.

체코 겨울 날씨는 평생 적응이 안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날씨를 바꿀수는 없잖아요?



대신, 체코 겨울을 나는 나름의 노하우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1월~ 2월 경에 햇빛이 가득한 유럽 남부쪽으로 여행을 며칠 다녀오는 거죠.

그 며칠 다녀오는게 큰 영향있을까 싶지만, 안다녀오는 것보다 확실히 좋습니다 ^^

2018년 11월에 한국에 있는 친구랑 연락을 하다가 2019년 1월에 포르투갈-스페인 여행을 온다는 정보를 입수!
친구가 바르셀로나에 가장 오랜 기간 머물러서, 바르셀로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친구도 만나고, 햇빛도 쬐고~ 꿩 먹고 알먹고.

목요일정도 되자 미리 가방을 쌀 궁리를 했습니다. 일요일에 출발이기는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계속 옷만 입으려는 딸 때문에 미리 빨래를 하려고 하는데....

삐ㅡㅡㅡㅡ이 삐ㅡㅡㅡㅡ이 삐ㅡㅡㅡㅡ이

헉, 아니야.... 아닐거야

세탁기 문을 열었다 닫았다, 전원을 다시 껐다 켰다 해봤습니다. 그래도

삐ㅡㅡㅡㅡ이 삐ㅡㅡㅡㅡ이 삐ㅡㅡㅡㅡ이

세탁기 고. 장. 현실을 부인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ㅠ.ㅠ

지금이 목요일이고 바르셀로나로 일요일에 출발이니, 빨래를 해서 딸이 좋아하는 옷으로 가방을 가득 채우려는 계획은 깔끔하게 포기.

목요일은 남편이 태권도 가는 날이라 문자를 넣었습니다.

나쁜 소식이 있어, 아무래도 세탁기가 수명을 다 한거 같아
아, 그래? 내가 집에 가서 한번 살펴볼게

사실 저희 집에 있는 세탁기가 고장이 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태권도를 마치고 남편이 집에 왔습니다.

진짜 고장났어?

무리해서 문 열려고 했던 거 아냐?
노노노~~~ 이번에는 빨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삐삐ㅡ 거린거야
 

저번에도 세탁기 문쪽 부품을 직접 구입해서 갈아끼운 남편이라, 이번에도 온라인에서 부품을 검색해봅니다.

흠... 이게 부품이 있긴한데, 헝가리랑 폴라드쪽에서만 구할수 있네
아~ 진짜?

제가 만난 체코사람들은 대체적으로 Made in Poland에 대한 인식이 꽤 부정적입니다. 예전에 폴란드 국경근처에서 도수 높은 술을 만들어 유통시켜 술파동이 난적이 있었고요,

최근에는 소고기를 사서 집에 갔는데 남편이

혹시 소고기 샀어?
어, 딸랑구 좋아하는 갈비탕 좀 끓여주려고
체코거야? 폴란드 산이면 당장 버려야돼
체코산인거 같은데...그래도 오늘 사온 건데...
지금 폴란드 산 소고기 위험하다고 뉴스에 나오고 난리 났어
아....


장바구니에서 남편은 소고기 팩들 찾아서 원산지 확인을 합니다. 다행히 포장지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체코 국기. 
사오자마자 소고기를 버려야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다시 세탁기 얘기로 돌아가서...

목요일 저녁 세탁기 고장을 확인하고, 금요일이 되자 남편이 종일 독촉합니다.

아침 10시
부인, alza 들어가 봤어?
아차. 오전에 일이 많아서 점심때 볼게
오케이


오후 1시.

부인, 세탁기 골랐어?
아.... 이거 영수증 정리만 하고
오늘 진짜 주문해야돼
어어. 알겠어


시간은 뚝딱뚝딱 흘러 오후 3시.

이제 골랐지?
하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오늘 주문해야지 늦어도 일요일까지 올거야. 오늘 주문 못하면 월요일에 온텐데, 집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을수가 없잖아
아, 맞다. 
지금 바로 고를게! 


다행히 드라이 기능까지 되는 세탁기 종류는 많지 않아서 생각보다 쉽게 골랐습니다. 

남편, 두개 중에 하나 고르자
난 BOSCH꺼 더 좋은 거 같은데?
나도나도
그럼 주문할게
ㅇㅋ


문득, BOSCH 세탁기를 고르고 나니 어린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외제 세탁기가 있어서 부러웠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어릴적의 제가 이제 커서, 온라인으로 사고 싶은 외제 세탁기를 척척 살정도가 되다니, 기분이 묘합니다.

남편과 신혼살림으로 장만한 밥솥, 청소때문에 다투다 장만한 로못청소기. 갑자기 고장으로 사게 된 세탁기.

이제 식기세척기만 사면 제가 꿈꾸던 가전제품을 거의 다 갖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냉장고는 전 주인이 주고 간게 있는데, 잘~ 여전히 아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탁기도 주문했겠다~ 이제 여행갈 마음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남편! 나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간다~~~
그래봤자 거기도 겨울일거 아냐
아니지, 영상 10도인데ㅡ
그럼 여기나 거기나
쳇,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햇빛도 쨍쨍할건데

햇살부서지는 바르셀로나를 친구와 딸과 함께 거닐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여서 또 잠이 안올거 같으네요~ 아놔. 언제쯤이면 속 편하게 잘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