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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프라하새댁의 정신세계

프라하 날씨 관련 따끈따끈한 최신 소식입니다. 

이번 주는 여름의 끝자락처럼 한낮에는 조금 덥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했어요. 


주말은 25도 까지 올라가는 아름다운 프라하 날씨가 계속되어 

사진 속으로 만나보던 파란 하늘 뭉게구름 몽실몽실 피어나는 아래, 

빨간지붕이 한 눈에 들어오는 예쁜 프라하를 구경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럭키 피플 !!!!! 

 


하지만 월요일(M)이 되면  비오는 17도 날씨죠? 

하루아침에 기온이 10도가 내려가다니,,, 그리고 비오는 그림 옆에 해가 있죠? 


이런 날씨는 비바람 불었다 오후에 잠깐 햇빛 쨍~! 났다가 다시 천둥번개쳤다.... 

다이나믹 스펙타클 프라하 날씨를 하루에 다 만날 수도 있는,,,, 럭키 피플 !!!!!



지난 번에 카를슈테인 성으로 떠나는 5월에 관한 휴가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9월 6일 프라하 날씨로 건너뛰려고 하니 좀 정신없지만요. 


5월 휴가 얘기 하다가 왜 갑자기 오늘 이야기? 라고 너무 당황스러워하지 마시고요. 

프라하 새댁의 하루하루가,, 프라하 새댁의 정신 세계가 이렇구나...하고 그러려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나쳐주세요. 이해는 제 자신도 어려워요 ㅎㅎ 


제 정신머리에 대해 조금 설명드리자면.. '가'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라' 로 건너뛰는.

'나''다'는 어디있냐고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안드로메다 어딘가에서 자기들도 헤매고 있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사실 제가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얘기를 한다는 걸 알아챈 건, 몇 년 되지 않았어요.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와는 정말 대화의 폭이 참 넓었거든요.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 삶의 본질에 관한 심도 있는 대화도 많이 나누고요. 


헌데 이 친구가 저와의 대화에서 간혹 혼란을 겪었던 것은 

제가 '가'라는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다가 - 갑자기 웃긴 얘기인 '라' 로 건너뛰는 것 때문이었던 거죠. 

그래서 대화를 한참 하던 중에도 


어? 심각한 '가' 얘기 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이렇게 이야기의 흐름을 잃곤 했습니다. 심각하다 갑자기 얄팍한 대화를 넘나드는,,,, 

한동안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던 친구가 내 놓은 해결책은 


갑자기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고 싶을 때는,,,  '이건 다른 얘기야' 라고 말해줘. 



였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사람의 습관이 자주 바뀌나요~~~ ㅎㅎㅎㅎ 

여전히 중구난방스런 이야기로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말할 때마다 계속 새로운 얘기를 덧붙여?  


논리적인 남편은 기-승-전-결이 분명한 남자라면, 감정적인 저는 승-기-전-승-기-전~~결론은 나중에,,,, 

이런식입니다. 

우하하하하하  흠 ..... 써 놓고 보니 정신줄 놓은 사람 같으네요. 



사실 제가 지금 제정신은 아니긴 합니다.


어제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잠이 깨지 않은 몽롱한 상태가 계속되더라고요. 

체코로 온 뒤로는 유난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전 아직도 외국에서 옮겨서 동물원에 있는 새로운 우리에 들어 와서 적응 중인 것처럼요 

주변 환경도 너무 새롭고 낯설고 - 변화무쌍한 날씨에 몸은 어떻게 적응해야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출근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어지럼증이 심해지면서 모니터를 쳐다보기 힘들어지더니

영어로 된 이메일이 하나도 이해가 안되고 - 제가 영어로 말도 못하겠는 거에요. 

머리로는 '모레' 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을 해야하는데,  '내일'이라고 말이 막 헛나오고,,, 

 

아무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서, 조퇴해야겠다고 말하고 집으로 왔죠. 


남편한테 -  영어로 말을 못 할정도라고 말하자 


구급차 불러야 되는 거 아냐? 어디가 정확히 어떻게 아퍼?


아냐,, 몰라. 자면 괜찮아질 것 같아.


모르는 게 어딨어? 말을 못하겠다며 ! 


그렇긴 한데 그게 원래 정신상태가 안 좋으면 말도 잘 안 나와. 


말이 안 나오면 뇌에 이상이 있는거야. 심각한거라고.


그런가.... 


뭐야~~ 머리가 아픈거야 안 아픈거야.


아냐, 자고 나면 괜찮을거야. 



이렇게 또 중구난방으로 남편에게 제 증상을 설명하고,, 그런 제 설명 때문에 남편은 극심한 걱정에 시달렸습니다. 


짐을 싸서 사무실을 걸어 나오는데 해가 나면서,, 

따스한 햇살 받으며 걸으니 점점 머리 상태가 맑아지더라고요. 


