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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체코 CZECH

체코병원의 병원식사 보고 기절할뻔

좀 오래된 포스팅인데요, 제가 임신을 했을 때 입덧을 심하게해서 음식을 먹지 못하다가 체중이 급격히 줄어 저혈압으로 구급차에 실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에 이어... 

갑자기 입원이 결정된 것이라 남편이 당장 필요한 물건만 챙겨주고 다시 갔습니다. 

다음 면회 시간까지 병원에서 식사가 제공되었습니다. 

입덧을 하는 상황에서 먹을 것을 챙겨먹는다는 것이 수고롭게 느껴졌는지, 입원을 한뒤에 병원에서 병원식이 나온다 하니 입원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런데 한가지, 저의 큰 착각이 있었으니... 

제가 병원식을 한국 병원처럼 밥에 국이 나올 거라고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이죠 ^^;

병원 식당에는 제가 초등학교때 수련회장에서나 볼만한 식탁보와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니, 개인별로 식판이 정해져 있습니다. 


체코에 살고 있긴하지만, 그래도 

몸이 좋지 않은 병원 환자들이 먹는 음식이니 좀 신경을 썼겠지... ? 

라고 생각하면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식판 뚜껑을 열었습니다

짜짠~~~~ 체코 병원의 아침식사입니다. 세상에 ㅠㅠ 

기본 체코빵이라고 할 수 있는 길쭉한 로흘릭(rohlik)과 흘렙(chleb)이 병원식으로 나오다니 ㅠㅠ 

로흘릭으로 말할 것 같으면 대형마트에서 하나에 1.5코루나 정도 저렴한 빵으로, 바짝 마른 건빵처럼 퍽퍽한 밀가루 맛이 납니다. 

식판 왼쪽에는 빵에 발라먹을 버터와 치즈, 오른쪽에 초콜렛 우유까지... 정말 몸이 안 좋은 환자가 병원식으로 먹고 나을 음식인가? 의심도 듭니다. 

아침밥을 먹을 때는 몰랐다가, 나중에 저는 3M 으로 배달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나마 점심은 먹을만하게 감자와 채소를 적당히 볶아서 나옵니다. 그리고 로흘릭이 또 나왔어요~ 워낙 체코에서 주식처럼 먹는 빵이라서 병원식으로도 자주 나오는가봐요. 

그리고 저녁식사는 매콤한 소스와 함께 소고기와 찐빵같은 질감의 체코 전통음식 끄네들리끼가 나왔습니다. 퍽퍽한 감을 가시게 하기 위해 왼쪽에 닭고기 수프를 한수저 떴는데... 너무너무 짰어요. ㅠ.ㅠ 

체코음식이 원래 전반적으로 짜기는 하지만, 병원음식까지 이렇게 짤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네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식사~ 당연! 로흘릭입니다. 

좀 뜬금없는 이야기이지만, 로흘릭이 체코국민빠이라고 할만한 것이,,, 요즘 로흘릭 https://www.rohlik.cz/ 이라는 온라인 주문배달 슈퍼마켓이 인기가 있습니다. 혹시 장보러 밖에 나가기 어려우신 분들은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비슷한 배달 서비스로 tesco delivery 도 있고요. 

그리고 오른쪽은 커피입니다. 한국에서는 환자에게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하는데요, 여기 체코병원은 커피를 식당에 나두고 자유롭게 마실 수 있게 합니다. 

저는 커피를 자주마시는 편이 아니라 안마시려고 했는데요, 퍽퍽한 로흘릭을 씹어 넘기는데 커피마저 없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한 잔 마셨습니다. 


이것저것 해보아도 시간이 잘 안가고,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답답합니다. 병동 끝에 넓은 테라스가 보여서 나와보니, 프라하 블타바강변 북쪽 부분까지 보이는 것이 풍경이 참 좋습니다. 프라하는 정말 녹지가 많은 도시같아요.

그리고 병원의 뒤쪽을 보니 나무 숲속에 듬성듬성 단독주택들이 보이는 것이 집이 좋아보이더라고요. 프라하 부동산은 정말 월급대비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입원해 있는 것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링거를 몇개 맞으니 확실히 몸이 회복된 느낌이었습니다. 여차저차 2박 3일이 지나고 퇴원수속을 밟으러 남편이 왔습니다. 

부인, 이제 괜찮아?

응, 주사도 맞고 링거도 맞고. 병원식이 로흘릭이 나와서 놀라기는 했는데~ 그래도 열심히 잘 먹었는지 입덧은 가신 것 같아 

잘했네. 주말에 쉬고, 다음 주에는 산부인과 의사선생님한테 가봐야 돼

응, 알겠어

아마도 1주일 정도 병가 내라고 할거야

아, 그래

병원에 있는 것이 불편해서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편한차림으로 트레이닝복 입고 나가려니 남편이 묻습니다. 

퇴원 준비 됐어?

바지는?

바지? 왜?

안갈아 입을거야?

어, 어차피 집으로 바로 갈건데

그래도 트램타고 가는데....

부끄러워?

아니....뭐.....

어라~~ 이 남자, 말끝을 흐립니다.

참나~ 평소에 체코사람들이 어떤 스타일로 옷입고 다니는지 뻔히 아는데.. 그리고 병원에서 퇴원하고 오는 사람이 옷차려 입고 나오는 게 더 이상하겠네요. 

퇴원을 하면서 엘레베이터 안을 정신으로 보니... 

아이고.... 병원에 왔다가 더 아파서 나갈 것 같은 분위기네요.

체코는 세금이 높은만큼 의료비용의 많은 부분이 국가에서 지원이 되어서, 의료 복지가 좋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진료를 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사진 속처럼 병원시설이 오래되고 낙후되어 있기도 합니다.   

퇴원 후에 산부인과 의사한테 가자 1주일 병가를 주었는데, 몸이 좋아지지 않아서 1주일 더 병가를 쓰고 회사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구급차에 실려가고 프라하 출산 병원의 시설과 병원식을 보고 놀란 경험이기는 했지만, 체코에서는 의사가 병가를 써줄 경우 무조건 쉬어야 해서, 병가를 쓰고 몸을 돌보면서 체코에서 직장생활하는 덕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