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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도깨비 인생같은 해외생활

어렸을 크면서 자주 들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너도 결혼해서 자식 낳아보면, 부모님 마음 이해할게 될거야

 

였습니다. 부지런히 시간이 흘러 저도 결혼을 하게 되고 출산과 육아를 하게 되면서, 말처럼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한가지,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사람들한테 듣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있는데요.  바로,  기억의 켠에 어렴풋 기억으로 남아 있던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모님의 행동에 대한 들도 치고 올라온다는 점입니다.

 

아빠는 그랬을까…. 아빤데

엄마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나도 엄마가 필요했는데

 

지난 포스팅에 썼지만,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보니 부모님도 인간이다보니, 모든 자식을 공평하게 골고루 사랑하기는 어려운  같습니다. 

 


자식으로서의 저를 돌아보면서, 이런 포스팅을 쓰는 것이 아직도 찌릿찌릿 아픕니다. 

이런 서운한 마음은 사라지기 어렵겠지만, 부모님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다해주고 싶지

 

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엄마 아빠는 상황과 입장에서 자식들에게 최선을 다하셨을테니까요.

 

그리고 이제는 제가 성인이 되었으니, 선택에 있어 부모님의 책임은 적으니.

충분히 어린시절 부모님이 주었던 영향의 그늘에서 벗어나,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삶을 설계할 있는 나이여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어릴적부터 독립심이 강한 편이었던 같아요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학교에서 합주단 활동을 하면서, 방학때만 되면 서울로 콩쿨을 참석하거나 제주도로 수련회를 갔었고요.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떠나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이 좋아서 제가 보내달라고 했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부지런히 보내주신 것에 참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의 독립적인 성격이 어디서 왔는고... 생각해보니 


형제자매 속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혼자 하니 부모님이 믿고 내버려 두신건지..

아니면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던 똑똑한 언니의 성공에 집중하신건지….

어렵게 얻은 아들에게 관심이 쏠려 있었던 것인지….

와중에 스스로 홀로 살 길을 찾다보니 제가 독립적이 것인지ㅡ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된 것 같기도 해요 ^^ 

 

결론적으로는 강하게 홀로서기를 미리 배운 덕분에, 제가 20 초반부터 해외생활을 결정도 내릴 있었던 같습니다.

 

▲ 제가 기억하는 호주 퀸즐랜드 브리스번의 이미지


20 초반의 나이가, 지금 생각해보면 여전히 여리고 부모님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라고 생각되는데, 당시에 호주로 어학 연수를 가면서 저는 20살이 넘었으니 스스로 컸다 생각했습니다.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온전히 혼자 사는 경험을 하며, 외로움 느낀적도 많았습니다

특히, 어학원을 다니면서 조금 친해지려고 하면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해외생활의 공허함도 조금 느꼈고요. 속이 텅빈 느낌을 초콜렛으로 덮힌 팀탐으로 채우려 한다 사실을 한참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체코이민을 오기 전에 걱정되었던 중에 하나도, 문득문득 찾아오게 해외생활의 외로움이었습니다호주에서와는 상황이 다른 점은 체코에는 체코남편, , 개들,,, 가족이 생겼으니까요.

 

지난 가족들과 주말에 쉬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에 있는 친언니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 외삼촌 체코 가신다는데?

외삼촌? 여수 외삼촌?

, 카톡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드려도 ?

, 당연하지

 

언니가 연락처를 주는 것에 대해 조심하는 이유는, 전에 얼굴도 모르는 아빠쪽 친척이 프라하에 오는 걸로 제 화를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 그려러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도 왠만히 까칠한 성격인 싶습니다.

 

삼촌은 프라하 여행을 패키지로 것이라,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어서 연락이  닿 않았습니다. 언니한테 연락을 받고 한 4시간정도 지나서 삼촌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OO, 오늘 프라하에서 있겠니?

, 삼촌. 혹시 숙소가 어디에요?

 

프라하 여행의 장점 하나는 호텔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인데, 대체 얼마나 패키지이길래 프라하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외곽 숙소가 있습니다.

 

삼촌, 숙소로 가려고 했는데요, 숙소 위치가 거의 서울-의정부 거리라서요

몇시까지 프라하 여행하세요?

있다가 저녁을 KOBA에서 먹기로 했다. 그리고 야경보고 숙소로 이동 

, 그럼 제가 KOBA 식당으로 가는 좋을 같아요

그래, 그럼 식당에서 보자

 

단체 여행을 하는 중에 잠시 시간을 내서 보는 것이고, 일정을 잘못 맞추면 길이 어긋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저녁 식사 장소에서 보는 제일 낫겠다 생각했어요.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데 한국 여행객들이 여러명 걸어 옵니다.

 

삼촌!

아이고야~ 반갑다. 잘 지냈어? 이제 너도 제법 아줌마 티가 난다

그렇죠, 이제 엄마인데 

 

거의 2년만에 뵙는 삼촌을 보면서,,, 이제는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버리신 막내삼촌. 

게다가 훤~해져버린 삼촌의 이마를 보며, 세월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삼촌을 마주하면서 드는 생각이.... 