회사가기 싫은 직장인의 정신적 꾀병이었을까요 - 아니면 외국어에 대한 언어스트레스였을까요 - 

마음이 공허한 향수병같은 거였을까요 - 아니면 당이 떨어진거였을까요. 


몽롱~~한 상태에서 정확한 원인은 파악할 수 없었고요.

중간에 마트에 사서 요기할 것을 사올까.. 하다가 - 

외국사람들 막 둘러싸여 있으면 흠칫 ! 놀라 어지러울 것 같아서 곧장 집으로 왔어요. 


다행히 집에 요리할 때 쓰는 초콜렛이 남은 게 있어서 녹여서 생크림 왕창 얹어 먹고나니 좀 가라앉더라고요. 

빈혈약도 먹었고요. 


생각해보니, 제가 보름동안 다이어트한다고 고기류 섭취도 줄이고 설탕, 초콜렛류를 안 먹었더라고요. 

제 몸이 체코에 버티려면 고기와 달달구리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ㅡ 다이어트 물 건너가는 소리~~~  

 

한 숨 자고 나니 남편이 퇴근하고 왔어요. 

자고나니 머리도 맑아지고~ 남편도 오니 마음도 든든해지니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남표온~~~~~~~ 왔어? 에헤헤헤헤


아퍼? 안아퍼? 


에헤헤헤헤


뭐야! 웃음이 나와? 


한 숨 자고 나니까 머리가 좀 맑아졌어. 


아휴,,,,,, 내가 정말,,,, 아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어쩌면 다이어트 좀 해서 어지러웠나봐


됐어! 이렇게 아플거면 다이어트 하지마 ! 



남편한테 엄청 혼났어요.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며,,, 

그렇다고 어지럼증이 하루사이에 훅~! 가시는게 아니라서 오늘 휴무 내고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상태가 많이 괜찮아져서 이렇게 블로깅도 하고 있고요 ㅎㅎㅎ 

하지만 여전히 화면의 글씨를 쳐다 보는게 완전 편하지는 않네요.. 


회사도 안 가고, 써야할 이야기가 밀려있어서- 미친듯 블로그에 글쓰고 싶지만 - 

글씨를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어질거리니, 3일 간은 컴퓨터와 멀~~~~리 떨어져 지내야 겠어요. 



아침에 남편이 방글방글 웃는 저를 보더니 

멀쩡하구만 !! 


그러네요. 에헤헤헤 ~ 참 회사에 관련된 것들 OFF 하고 나니, 머리 어지럼증도 덜하고 좋네요. 

남편이 출근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아참 ! 잡채 점심도시락 싸간다며~~~   


부인이 오늘 회사 안 가니까, 척척 알아서 챙겨줘야지 ! 



이렇게 일하는 남편 - 가정주부 역할을 하며,  남편은 대접받는 기분~ 저는 남편 출근 챙기는 기쁨도 느끼고요. 


남편이 나가고 나서 집안을 살펴보니, 자꾸 자라나는 화분의 분갈이를 할 재료를 사러 꽃가게에 좀 들러야겠네요. 

저번에 남편이랑 퇴근하고 꽃가게를 갔더니, 평일 9시 - 5시만 문을 열더라고요. 

도대체 회사다니는 사람들은 언제 오라는거죠?  ㅎㅎㅎ 

 

지금 키우는 화분이 민트와 빨간 열매가 나는 화분인데요. 

(빨간 열매를 보고 처음에는 토마토 인줄 알고 하나 먹었는데,,, 고추 맛에 가깝더라고요)


빨간열매가 나는 화분은 작년에 사서 올 봄을 넘기면서 꽃이 피더니 새로운 열매가 열리고 있어요. 

자꾸 뿌리가  커가는데 화분이 너무 작아서 실뿌리가 화분 표면으로 올라오는 지경에 이르렀네요. 


민트는 테스코 마트에서 언니왔을 때 모히또 만들어 먹으려고 사온 건데요.  

처음에 이런 식재료 화분을 마트에서 바질을 샀을 때, 1주일 안되서 그냥 죽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이런 건 원래 약해서, 한 1~2주 신선하게 먹고 버리는거야. 


뭘 몰랐던 저는 남편의 말을 철떡같이 믿었건만 -  

저희 회사 직원들한테 물어보니. 한 번 사면 무럭무럭 자란다는거에요 !!!! 


그래서 이번에 민트는 제대로 키워보자해서 -

빨간 열매 나무랑 같이 물 주고 잎파리 만져주고 노래도 가끔 불러주고. 했더니 

왠걸요~~~ 흙 밑에 숨어있던 순까지 쑥쑥 커지더니 풍성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관심과 정성 - 사랑이 답 인가봐요. 

중구난방 정신 없는 와중에서도 '사랑' 이 답이라는 건은 정확히 보여요  

사랑하는 분들과 마음 따뜻한 금요일 주말 보내시고요~~ 전 조금 더 제정신으로 다음 주에 돌아올게요 !!!!  


+ 정신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