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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체코남편이 사다 준 일본여행 선물

​남편이 일하고 있는 곳은 아시아 전문팀이라서 아시아쪽으로 출장이 있습니다. 

전에 중국 출장을 갔을 때 기념품을 사왔고,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왔을 때는 저희 언니집에 들러 여러가지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남편이 한국 출장을 다녀 온 이후로, 은근히 다음에도 한국으로 출장 가기를 기대했으나... 지속적인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위험해서 출장이 취소되었습니다. ㅠㅠ

한국 출장이 취소되면서 2017년에는 더 이상 출장이 없을 줄 알았더니, 갑자기 남편이 8월에 일본을 간다고 합니다. 

부인, 나 8월에 일본 출장 가야되는데.. 괜찮겠어?

어, 다녀와. 그리고 내가 가지말라면 안 갈건가?

그래도.. 나 없는 동안 부인이 힘들까봐 

괜찮아, 꼭 나쁘지만은 않아

뭐라고???!!! 

육아야 좀 힘들지만, 집안일도 확 줄어들어 

치... 이번에 일본가서 선물 사올게. 어떤 거 필요한지 얘기해줘

그래, 알겠어 

남편이 출장을 가면 허전한 마음도 들지만, 집안일이 간단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제가 체코에서 어렸을 때 부터 산 것이 아니니 체코에서 둘이 많은 시간 붙어 있다가, 잠시 떨어져 있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눈에 안보이니 애절한 마음이 생겨나기도 하고요. 


남편은 일본 출장이 결정되고 나서, 출장 세부사항을 확인하더니 걱정된다고 얘기를 합니다. 

하아,, 미국에서 오는 팀이 비행기표를 우리 에이전시가 아니라 따로 구매를 한거야

그럼 어떡해?

비행기표 별도 구매도 있는데, 문제는 환승이 1시간이야

아이고, 국제선 환승인데 1시?



아휴, 국제선이 1시간이면 너무 시간이 짧은 것 같네


그러게 말이야

 

국제선을 갈아타는데 환승시간이 1시간이면 비행기 문 열리면 냅다 뛰어야한다는 얘기인데요. 흠.... 아무래도 비행기표가 싸서 사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미국팀이 경유지에서 비행기를 놓쳤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예상되었던 비행기 놓침으로 인해, 남편이 열심히 준비한 일본 여행 전체 일정이 흐트러져 버렸답니다. 인솔자인 남편은 체코와 일본 현지 에이전시 양쪽으로 연락을 취하면서 일정을 수정해야됐고요. 


여기 상황이 좀 안 좋아


어, 정신없을 거 같으네


응, 내가 연락 좀 자주 못해도 이해해줘 


그럼그럼


아! 그리고 부인 일본에서 선물 뭐사갈지 얘기 안해줬어 


일본에서 뭘 사야하는지도 잘모르겠고....곧 한국 갈거라, 딱히 필요한 것은 없는데 


생각나면 문자로 보내줘


응, 알겠어


사람들은 일본여행 선물로 어떤 것을 사는지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일본여행 선물 추천으로 검색을 해보니, 포키 (한국 빼빼로랑 비슷), 녹차맛 킷캣, 모찌과자, 밤만주 등 과자류가 많더라고요. 이외에도 미용 생활용품 같은 것도 일본여행 선물로 많이들 사오고요.   


제가 일본 상품에 대해서 어떤 것이 좋은지 잘 모르는 이유도 있지만, 요즘은 한국에 일본상품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뭐를 사달라 해야할지 ;; 모르겠더라고요.  


고민을 하던 중! 갑자기 <도봉순>드라마에 나왔던 ROYCE 초콜렛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이 초콜렛을 처음 먹어본 게 2009년 경인 것 같아요. 

일본사람과 장거리 연애를 하던 친구가 결혼을 하는데, 웨딩 촬영을 한다고 해서 체코남편(구 남친)과 구경을 갔습니다. 한국의 웨딩 사진 문화에 대해 직접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일본인 예비 신랑은 그날 오전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상당히 피곤할텐데도, 제법 근사하게 웨딩촬영을 했답니다. 

바쁜 와중에도 예비 신랑이 가져왔던 선물이, 바로 ROYCE 생초콜렛!!! 

일본에서 HOT하다는 초콜렛이라며 먹어보라고 했는데, 그때 먹을 때는 별 감흥이 없다가 - 시간이 몇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그 맛이 생각이 난거죠. 

