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근을 할무렵, 간만에 김치전이 먹고 싶어 김치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체코에서 사먹는 배추는 중국배추(čínské zelí 친스께- 젤리-) 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국배추랑 겉모습은 비슷하나 김치를 만들면 배춧대가 단단해서 절이기가 어렵습니다.

다행히 중국배추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아 집에서 종종 김치를 담궈먹는데요,
멸치 액젓 대신 오징어 그려진 생선소스에 배추안에 들어가는 김치 속도 안 만드는 초간단 김치 만들기이지만~~ 제법 종갓집 김치같은 맛이납니다. 


한참 전 부치고 있는데 남편이 집에 왔습니다.

​으흠~~~ 냄새 좋다

김치전 만들고 있어

앗싸! 김치전

응, 얼른 씻고 옷 갈아 입어


남편은 거실로 나오며 갑자기 눈이 흐릿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뭐라고? 얼마나 흐리게 보이는데??

부인이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전체적인 형상만 보여.

2미터정도 떨어진 거리인데, 그렇게 심각하게 안보인다니...

다행히 다음 날 아침 남편은 눈이 괜찮아졌다며 출근했는데, 

다시 햇빛을 보니 사물이 번져 흐리게 보인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병원이 가보는 게 나을 것 같아. 눈은 정말 조심해야돼.

시력이 나빠 진거면 어쩌지? 나 안경 써야 되는건가?

아이고.... 에휴ㅡ 안경쓰면 되게 별로인데.

뭐라고? 안경 쓰면 이상해서, 이혼이라도 할거야?

아놔~~ 이 남자 뭔소리야ㅡ 안경 쓰게 되면 얼마나 불편한지 몰라서 그래.
앞으로 당신도 안경 인생이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불편한 인생의 시작이구나 해서
안타까워서 그런거야.

아~~~ 난 또. 안경 그렇게 불편하면 부인 수술할래?

응, 언젠가는 하고 싶긴한데ㅡ 아직은 무서워서 못하겠어.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해서, 꾸준히 눈이 나빠지다가 한 20대 초반이 지나니 시력도 그대로 유지되더라고요. 성장도 완전히 그때 멈추지 않았을까요ㅎㅎㅎ 

남편이 안과를 다녀왔는데, 다행히 눈병에서 치유가 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남편에게 계속 보안경을 쓰고 다니라고 말씀하셨대요. 


지난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남편은 비슷한 안경을 두개 가지고 있습니다.


남편이 비슷한 디자인의 안경을 두개 갖게 된 사연

[소곤소곤 체코이야기] - 남편 안경 진짜는 어떤 것



다음 날부터 남편은 바로 안경을 쓰고 출근을 했습니다.

맨인블랙 같은 남편을 보며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남편! 근데, 어떤 선글라스 끼고 다녀?
비싼 거? 아니면 DM에서 산 보호 안경?

아침에 나갈 때 손에 잡히는 거~

ㅋㅋㅋ 나도 그럴 거 같아.



9월까지 괜찮았던 프라하 날씨가 10월이 되며 추적추적 비가내리더니만. 

기온이 10도까지 훅! 내려가 급격하게 서늘해지고 있습니다. 

추워진 날씨에 코트를 꺼내입었으며 생각해보니,  
유럽 여름 날씨의 단꿈에 젖어 우울한 겨울 날씨를 잠시 잊고있었네요. 

남편이 출근 전에 창가에 화분들을 확인하는데요

남편이 올해 부지런히 키운 토마토와 고추가 주렁주렁열렸습니다. 

남편이 키운 토마토

해외생활

고추 수확물

결혼해서 살기 전에는, 체코 남편이 열매를 잘맺도록 식물을 키우는 능력이 뛰어난 걸 전혀 몰랐습니다. 

저는 식물 쪽은 젬병이라, 남편하게 매일 키우는 것 힘들지 않냐 물었더니 

"화분에 물을 주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그럽니다. 


화분을 이리저리 보던 남편은

​​이제 추워지니까 확실히 수확이 줄었어. 이번 주말에 정리해야할 것 같아  

하아... 아쉽다

그래도 올해는 깻잎이랑 고추가 성공적이었어

그래그래

근데 부인 눈 감아 봐

왜?

아, 얼른 !!! 그리고 손

남편의 말대로 눈을 감고 손을 내밀었더니 제 손에는 고추반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아ㅡ 이게 뭐야 ㅋㅋㅋ

Honey, 나랑 결혼해줄래?

지난 포스팅에 이어, 또 다시 남편은 제 심장을 사르르 떨리게 합니다.

