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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프라하 첫 눈아, 벌써 왔니?

기다리던 토요일이 되었고~~ 가을의 끝자락을 느껴보고자 프라하의 크~~~~은 공원에 가려고 했지만요 ....
 
창밖을 확인하던 남편... 
 
" 여보~~~ 눈 온다."

 
프라하에는 벌써 눈이 오기 시작합니다.(2012년 10월 말이요)
 날씨는 거의 1도~5도를 왔다갔다하고요.. 하...... 


-"하....그럼 공원 못가겠네." 

" 아냐아냐ㅡ 눈 좀 멈추면 가지뭐~~" 

-"눈 와서 단풍잎은 다 떨어져 버렸을거 아냐. 히잉  " 

"나뭇잎 위에 쌓인 눈 보면 로맨틱 하잖아.
여보~~~ 우리가 처음으로 같이 프라하에서 맞이하는 첫눈이야 "

-"근데 왜 이렇게 프라하는 첫눈이 빨리와."

"왜???? 눈 싫어?"

-"아니. 눈이 싫은게 아니라ㅡ 10월에 첫 눈 내리는 건 너무 빠르잖아...."

"하~~~당신이 눈이 쌓였을 때 프라하에 왔으니까ㅡ 
벌써 계절의 한바퀴를 체코에서 보냈네... 히야......" 


올해는 단풍 구경은 물 건너 간것 같습니다ㅡ 
진눈깨비가 날리고 하늘이 희뿌연걸로 봐서.. 하루 종일 눈이 올것 같습니다. 공원은 내년에 가는걸로 하고~~~~~ 

뭔가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아서,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는데

남편은 첫 눈에 한껏 감성적이되어서는~~ "눈온다~~~~하----- 예쁘다~~~"
그러면서 싱글생글거리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찾아와서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눈이니까요~~~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창가에 기대 바라봤습니다.

갑자기 제 등 뒤 있던 남편이...... 엉덩이를 쓰담쓰담 ;;;; 


-"왜~~~~~ 완전 부럽지?"

"아니아니~~~~~ 어차피 내 엉덩이인데 뭐."

-"그래도 내 몸에 붙어 있잖아."

"그게... 당신은 전부 다 내꺼니까,,, 결국 엉덩이도 내꺼. 
당신은 나의 소유물이야ㅡ 음하하하하하 " 


갑자기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지기도 했고, 종일 눈이 와서 토요일은 집에서 이불 꽁꽁 싸매고 런닝맨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한참 런닝맨을 보다가 

"우숙? 웃속? 오썩??"

-"으잉???? 뭐라고?"

"아~~~~아~~~ awkward 있잖아 !"

-"아하~! 어색 !"

"그래 그거."


그렇게 남편은 런닝맨을 시청하며, 한국어 어휘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고'라는 단어가 나왔고 뜻을 설명해줬죠, 그랬더니. 


"어? 최고? 이렇게 발음하는거야?"

-"응. 최고. 오에 이 '최' "

"아......최고 -> 체고-> 체코.... 체코가 최고야 ! 냐하하하
이거 블로그에 꼭 써줘~~~체코 = 최고 라고. 히히 "


남편에게 한국어가, 저에게 체코어가. 완전 생소한 언어이다보니~다양한 방법으로 배우려고 합니다. 
사실 어떻게 외우든지 외우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 

저도 이런 식으로 외운 단어가 있는데요. 체코 학원이 끝나고 집에 왔을 때였어요. 

"체코 수업 어땠어?"

-"음~ 재밌었어. 아!!! 나 그리고 왜 내가 잡생각을 멈출 수 없는지 알았어."

"왜?"

-"내 성이 "임" 씨 잖아~ 체코어에 '나는 생각한다'는 'Myslim(미슬림)' 이고..
  내가 Ms. Lim 이니까~ 계속 생각이 많은거야 !!!!" 


그리고 또 다른 단어는 책을 읽다가 보게 된건데요..... 
'쳐다보다'라는 체코어가 zirat(지-랏) 인데요,, "그 남자가 쳐다봤다"로 3인칭 과거형이 되면  ziral 이 됩니다. 

남편하고 한국 영화를 보다보면, "지랄하네"라는 욕이 많이 나오는데요~ 
남편한테도 이렇게 외우라고 말해줬어요. 


다른 언어를 배우고 계신 모든 방문객 여러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요~ 
결국 많이 쓰는 단어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되겠죠 - 
("꾸준히! 열심히! "가 어렵지만요.. 헤헤헤)

저도 체코어를 솰라솰라하는 그날까지~ 지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려고요. 


체코 속담에요 언어를 배우는 사람은, 할 수 있는 언어 수만큼의 새로운 인생을 산다고 하네요. 

Czech
Kolik jazyků znaš, tolikrat jsi člověkem. 

You live a new life for every new language you speak. 


+ 현재 20대, 30대는 평균 수명이 100살이 넘어가는 세대인데요, 
모국어 하나로 100년을 넘게 살기에는 세상은 넓고 인생은 좀 길지 않을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너무 무리해서 욕심내지 않으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건, 
인생에 활력이되는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