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이 

유럽에 <아시아 영화 페스티발>을 해서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2013/03/05 - [프라하 댁의 소곤소곤 신혼일기] - [프라하] 김기덕의 피에타를 프라하에서_ 2012년 11월 30일 ~ 12월 2일 아시아 영화 페스티발


그런데, 하필이면 피에타 상영 하는 금요일이 

오후에 시부모님과 함께 차를 한잔 마시기로 한 날이네요. 


-"하..... 남편 어떡하지?! 나 진짜 피에타 보고 싶은데..." 


이번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제가 남편한테 보고 싶다고 말한지가 꽤 됐거든요. 

한국 감독의 영화를 

프라하 영화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랜만에 만나는 시부모님과의 약속을 깰수도 없었고요... 


딜레마에 빠진 남편이 고민고민하더니,,,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우선은 표를 예약하라고 합니다~

 

체코는 영화시작 30분 전에 티켓 구매를 안하면 자동으로 취소되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리고 오후 4시쯤 되어서 남편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여보가 티켓 좀 사줘~~ 그리고 있다가 트램역에서 4시 30분에 만나자. "


- "정말? 그럼 영화 볼 수 있는거야?"


"으흐흐흐흐~~~ 응! 내가 다 해결했어."


일찍 퇴근 한 제가 티켓을 사러 신시가지 쪽으로 갔습니다. 

어두워지며 크리스마스 조명이 밝혀지는 프라하거리 구경도 하고요~~ 



트램 정류장이 있는 곳에 영화관 비슷하게 생긴 건물을 찾았습니다.

예약된 티켓을 끊고요. 

 


영화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구경도 했습니다.

요즘 프라하에도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많은데요, 

이 곳은 예술영화나 저예산 아마추어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영화관이라고 하더라고요. 



티켓을 들고 남편을 만나러 트램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티켓 잘 샀어?"


-"그럼~~ 체코어 연습도 조금 했어."


"우쭈쭈쭈~~~ 잘했어~~~"


-"근데, 부모님이랑 차 마시다가..... 

우리가 영화 시간때문에 금방 가야되는 거 알면 서운하지 않으실까?" 


"아 ! 그게.... 영화보러 우리 둘만 간다고 하면 섭섭해 하실거 같아서. 

오늘 일찍 퇴근해서, 있다가 밀린 일 더 해야된다고 말했어.

어차피 오늘 차마시는 것 때문에 일찍 퇴근한 건 사실이니까 ~~~"



이거이거~~~ 아들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더니 ㅋㅋㅋㅋㅋㅋㅋ 

어른들이 아시게 되면 엄청 서운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남편과 금요일 밤 한국영화 데이트라~ 부인으로서 좋더라고요  


결혼하신 남자분들~~~ 

부인과 어머니 사이에서 고생 많으시죠?? ^^ 

두 여자 사이에서 양쪽 다 마음 상하지 않게 조율하시려면요 ㅎㅎ 



사실,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가 조금만 덜 자극적이었다면- 폭력성과 잔인함이 적은 편이었다면 

체코 시댁가족들에 같이 가자고 물어보기라도 했겠지만


대충 <피에타>의 내용을 알고 있고, 김기덕 감독의 성향을 알고 있으니.....  


아직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고- 한국의 영화 문화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까봐 좀 걱정도 됐습니다. 


다행히,, 부모님과 충분한 대화도 나누고 나서~ 영화 시간에도 적당히 늦지 않게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스크린을 보니, 또 뜨앗~~!!  

안녕하세요. 기덕 대왕님 ㅎㅎㅎ  



점차 영화 시작시간이 가까워 지자 사람들이 몰려 들어왔고

자리는 만석이었습니다. 


남편이 두리번 두리번 거리더니 

까를대학의 한국학 교수님 몇 분도 보이고, 한국학 전공 학생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보인다하더라고요. 


영화는 시작되었고, 등장인물에 조민수 이름이 보이자 물어봅니다.  



"어?? 초민수??? 그 런닝맨에 메뚜기 사냥꾼, 호랑이 남자?" 


- "아니~~ 그 남자는 최민수고 ㅋㅋ"



최민수가 나오는 영화인 줄 알고 기대했던 남편의 실망감과 함께 영화는 시작되었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답게 몇 장면은 너무 잔인해서 차마 계속 지켜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조민수가 이정진을 찾아가 자기가 엄마라고 말하고, 

정말 엄마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정진이 조민수를 겁탈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체코 관람객의 1/3정도가 일어나서 우르르 몰려나갑니다. 


앞의 잔인한 장면들은 버틸만 했는데, 그 장면은 도저히 못참겠다 싶었나봐요. 

아마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아시아 영화라고 해서 기대하고 왔다가, 잔혹한 장면에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없지 않았나...하는 제 개인적 생각이에요.


그 후로 영화 끝날때까지 나가는 사람은 없었고요,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 표정을 보는데 다들 얼떨떨~~~ 충격에 휩싸인 표정입니다. 


남편이 다른 사람들 보면서 킥킥거리고 웃길래, 왜 웃냐 물었더니 


"저기 있는 남자. 한국어 전공학생 같은데- 말도 버벅거릴 정도로 충격받았으면서,,, 

자기 친구들한테는 '히야~~ 정말 좋은 영화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잘되고,,,' 이렇게 말하는게 웃겨서. 

우리도 학교 다닐때, 좀 으시대고 싶어했거든. "  

 

한국 사람인 저도,,, 다른 김기덕 영화를 봤던 남편도 충격으로 멍~~하고 소름끼친 상태였는데 

당연히 그 학생에게도 충격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 

 

영화는 전체적으로 잔인했지만, 청계천 재개발을 바탕으로 한 영화 구성과 이야기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잔인함을 너무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더라면 <피에타>가 흥행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님 자체가 흥행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드는 분은 아니신 것 같아요. ㅎ


영화를 보고 나서 가져온 브로셔를 책상 위에 올려놨는데, 남편이 물어봅니다.

 

"근데....왜 '마시마'야? " 




그냥 휙 흘려보면 "ㅇ " 이 조금 "ㅁ" 같이 보이기는 하네요 ㅎ 



영화가 끝나고 났는데도- 저희 둘다 충격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걸 보면

분명한 건 김기덕 <피에타>를 강렬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결국 저희 둘은~~ 이대로 잠을 못 자겠다면서

런닝맨 지난 에피소드를 보고 웃음으로 씻어내고서야 자러 갔습니다. 

Posted by 프라하밀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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