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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리움

체코사람이 보고 놀란 한국음식

점점 체코 출국 날짜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엊그제 한국 입국해서, 자가격리 마쳤다고 기뻐했던 것 같은데ㅡ

역시나 돈 벌지 않고 쓰는 시간은, 참으로 즐겁게 빨리 흐르는 듯 싶습니다ㅡ ^.^

제가 체코생활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자, 저희 부모님의 마음이 조급해지시며, 몸에 좋은 걸 더!! 먹여서 보내겠다고 장어구이를 먹으러 가자고 ㅎㅎㅎ
몸보신에 좋은 장어구이라니~~ 부리나케 옷을 챙겨입었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데리고 가고 싶었던 곳은 통영 장어구이였는데, 문을 닫았더라고요.
그래서 근처에 다른 장어구이집으로 갔습니다. 미리 전화를 해보니 다행히 영업하시더라고요.

순천 장어구이 장어탕 맛집
갯마을숯불장어구이
743-7666

갯마을숯불장어구이 식당의 구글 평점을 찾아보니 3.9 였습니다.

입맛이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구글평점 4.0 이상 되는 식당이면 그럭저럭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3.9는 살짝 실망할 요소가 있는 가능성이 있어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당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분들께는 허름하고 시장처럼 북적거려 실망할것 같더라고요. (-1)
약간 동네 아저씨들 가는 선술집같은 분위기가 난다고 해야할까요 ^^;

코로나 상황에 테이블 간격도 가까운편이고,테이블 사이에 플라스틱 칸막이도 없습니다. (-1)

저한테는 식당 분위기가 제일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살짝 당황했어요.
옆테이블에 크게 떠드는 분들도 있어 부모님도 불편해하셨구요.

식당 분위기에 당황하고 있는데, 장어가 나왔습니다.

방금 생물에서 잡은 것인지, 장어꼬리가 막 꿈틀꿈틀거립니다.

장어가 움직이는 모습을 처음 보는 제 딸은
ㅡ 엄마, 막 꼬리가 움직여~~

하며 호기심에 가득 찬 말투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심정이 좀 복잡했습니다.

이미 죽었으니 산채로 올린 건 아니고 근육 반응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타오르는 뜨거운 숯불에 여튼 남의 살을 올리고 있노라니.

이렇게 까지 뜨거운 불위에 꿈틀거리는 것 먹어야 하나...
그래도 싱싱한 것을 먹어야 몸 건강하게 프라하생활도 잘하겠지..


참으로 이중적인 마음이죠?
장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죄책감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장어 소금구이를 못 먹었냐고요?
앞으로 안 먹을거냐고요?

아니요 ㅠ.ㅠ 생강 잔뜩 쌈싸서 맛있게 뼈까지 꼭꼭 씹어 먹었고요. 다음에도 기운 딸리면 또 먹고 싶겠죠.

장어구이를 먹으며 체코 사람들이 한국 다녀와서 충격적인 게 뭐였는지 얘기했던 게 생각났어요.

한국에 여행와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음식들이

1.산낙지 (꿈틀거리는 상태에서 먹어서)
2.연포탕
(낙지를 산 채로 뜨거운 물에 넣어서)
3. 조개구이 (산 조개를 뜨거운 불에 구워서)


먹는 걸 보며 잔인하다고 느꼈다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되긴하더라고요.

그럼 그 사람들은 다 채식주의자일까요?
핏기 가시지 않은 송아지 스테이크 썰면서, 남이 죽여준 고기랑 생선 먹으면서, 내 눈 앞에서만 살생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괜찮은 건가요?
유럽에 그 비싸고 고급진 스시집들은, 가짜 생선살로 만들어 먹는 것인가요?
눈 앞에서 더욱 신선하게 먹는 게 뭐 그리 잘못되었나요?


봐요봐요, 이중인격자 같잖아요. 으아아앙 ㅠㅡㅠ

음식 문화는 문화의 상대성을 어느 선까지 적용할수 있는지 어려운 문제같아요.

정신적인 혼란(?) 속에 장어구이를 다 먹고, 밥을 주문하면 나오는 장어탕이 나와서~ 한 수저 떠서 맛을 보는데, 우와🤩🤩🤩🤩~~~•

전혀 비리지 않아서, 한 그릇 뚝딱 비웠어요.
장어탕 특유의 비린맛때문에, 장어구이 먹은 다음 나오는 장어탕을 보통 한 수저 맛만 보거든요. 장어탕 한그릇 다 먹은 건 처음이에요.

인생 장어탕이라고 기억할만큼, 제 입맛에는 장어탕 맛이 딱 좋더라고요. 장어탕을 찾아 먹지는 않아 비교 대상이 많지 않은지라, 다른 장어탕 맛집 맛은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식당을 다녀와서 장어구이집에 대한 구글 리뷰를 자세히 다시 찾아봤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 장어구이 장어탕 집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더라고요.


최모야 님의 리뷰에 상당히 동의하는 바에요.

장어가 맛난편이고,
숯불 위에서 춤을 추며 직접 구워야합니다.
위생과 분위기 중요하신분은 다른 곳으로~~


체코에서 제가 아무리 맛있게 끓인다해도, 이런 깊은 장어탕 맛은 안나겠죠 😭😭
봐요~ 이 맛이 그리워 또 먹을 거 같잖아요.

+ 이상 이중 인격으로 혼란에 빠진 딸을 가진 엄마의 체크카드와 함께한 순천 장어구이맛집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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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와 댓글이 있으면, 그 날 기분이 엄청 좋더라고요. 앞으로 글도 더 열심히 쓰고 싶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