제가 저희 딸만했을 때 제 모습과 커가는 시간을 고스란히 보고 기억 있는 사람이잖아요. 출산 전보다 끈끈한 가족애가 느껴집니다.

 

식사를 마치고 자유시간 1시간이 있어서, 삼촌과 삼촌과 같이 여행하시는 동료분들을 모시고 팔라디움 쇼핑센터를 갔습니다. 삼촌은

 

아기 옷이라도 입혀라

 

하시며 용돈을 챙겨주시더라고요


부모님과 외숙모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외삼촌을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핏줄은 핏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시간동안 급히 쇼핑을 마치고 패키지 관광 일정에 따라 블타바 강변을 거닐며 프라하 야경을 구경하는 일행을 잠깐 따라갔다가, 중간에 저는 트램 타려고 빠져나왔습니다


삼촌, 저 갈게요

응, 그래. 남편이랑 아기랑 건강하게 잘 지내고

네, 한국에 가서 뵐게요


그렇게 삼촌은 떠나고, 저는 다시 프라하에 남겨졌습니다. 


삼촌과 프라하에서 함께한 간이 너무도 짧아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더라고요. 

집으로 돌아오는 트램에서 내내 삼촌이 주신 용돈을 만지작거렸습니다. 

 


며칠 뒤, 회사 부장님 송별회가 있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제가 결혼하던 시기부터 입덧을 많은 배려를 해주시고, 육아휴직 기간에도 회사에 행사가 있으면 연락해서 챙겨주셨던 부장님… 


저의 개인블로그와 회사생활의 이중생활(?) 아시고,

 

프라하 밀루유가 OO씨야?

 

라고 회사에 이중생활의 실체 널리 알려주시고 ㅎㅎ 


제가 회사 생활하면서

 

나도 저런 매니저가 되고 싶다

 

생각이 들게끔 해주신 부장님


▲ 부장님댁 집들이 식사 

(한상차림이 대단해서, 이후로 비교될까 회사에서 집들이를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


직원들을 워낙 잘챙겨주는 부장님이라, 송별회때도 연락을 주셨습니다. 

원래 계획보다 회사 사정때문에  빨리 체코를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만나면 헤어지게 되는 것….. 회자정리가 당연시 되는 것이 삶이고 인생이라 할지라도..

사람들과 헤어질 때마다 마음이 쌔름쌔름 아픕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며칠동안 울적하기도 하고이동하는 중에 멍하니 있다가 눈물이 글썽하기도 하고요. 

 

나는 이렇게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누군가는 계속 스쳐 지나가고…

불현듯 왔다가 잠시 머무르고 떠나는구나

 

한동안은 체코에서 만난 한국사람에 대한 회의도 느꼈습니다. 헤어짐이 아파서요.

 

저는 사람을 오래 지켜보고 더디게 친해지는지라, 언제떠날지도 모르는 여행자처럼 사는 해외생활에서 오래 깊은 우정을 쌓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기댈 마땅치 않은 척박한 해외생활에서 각자 살아남기 바쁘다보니,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저는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약속을 잡아 시간에 맞춰가도, 상대방은 시간에 맞추지 않는 경우도 왕왕 생기고요

 

그러다보면 저도 상대에게 서운한 마음 내비치게 되면서, 제가 상대에게 서운한 만큼이나 그분들도 저한테 섭섭한 마음 들게 됩니다. 또 모르죠... 어떠한 제 행동이 상대에게 정떨어지게 했을지도. 

 

스스로 내린 결론이라면

 

서운한 감정도,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내 기준에 맞춰 기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연락이 오면 오는 대로 만나고 얘기 나누고, 그러다 모르는 사람처럼 연락이 ! 끊겨도 사느라 바쁜가보네 하고 말기로 했습니다


어느정도 거리를 두며 저를 지킨다고 해야할까요

가까워지려고 노력을 하면 그만큼 저도 기대를 하게 되어 버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서운함이 반복되고, 아픔이 계속되고….

 

체코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오래 보고 가까이 붙잡으려는 욕심의 끈을 놓기로 했습니다대신 누구를 만나도 번을 만나도…. 물흐르듯, 바람이 스쳐지나가듯, 순간 최선을 다하기로.

 

2016 대박 드라마 <도깨비> 보면서, 불멸을 사는 도깨비가 사람들을 떠나 보내는 장면을 보고 있다가 저도 같이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어쩌면 저의 체코생활이 마치 도깨비의 인생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저는 체코에 머물러 있지만, 사람들은 잠깐 들렀다가 떠나버려서요.

앞으로도 체코생활을 계속 한다면, 사람들과의 만남은 순간 지나지 않을 같아요. 

 

누군가를 계속 떠나 보내는 공허한 마음.

그리고 저한테는 소중해서 연락하며 가까워지고 싶지만, 상대는 제가 필요하거나 자신이 편할때만 연락하는 관계…


또한 해외생활자가 앉고 가야 하는 인생숙제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스스로 마음의 집착을 버릴 있게 기도해봅니다


+ 요새 저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는 친구라면 82cook.com입니다. 

그곳에 올라오는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들을 보면, 비단 해외생활을 하기때문에 겪는 외로운 마음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사람이면 누구나 외로운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