음식에 대한 기억이란... 참... 신비로운 것 같습니다.  


로이스 초콜렛의 장점은 부드러운 식감인데, 단점이라면 냉장보관을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남편은 공항에서 로이스 초콜렛을 샀더니 비행시간을 묻고 냉매제와 함께 야무진 포장을 해주었답니다. 정말 포장을 보면 아시아쪽이 확실히 앞선 것 같아요. 한편으로 자원 소모가 크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포장을 열었더니,,, 짜짠~~~ 로이스 생초콜렛 녹차맛 2상자가 나왔습니다. 

저희 체코남편은 선물을 사오라고 보면 기본이 2상자인 것 같아요. 

​로이스 생초코렛을 처음 먹으면 일반적인 초콜렛 맛이라기 보다는, 카라멜처럼 쫀득한 식감이 있습니다. 저는 씹었을 때 영국 카라멜인 퍼지 FUDGE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남편, 2상자나 사왔어? 

맛만 조금 보게 1상자만 사와도 되는데

아냐, 부인 먹고 싶은 거니까 많이 먹어

고마워. 근데 생초콜렛이라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데~ 남편은 녹차맛 과자 안 좋아하니까 나 혼자 먹을거 아냐....

경고! 경고!

이 로이스 초콜렛은 처음에 먹으면, 읭? 뭔맛이지? 하다가도, 맛을 들이면 20개가 어느새 초콜렛 상자에서 배속으로 다 운반되어 있을 위험이 있습니다.  

제가.... 디저트 마니아인 제가.....유통기한 안에 다 먹지 못할거라는......어디 말도 안되는 걱정을 했던가요 ^^

손에 묻히지 않고 생초콜렛을 즐길 수 있게, 앙증맞은 포크가 들어 있어서...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라서 게눈 감추듯 먹을 수밖에 없었다 변명해봅니다. 

​로이스 생초콜렛에서 멈추면 녹차 덕후가 아니죠... 남편에게 녹차맛으로 부탁한 Meiji메이지 비스켓! 

남편은 이 녹차 과자도 2상자 사왔더라고요. 

아이고, 남편. 이 녹차과자도 두 상자 샀네?

응, 우리 부인 많이 먹으라고 

고마워용. 먹고 부지런히 또 운동해야겠구만

제가 온라인에서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메이지 과자 상자는 상당히 작았습니다. 손바닥 두개 합친정도의 크기정도? 저는 초코파이 상자정도를 기대했는데 말이죠. 

안을 열어보니 과자가 낱개로 포장되어 있어 참 좋았는데,

낱개 포장이 3개, 포장봉지 안에 녹차과자 2개씩 들어 있어서 - 

박스 하나 당 총 6개 과자가 들어 있습니다. 세상에나 ㅠㅠ 일본제품들이 전체적으로 아기자기 한 듯 싶어요.

아하하하하하. 남편! 상자 하나에 과자가 6개 들어 있어

6개? 진짜로? 

응, 한봉지씩 아껴두고 먹으려고 했더니, 맛있어서 금방 다 먹겠어 

아휴~ 그렇게 비싸지 않았는데 더 사올 걸 그랬네 

나도 이렇게 적게 들어 있는지 몰랐지. 화면에서 볼 때는 상자가 커보였거든. 다음에는 좀 더 많이 사다줘​ 

응~


이번 일본 여행 선물을 사면서, 부인이 녹차과자 덕후임을 알았으니 다음번에 일본가게 되면 녹차제품을 더 많이 사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어요 ^^

 

저는 초콜렛도 좋아해서 녹차과자의 검은부분이 초콜렛 맛이 날 줄 알았는데, 달지 않은 맛이어서 기대와 달랐습니다. 하지만 녹차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메이지 과자는 다시 생각나는 맛이에요. 


시차에 적응할 틈도 없이 남편은 다음 날 출근을 했습니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평소에는 근처 커피숍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책을 보거나, 체코어 숙제를 하는데 - 오늘은 냉장고에 로이스 초콜렛이 생각나 집으로 왔습니다. 


앙증맞은 포크로 콕! 찍어 초콜렛을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녹차향기가 그윽하게 퍼지네요. 초콜렛을 오물거리며,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일본 맛차 초콜렛으로 달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