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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리움

아직도 프라하를 사랑하나봅니다

이전 포스팅을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딸과 함께 한국에 와 있습니다.

해외입국자로서 무사히 2주 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마지막 검사 결과도 음성이 나와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크하!! 정~~~말 행복합니다.

2020년 코로나 상황이 여러모로 답답하기도 하지만, 올해 코로나를 겪으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1. 건강이 진.짜. 제일이다.
2. 별일 없는 일상이 행복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가치 중에 건강이 제일 소중하다고 얘기하지만, 건강 관리에 얼마나 신경을 쓰며 살고 있나 되짚어 봤어요.

매일 밤 규칙적으로 잠드시나요?
운동은 꾸준히 하고 계신가요?

요즘 과로하지 않으셨나요?
최근 과식하지 않으셨나요?
주로 편식하지 않으신가요?
지난 모임에서 과음하지 않았나요?

일상을 살다보면 위 질문들에 "네!" 라고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네"가 많아지도록 노력하며 사는거죠~

저도 많이 노력중입니다. 올해 코로나라는 전염병을 통해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면서요.

2020년 12월을 기점으로 유럽이 상황이 좋지 않아, 거의 국경봉쇄에 가까운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에 강한조치 > 6~8월 해제 > 10월 중순부터 강한 조치 (상점, 식당 문 닫음) > 12월 초 상점 재개장 > 12월 말 국경 봉쇄에 가까운 조치

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유럽 상황이 이렇다보니,

식당에 앉아 외식을 하고,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바로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과 같은 별일 없는 일상이ㅡ 행복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코로나 사태를 통해 깨닫습니다.


악화되어가는 유럽 코로나 상황이 한국 뉴스에도 나오니, 저희 엄마가 갑자기 묻습니다.

ㅡ딸~ 네덜란드로 간다고 안 했니?
ㅡ네, 맞아요
ㅡ얼른 와봐. 유럽 상황이 안 좋아져서 입국 금지라는데~ 네덜란드도 얘기 나오네

네덜란드 얘기에 쏜살같이 TV 앞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영국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고, 영국인들이 다른 EU 국가 입국을 못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ㅡ 온라인으로 속보 내용 있는지 찾아볼게요

정보를 찾으면서, 예정된 날짜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니 답답해졌습니다.

남편은 어떡하지? 우리 멍멍이는?
일은 계속 재택근무가 가능할까?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도 6개월치 미리 냈는데 어쩌지?

저희 부모님은 못 가는 상황이 차라리 잘(?)되었다 생각하시는지, 껄껄웃으시며

ㅡ(아빠) 기왕 이렇게 된 거 한국에 더~ 있어라
ㅡ(엄마) 그러게, 더 있으면 되겠네~

ㅡ아휴~~ 그럼 일은 어떡해요
ㅡ(아빠)이참에 한국에서 일거리도 찾고, 한국에서 사는거지.
ㅡ(엄마) 집도 있겠다~ 쌀도 있겠다~ 뭐가 걱정이냐?

엄마와 아빠는 주거니받거니 하시며, 농담반 진담반이신거 같았어요.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는 '이억만리 추운 나라에 떨어져 사는 자식' 인지라, 아무리 자주봐도 1년에 한번 볼까말까하니 또 멀리 보내기 싫으시겠죠.

햇수가 꽤 되었으니 이별에 익숙해질만도 한데, 시간이 갈수록 헤어짐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슬퍼집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봐도 네덜란드에서 환승이 불가능하다거나, 환승 관련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2020년 12월 21일 기준입니다.
혹시 모르죠 ㅠ.ㅠ 비행기가 취소될지도...
12월 29일부터는 네덜란드 환승 승객들에게 PCR 테스트 음성판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출발 제외), 정말 시시 각각 코로나 현황이 바뀌고 있으니, 여행하시는 항공사와 대사관 공지를 수시로 확인하셔야합니다.)

남편과 강아지, 일을 제외하고ㅡ
그냥 프라하를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사실 자체를 떠올려보니, 서글퍼졌어요.

블타바 강변의 백조들도, 비셰흐라드의 산책도, 그림같은 올드타운의 풍경도.

아직은 프라하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여전히 프라하를 사랑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