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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재외국민투표,했지 말입니다.

프라하의 주말 아침은 참으로 한적합니다.
봄이 왔는지 동네 근처 나무 사이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고요.

간만에 블타바강 건너편을 가게 되었습니다.
4월 4일까지 재외국민 국회의원 선거가 있거든요.

주말을 이용해 남편에게 딸을 맡기고
미리 중앙선거위원회 홈페이지로 신청해 놓은 재외국민투표를 하러 한국대사관에 갔지 말입니다. 

중앙선거위원회 재외국민투표 온라인 신청

https://ova.nec.go.kr/cmn/main.do

요즘, 태양의 후예 송중기(유시진 역) 말투가 유행이라 한국 TV에 하도 나오길래, 

한 번 따라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재외국민투표 했지 말입니다 ~~~ 




주체코 한국 대사관 가는 방법은 


인터넷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지만, 

개별 후보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중앙선거 관리 위원회에서 온 후보자 안내 및 공약에 관한 이메일을 열어봤습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자랑할만한 IT강국이라고 생각해서 자랑스러웠는데.이메일에 링크가 죄다 깨져 있습니다. 혹시 크롬으로 열어서 그런지..



해외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한국 관공서 관련 업무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뭐 하나 하려고 하면 설치해야하는 Active X가 왜 그렇게 많은지요.
프로그램 설치도 잘 안될뿐더러, 익스플로러 속도가 느려서 안됩니다.

전에는 면허증 갱신을 해보려고 몇차례 시도하다가 결국 한국에 있는 언니한테 도움을 요청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전과 있고 특별한 사유 없이 군복무를 하지 않은 후보는 뽑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중앙선거 관리 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자산 신고 및 세금 납부 내역까지 자세히 나와 있더라고요. 공약을 클릭해서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봅니다. 재외국민의 한사람으로 재외국민 현황도 궁금해서 한 번 들어가보고요.

대충 후보를 간추리고, 주말 안부 전화 겸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어느 후보가 대세인지 전화를 해서 물어 봤습니다. 아버지와 저는 지지하는 후보와 지지하는 비례정당 달랐어요.

사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ㅇㅇㅇ를 뽑아야지~~

싫은데요, 아부지.

아버지는 제 성격을 잘 알고 계시니

그래, 어차피 자유 선거고 네가 원하는 사람 뽑아.
공약 잘 보고 꼭 투표하러 가거라.

네, 지금 한국대사관 가서 재외국민 투표하려고요.

정치적 의견이 아무래도 개인의 신념이 반영된 것이라 가족끼리도 괜히 열올리고 얘기하다가는 의만 상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아버지의 선택을 아버지는 제 선택을 서로 존중합니다.


게다가 예전에 아버지와 저는 긴긴 토론을 통해 조목조목 서로 따져도 보고 했는데
정치 이견 차이는 좁히지 못해서, 그냥 서로를 그대로 바라보기로 결론 났습니다. ^.^


투표할 후보도 정했겠다 밖에 나가려고 트램시간을 검색해보니, 한 2시간 가량 트램 시간에 공백이 있습니다.

검색을 잘못했나 싶어 다시 검색하고, 다른 사이트에 들어가서도 해보고...그래도 결과는 똑같더라고요. 

아무래도 이상해서 남편한테 물었죠.

남편, 혹시 도심에 무슨 행사 있어?

어. 마라톤.

아~~ 어쩐지... 트램 시간표가 이상해서. 근데 벌써 마라톤 할 시기가 됐나?

그렇지, 써머타임도 시작하고 봄도 됐고.

프라하 마라톤 참석자들

창밖을 보니 햇빛이 쨍~ 나면서 눈부실정도로 날이 좋네요.

아! 그러고보니 한국은 4월에 국회의원 선거 날이라서 하루 쉬겠구나, 좋겠다

부인~ 젖 먹이 키우는 엄마는 쉬는 날도 없어.
근데 부인은 내가 휴가 주니까 쉴 수 있는거지ㅡ

이건, 뭐야? 자기 자랑하는 거?

남편은 이렇게 깨알같이 자신이 얼마나 육아에 참여하는지 강조합니다.

아기를 키우는 것이 결국은 엄마가 많은 책임을 지게 되지만, 남편과 공동 육아를 하니 한결 수월한 면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뭐~~ 그리 생색을 내는지... 이럴 때는 애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대사관에 도착하니 입구에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임을 붙여 놓았습니다.


대사관 내부로 들어가니 입구에서 선거인 명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요. 저는 온라인으로 후보를 확인했으니 바로 투표하러 들어 갔습니다.


투표에 필요한 신분증 여권을 제시하니, 옆에 프린트 기에서 제 주민등록 성 지역구의 국회의원 투표용지 하나, 비례 대표제 투표용지 하나 이렇게 바로 출력이 됩니다.

그리고 제가 투표한 용지가 배송될 주소까지 쭉쭉 인쇄되서 준비 된 봉투에 붙이는
우와~~ 멋진 선진화된 시스템이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 투표 안한다고 질책의 이야기가 많은데, 생각해보면 저도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세금을 낸 20대 중반 부터 선거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유리지갑 직장인이다보니, 정치 상황에 더 민감하게 되더라고요.

그 이후로 꾸준히 굵직 굵직한 선거에는 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지방자치제 선거,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까지 체코에서 투표하고 있네요.


재외국민투표에 대해, 여전히 비용적인 측면에서 세금 낭비냐 아니냐라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지만, 우선은 가능 할 때까지는 더 큰 세금 낭비가 되지 않도록 꾸준히 참정권행사를 위해 투표하러 가려고요.

투표장에 가면 실제 총 걸리는 시간은 몇 분 안되는 시간이지만, 투표소에 들어가면 은근 떨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블로거로서 촬영의 욕구가 ㅋㅋㅋㅋ

하지만 투표소 내에서 사진 촬영 금지라 찍지 않았습니다.
살면서 하지 말라는 것 안하면 여러모로 당혹스러운 일들 피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봉투에 양면테이프 부분을 떼어서 투표용지를 넣고, 투표함에 쏙 넣으면서 점점 더 살기 좋아지는 한국의 모습을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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