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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사랑은 아무나 하나 체코편, 그 뒷이야기

3월 중순이 지나면서 프라하에는 햇살이 비추는 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 영하 10도로도 내려가고 최고 기온도 영하에 머무르는 등 여전히 동장군이 기승을 부립니다. 이맘때부터 4월 초까지는 한국보다 추운 것 같아요. 

햇볕 못 쐬고 눅눅한 겨울이 계속되고, 다시 회사일을 시작하려니 몸이 축났는지 심한 몸살이 왔었습니다. 병가까지 써야할정도로 아팠어요 ㅠㅠ

몸도 아프고 일도 적응하느라 정신없어, 이차저차 블로그에 소홀해졌다가.... 

급격히 줄어드는 방문객을 보고 (저는 방문객 숫자와 공감 버튼에 연연하는 블로거입니다 ^^), 다시금 포스팅에 열의를 다해보자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밀려있던 포스팅 중에 하나인, <사랑은 아무나하나> 체코편 촬영 뒷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촬영 기간동안 PD님과 촬영 감독님들은 저희를 정말 편하게 해주셨어요. 

그래도 일반인인 저와 가족들 늘 마이크를 차고 카메라 앞에 서고, 조금만 다른 행동을 해도 카메라가 우르르르 가까이 다가오는 게 어색했답니다.   

어색해 하는 행동을 눈치 채셨는지, PD님은

저희는 주변에 없다... 그냥 귀신이다...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평소대로 활동하시면 됩니다 


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셨어요. 

<사랑은 아무나 하나> 촬영을 하는 동안 떨어진 마이크도 주워주시고, 눈썰미 좋으신 감독님은 아기가 식당에서 가지고 놀다 떨어뜨린 잃어버릴뻔한 반지도 찾아주셨답니다. 



아름다운 배경을 위해 야외 인터뷰를 할때는, 저는 핫팩도 붙이고 담요도 덥고 있어 그나마 버틸수 있었는데ㅡ 오들오들 떠는 남편보니 미안한 마음 들었습니다. 

촬영하는동안 프라하 날씨가 상당히 추워서, 야외촬영을 하며 모두들 고생하셨어요.

날이 추우니까 따뜻한 국물 생각 많이 나네요
맞아요. 저는 콩나물 국밥이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저는 알탕~ 해외생활하시면 알탕같은 것은 안 먹고 싶으세요?
음... 알탕요? 별로...

아~ 그런 음식은 안 좋아하시나보다
그럼 돼지국밥이나 순댓국은 드세요?

둘다 완전 좋아하죠

하아~~ 신기하네
그냥 알탕만 잘 안 먹어요. 건더기 모양도 무섭고, 씹을 때 식감이 별로이고요

그럼 명란젓 같은 것도 안드시겠네요?

먹죠~~ 흰밥에 명란젓 비벼서 김 싸서 먹으면 맛있잖아요

허어... 신기한 입맛이네요

새로운 사람과 만나다 보면, 제 자신을 재발견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은 전에도 입맛에 있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학교 친구들이랑 밥을 먹으러 갔는데, 볶음밥을 시켜서 먹고 완두콩만 한쪽에 남겼습니다.

왜 완두콩만 남겼어?
완두콩 싫어서. 완두콩의 껍질 식감이 싫어

아...그럼 그냥 까 먹는 콩도 안 좋아해?
아니, 그건 먹어. 콩집만 볶은 것도 먹고


흐음... (통조림이라서 싫은건가?) 

통조림이 싫은거야? 그럼 옥수수 통조림도 안 먹겠네?

아니 - 옥수수 통조림은 완전 잘 먹는데

당시 친구 중 한 명이었던, 남편은 제 입 맛을 보고 

희한한 선택적인 편식을 하는 여자

로 결론 내렸답니다. 

다시 촬영 뒷이야기도 돌아가서~~ 

<사랑은 아무나 하나>이 방영되고 나서 질문을 하나 받았답니다. 

촬영하면서 다 짜여져 있는대로 찍나요? 

제 대답은요~~~

아니오, 짜여진 대본은 없습니다. 

대본은 없지만, 작가님들과 사전 인터뷰를 통해 대략적인 동선은 정해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프라하에 올드트램, 신식트램을 다 담기 위해서 트램을 기다렸다 타기도 했고요. 

