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의 식습관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한다고 하여, 요즘 아기를 다양한 식재료을 해먹이는데 신경을 많이 쓰게됩니다.
저희 딸은 다양한 반찬 중이 계란말이를 가장 좋아해서 자주 해주는데, 계란을 말고 있으면 남편이
우와~~~ 계란말이!!! 나도 한입만
합니다. 딸랑구 계란을 홀랑 집어서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며
가만히 보면 우리집에서 딸이 최고로 좋은 것은 다 먹는 거 같아
아 또, 뭐가 그래ㅡ 딸 저녁 준비하면서 우리 먹을 것도 만들잖아
그리고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놓고 쓸 물통에 이름 철자를 예쁜 스티커로 붙이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출근준비를 하다말고 제 옆으로 다가옵니다.
봐봐, 딸은 이렇게 예쁜거 해주고
왜, 부러워?
응
진짜로? 아이고야~~ 스티커 철자 남았으니까, 그럼 남편 휴대폰에도 붙여줄까?
아냐, 됐어. 그냥 나는 어렸을 때, 이렇게 최고로 받은 것 같지 않아서
남편도 아기였을 때 사랑 듬뿍 받으며 부모님이 뭐든 최고로 해주셨을 걸
흐음, 이렇게 최고로 좋은 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는 한국 엄마잖아. 그리고 당신이 너무 어려서 기억을 못하니까 그렇지 ㅋ
한국엄마라고 얘기를 한 이유는 제가 느끼기에 체코엄마들은 전반적으로 육아에 있어 한국 엄마들보다는 덜 신경을 쓰는 것 같거든요. 아이들 먹이는 것에서나 교육적인 부분도요. 체코엄마들의 육아방식을 보면 수월해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엄마들이 아기를 키우는데 극성맞다고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자식을 정성스럽게 보살피는 거죠.
체코부모든 한국부모든, 정상적인 부모라면 자식을 키움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단지, 최선을 다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정도와 수준의 차이는 생길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형편에 맞게 주어진 상황에서의 최선일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제 사정에 맞게 하는데, 그런 모습이 남편이 볼 때는 은근한 질투가 느껴지나봅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저나 남편이나 개인 시간이 서로의 삶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 것을 알았습니다. 시간뿐 아니라 공간도 말이죠ㅡ
남편, 저기에 아기 보험증 좀 넣어줘
여기는 내 상자잖아
남편이 아기 병원 일정 챙기니까 거기 같이 넣으면 되지
아휴,,, 도대체 우리 집에 내 공간은 하나도 없나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여기도 아기거 저기도 아기 꺼
아휴ㅡ그 상자에 넣기 싫으면 그 밑에 수납장에 넣어줘요
남편의 공간뿐아니라 제 공간의 많은 부분도 아기에게 할애되어 있지만, 긴 이야기 해봐야 감정만 상할지 모르니 1절만 합니다.
저는 아기와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일을 하는 남편은 하루에 딸과 얼굴보는 시간이 2~3시간 정도입니다. 그래서 남편은 되도록 아기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 위해, 아기를 재우기 전에 온 가족이 침대에 모여 굿나잇 인사를 하는데요, 아이와 저, 남편이 쪼르르 한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제가 먼저
도브로 노쯔 Dobrou noc (체코어로 잘자, 영어로 good night)
하면 아기는 제 말소리를 따라하려고 혀를 낼름낼름 부지런히 움직이며
도리로오~~
하고소리를 냅니다. 그럼 남편은
잘자요, 내 사랑들
하고 뽀뽀를 하는데, 점점 저희집 꼬마 아가씨가 뽀뽀를 안 하려고 합니다.
딸 뽀뽀!
(고개를 돌리며) Ne!
뽀뽀 안 해? 한번만
(온몸으로 저항하며)으으~~ Ne! Neeee !!!
쳇, 나도 됐어. 엄마한테 하면 된다. 내 인생에서는 이 여자가 최고야
그리고는 제 입술을 맞추면서 눈동자는 자꾸 딸을 희끗희끗 봅니다.
(뭐지, 이건?) 남편 뭐 하는거야?
어?
지금 딸한테 질투심 느끼게 자극하려고 나한테 뽀뽀하는거야?
아,,,, 그게
이런 대화를 나누는데, 아기가 저한테 몸을 굴려 오더니
보보 (체코어로 물이 voda보다)
합니다. 아직 잠들기 전에 깨어 있는 상태여서
딸이 일어나서 혼자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말했더니 눈치를 보는지, 처음 5초 정도 가만히 있습니다. 그리고는 밍기적 거리며 앉아 물병있는 곳으로 손을 뻗습니다.
아이~~진짜, 이 아가씨 게으르네. 누구를 닮았나?
난 아냐~~
진짜로?
게으르기는 체코사람인 남편이 게으르겠지
음,,, 아닌 거 같은데ㅡ 내 게으름 10% 부인 게으름 90% 닮은 거 같아
참나- 90% 게으르다고?? 그럼 그렇게 게으른 여자랑 뭐하러 같이 산대?
아, 그게ㅡ 너무 게을러서 손이 많이 가거든. 그래서 당신은 내가 없으면 안돼
아놔ㅡ 이 체코남자... 이리도 병주고 약주고에 능하다니~~~~ 가끔 제 마음을 들어다 놨다하는 요물같은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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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큰아들인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결혼해서 아이 셋키우고 있는 친구말들어보면 남편이 아이들을 상대로 질투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아기 낳기 전에는 그렇게 아들같은 느낌없었거든요. 남편=아들=아빠=오빠=친구 들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걸 다시금 잘 기악해야겠어요
남편의 질투가 이해가 돼요. 저도 매끼마다 애들한테는 과일 종류도 다양하게 식판에 놓아주면서 남편한테는 그 과일을 준 적이 없더라구요 ㅎㅎㅎ 장보러 가서 매번 과일을 엄청 사는데 남편이 하루는 이렇게 많은 과일들을 왜 자기는 구경도 못 해 보는거냐고 해서 그때 아차 싶더라구요. 애들 신경쓰느라 남편은 너무 뒷전이였던거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남편 도시락 쌀 때 과일도 같이 넣어줘요. 위에 프라우지니님 말씀처럼 남편은 큰 아들이니까 질투하지 않게 공평하게 사랑해 주세요 ㅍㅎㅎㅎ 정작 이렇게 말은 하지만 저도 공평하게는 절대 안되더라고요.
그쵸? 저도 간혹 아기의 식판에 더 신경을 많이 쓴다는 느낌 들 때가 있기는 해요. 남편한테는 미안하지만 남편은 성인이고, 딸은 아기니까... 라고 머리속에서 정당화 시켜버리기도 하고요 ㅎㅎ
그래도 정신차리고(?) 둘 다 잘 챙겨야겠어요. 엄마와 아내를 둘 다 잘해내기가 어렵지만 화이팅해야죠~
엘리님은 아들 2명과 남편이니 어렵지만서도 완전 든든하실것 같아요
ㅎㅎ 귀여운 질투네요 ㅎㅎ
남자들이 할수 있는 질투라 생각됨 ㅋ
국적불문하고 남편이라면 느낄수 있는 감정인가봐요 ^^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남편을 이해해보도록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