[소곤소곤 체코이야기] - 프라하 낭만은 아직 살아있다

그래 알겠어ㅡ 근데 고추가 왜 이렇게 생겼어?

벽 쪽에 가깝게 자라던 고추가 커갈 자리가 없어서 이렇게 꼬불꼬불 컸어

아이구야~~ 자기도 살겠다고- 모양이 진짜 희한하다 ㅎㅎ 

희한한 고추

그치. 내년에 다시 깻잎이랑 고추 심어야지
혹시 부인이 심고 싶은 것 있어?

나? 청경채!!!

청경채는 화분에 심어도 몇 개 안나고 자리만 차지하는데...

그래도 청경채...ㅠㅠ 너무 먹고 싶은데, 체코에서 구하기 어렵단 말이야

아~알았다 알았다. 오빠가 내년에 심어볼게. 씨는 부인이 구해줘

에헤헤헤 오케이!

2016년이 아직 3개월이나 남았지만 남편의 수확물들은 거의 정리가 되어갑니다. 
10월이 되고 보니 2016년에는 무얼하고 보냈나 싶습니다. 

저는 아기 키우느라 정신없었던 한해였던 것 같아요. 

아쉬운 마음에 남은 3개월이라도 

블로그 글도 더 자주쓰며 제 자신을 위한 시간 짬을 내어보기로 다짐합니다~ 


+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스크롤 내려 읽으셨다면, 힘내라고~ 응원의 공감 클릭!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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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라하밀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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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12 2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김치앤치즈 2016.10.13 0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편분이 농사를 잘 지으셨네요.^^
    고추반지로 프로포즈를 주고 받는 낭만과 함께 가을의 풍성함을 느낍니다.

    • 프라하밀루유 2016.10.13 06: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편이 농사짓는 재주가 있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신선한 채소를 공급받으니 좋죠 ^^ 체코는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벌써 5도까지 내려가면서 겨울이 성큼왔답니다~

  3. 느림보 2016.10.13 1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체코라하시니 이제 막 냉전체제에서 벗어나 물가가저렴한 나라로만 알고 있지요 랑군님이 농사를 잘 지으시는군요 전 한국 아파트인데도힘들더라구요 케일 모종 심엏는데 보기가 불쌍해요ㅜㅜ날씨가 쌀쌀하내요 감기 조심하세요

    • 프라하밀루유 2016.10.13 2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소련연방이 무너지면서 체코도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였습니다.
      거의 26년이 되어가니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공산주의 분위기가 남아 있기도 한 것 같아요

  4. 힐데s 2016.10.16 0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추 반지 재밌네요~ㅎㅎ
    저도 해마다 깻잎, 고추, 부추등등 키우는데, 여간 귀찮은게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마음이 편안해지신다니...혼자 급 반송합니다. ㅠ
    전부터 궁금했는데요...
    남편분이 한국어로 '부인?"하고 부르시는 건가요? 아니면
    현지어로 하는 걸 번역하시면서 쓰다보니 부인..이렇게 되는 건가요?
    왠지 한국어인거 같아서요 ㅋ

    • 프라하밀루유 2016.10.16 1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해외사시는 분들의 농장(?)목록에 깻잎이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깻잎이 독특한 향이 있는데, 생각보다 체코 사람들도 좋아하더라고요.

      남편이 한국어를 조금하거든요, 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가 저를 부르는 호칭은 다 한국어인 것 같아요.
      부인~ 아니면 여보님~ 가끔 마눌~ 이렇게도 불러요.

      제가 한국인이라서 Honey, Baby보다는 부인이 더 친근하고 좋은 건 어쩔수 없네요 ^^

  5. 상우엄마 2016.11.08 1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성과사랑으로 서로에게 에너지를주는 부부.
    너무이뻐요^^
    아이가태어나면 또다른인생이 펼쳐지는 그인생도 의미있고 행복하다는 잘지내고있지요?
    늘프라하가그리운 저는 어제부테 ebs세계테마기행 체코문화기행 열심히 보려구요.프라하의겨울도 잘지내시길 멀리서 응원합니다.
    마음은 춥지않도록 단단히 여미시고^^

    • 프라하밀루유 2016.11.08 1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에는 남편이나 저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좀 고생하다가, 이제는 점차 편해지고 있어요ㅡ

      확실히 아기가 생기고 나니, 남편과도 한단계 더 깊어지는 가족이 된 느낌이에요ㅡ

      EBS에서 체코 기행하는 것 챙겨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