장소를 이동하다가 부랴부랴 식당에 들어가버린 경우에, 나중에 식당 들어가는 모습을 별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방송 중에서 남편 회사 촬영분도 있었는데, 약간의 연출된 상황도 있었답니다. 평소 같으면 직원에게 메신저로 얘기하는 걸, 남편은 일어 나서 직접 대화하기도 했고요,   

직원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을 담지 못해서, 2번 인사를 해야했습니다. 

같은 장면을 처음인냥 또 찍으려니 어색한 것이 티가 많이 났나봐요. 직원 중 한명이  

아하하하하, 얼굴에 어색한 가짜 웃음인거 다 보이네요

처음 만난 날이기도 하고 카메라까지 있는 상황이니, 자연스러운 표정이 안 나오는 거 - 

누구보다 제 자신이 잘 알고 있는데… 그걸 다른 직원 분,,,, 그렇게 콕! 찝어 얘기해야하나요 ;;; 


튼 리허설도 없이 낯선 곳에서 원하는 그림을 바로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보니, 연출자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이었습니다.   

1주일이라는 시간동안 큰 문제가 없었는데, 막판에 프라하 블타바 강변을 걷는 장면을 촬영하고 싶다하셔서 갔는데.... 

갑자기 눈보라가 휘몰아 치면서 딸은 졸려서 짜증내면서 기침을 심하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상황에 짜증이 나서 

날씨가 이런데 강변 걷는 거 꼭 찍어야 하나요???

저희가 실내 화면은 많은데, 야외 장면이 별로 없어서요

다행히 PD님이 제 짜증을 그러려니... 해주셔서 큰 다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모 연예인이 촬영하다 도망갔는지, 배우랑 감독이랑 싸우게 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반전은~~ 눈보라를 헤치고 힘들게 촬영했는데, TV방영은 하나도 안되었어요. 

<사랑은 아무나 하나> 실제 방송을 보면서, 얼마나 편집이 많이 되던지.. 깜짝 놀랄정도였답니다. 1시간 촬영분이 2~5분정도 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숭덩숭덩 짤려나가서 마음이 다 아플정도였어요. 


1주일 촬영 기간이 끝나고 촬영팀이 떠나고 나서, 고요한 아침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거실로 나오면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립니다. 

부인, 진짜 우리 집에 카메라 없지? 

어어, 없어. 나도 아침에 확인했어 

왠지 어디서 숨어서 촬영하고 있을건만 같어

그치~? 카메라는 없는데, 대신 유리창에 카메라 흔적은 남아있어

일요일 저녁, 런닝맨 보면서 남편은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합니다. 

하아~~ 저렇게 조금 오바해서 얘기했어야 했는데...


남편은 촬영을 하는 동안 감탄사나 리액션에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거든요

왜 런닝맨 멤버들이 오버하면서 계속 “무섭다, 무섭다” 하는지 알겠네나도 이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그래? 다음에 기회 있으면 또 할거야?

음… 글쎄… 

나는 다시 해보고 싶긴한데, 야외 촬영만

나도. 집에 카메라 설치 되어 있는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


마이크를 착용하고, 슬레이트를 치고... 마이크 때문에 외투 착용도 번거롭고 화장실 갈 때, 특히 원피스 입은 날은 더 번거롭더라고요. 집에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때문에 옷 갈아입는 것도 불편했고요. 신기한 경험이라면 아드레날린 때문인지, 촬영 중에는 배가 안고프더라고요. 

겨우 1주일이라는 짧은 촬영기간이었지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카메라와 스태프가 없으니 휑~한 느낌도 들었답니다.

장기간 촬영을 하는 연예인의 경우 긴 작품이 하나 끝나고 "역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심정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카메라속 나와 실제 나의 괴리감이 생길 수 있겠고요. 

이후로 TV를 보면서 

저 몇 분 찍는데, 얼마나 시간을 보낸걸까...이 추운데 야와에서 찍느라 고생했겠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가 케이블에서 인기가 완전 많은 <효리네 민박><윤식당><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프로그램은 아니라서, 다행히 프라하 길가다가 알아봐주시는 분들은 없습니다. 

그래도 방송에 나오면서 연락이 뜸하거나 끊겼던 지인들한테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좋았습니다. 

가족끼리의 소중한 순간을 전문가의 힘을 빌어 기록으로 남길수 있었다는 점. 멀리 있는 한국의 가족에게 저희들 사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 가족의 신상이 이미 TV에 다 공개되었는데도, 인물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는 왜 이렇게 어색한지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