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곤소곤 체코생활

행복, 웃는 날이 많아지면

행복... 행복이 뭘까요? 여러분은 행복을 찾으셨나요?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며 살면 바로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해외 취업을 해서 외국에 사는 게 꿈이었습니다. 

원하던 꿈을 이루었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쁜 도시 프라하에 사랑하는 남편과 살고 있는 제 삶에도.

 "나는 행복한가? 행복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은 종종 머리 속을 헤집습니다. 


상상하던 일들이 모두 일어나고 있다는 성취감, 어쩌면 기적같은 일들 덕분에 행복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리운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고생하고 있나..란 생각도 들어요.   

다행히 제 행복과 꿈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남편이 있어 체코 생활이 버텨집니다. 


남편과 함께 새로 시작하게 된 체코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체코어를 못했고, 체코 문화와 체코 사람들에 대한 기본 정보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체코에 오기까지, 한국에서 만나 본 체코 사람은 남편이 전부였으니까요. 


제가 살아 온 문화와 서양문화라고 배웠던 것들과, 어떤 점은 비슷하고 어떤 점은 매우 달라 

좌충우돌할 때마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사실입니다. 

 

체코를 서서히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기도 하고, 

게다가 요즘은 키우 던 개를 한국에서 데려와 집에 오면 저를 반겨주는 개들이 있어 웃음 짓는 날이 많습니다. 


매일 퇴근 후에 강아지 산책을 가려고하는데요, 

하루 종일 집에서 주인을 기다려 준데에 대한 보답같은 거라고 해야할까요. 
산책을 나가는 경우에는 신나게 달리는 개들의 모습을 보면, 긍정적이고 신나는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프라하 여름 날씨는 변덕스럽기도 하고 집에 늦게 귀가하는 날은 게을러서 산책을 못 가기도 하지만 

여름에는 해가 길어서 조금 서둘러 가면 밝은 시간에 갈 수 있습니다. 


엊그제는 퇴근하는데 남편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부인. 개 목에서 막 피가 나.

어미 개 목에 있는 지방들이 곪으면서 스스로 터져서 피가 나기시작했다는겁니 다.

응. 알겠어 - 집에 거의 다 왔어. 

라고 카톡을 보내고 걱정되서 집에 부랴부랴 갔죠. 

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편~~~!!! 멍멍이들~~!!!!!!


불렀는데 평소면 현관으로 달려왔을 개들이 보이지 않고 적막감이 돌며 집이 휑합니다. 

피 뭍은 화장지가 바닥에 흩어져있고요. 


불안한 마음에 곧바로 남편한테 전화 했더니, 개들 데리고 공원에 나와있다더라고요. 

휴우~~ 


공원입구로 걸어가니 남편이랑 개들이 같이 있습니다. 


남편, 나 이 공원 지나서 오고 있었는데. 산책 나왔다고 말해주지는....

그럴 정신이 없었어. 피가 많이 나서.... 그거 닦느라 화장지 한 통은 다 쓴 것 같아. 

쓰레기도 수북히 쌓였고... 다 치우고 나오려다가 

개들한테 미안해서 산책 곧바로 데리고 나오느라고 덜 치웠어. 

당신이 집에 들어왔는데, 피 뭍은 화장지 어지러진 모습보면 놀랄까봐 그나마 조금 치우고 온거야.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남편이 안 치우고 바로 산책 나왔더라면 

집에 들어갔을 때 뜨악 !!! 했을거 같아요.

언제 고름 터졌냐는 듯 발걸음 신나게 달려가는 어미개를 보니, 아프지 않아보이네요. .

책을 마치고 욕실에서 씻겨 달라고 기다리는 개들이 살랑살랑 꼬리 흔드는 것 보니 행복이 밀려옵니다. 

흙으로 더러워 졌으니, 씻기고 말리고.. 털도 빗기고 귀속도 닦아주고 이빨도 닦아주고. 

그러고 나니 밤이 깊었네요.



밤이면 남편이 차를 한잔하자고 하는데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 저녁도 물어봅니다.

부인 차 마실래? 


아니ᅳ 


진짜? 



녹차라떼도 안 먹을거야?

안 먹을건데~~


녹차를 좋아하는 저는, 지난 여름에 더운 날 스타벅스에 가서 


녹차 프라프치노 있어요? 


라고 물어봤다가. 점원이 " WHAT ?!?! " 하며 , 뭥미 ;;;; 하는 표정을 보고는 녹차가 체코에서는 흔치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체코에서는 녹차관련 상품이 구하기 쉽지 않아서 지난 해 한국에 가서 녹차라떼 2박스 사왔습니다.


제가 녹차라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에.. 


진짜~~ 한국에서 사온 녹차라떼도 안 먹을거야?


응. 안 먹을래.


흠... 우리 부인이 아니야... 누구십시오??

ᄏᄏᄏ 아놔~~  누구십시오가 뭐야 ㅋㅋㅋㅋ


남편의 한국어 실수로 한바탕 웃으며, 오늘덕분에 웃는 날이 되었네요. 

하루에 한 번정도는 편하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일,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 팀버튼 감독이 프라하에 전시회를 열었는데요, 직접 와서 디자인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하더라고요. 

3월부터 시작해서 8월초까지 계속되었는데요, 

기간이 길다보니 '설마... 못 가겠어? ' 생각하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지막 날 갔더니 길이 너무 길더라고요. 


30도가 넘는 땡볕에서 얼마나 기다릴지도 몰라서,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남편이랑 약속했어요. 보고 싶은 전시회가 있으면, 시작하고 곧바로 가자고요. ^.^ 

혹시 "다음에... " 라는 말로 미루고 계신 일 있으시면, 저희처럼 후회말고 바로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그 시간은,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찰나이잖아요 - 


프라하 팀버튼


'소곤소곤 체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라하 공연 추천_프라하 국립 극장들  (4) 2014.10.12
하우스 웨딩_결혼식 준비  (8) 2014.10.10
필젠과 프라하 사이  (8) 2014.08.14
아프면 더 그리운 한국  (16) 2014.08.11
나는,프라하에 산다  (25) 201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