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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12월 31일은 또다시 찾아오고

2012년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 되었네요. 연말이 되면 느끼는 거지만 어디로 시간이 다 흘러 가버렸나 싶어요.

다행 중에 하나라면 2012년 12월 21일 마야 달력이 예견했다던 지구의 종말은 없었습니다. 덕분에 남편과 프라하에 함께 할 시간이 더 많아졌네요.

오늘은,, 드레스덴 여행에서 돌아와
비워 놓았던 냉장고를 다시 채우러 마트에 갔습니다.

남편이 12월 31일은 많이 먹고 한껏 마시고 취해야한다며ㅡ맥주 6병과 모히또 만들 수 있는 럼 한병을 마트에서 샀습니다.

한참 물건의 바코드를 찍던 점원이 어리둥절해 하더니 "맥주 몇 병이에요? 제가 맥주 어디까지 찍었죠?" 라고 물어봅니다.

좀 종류별로 다양하게 샀거든요. 카트에 담겨 있는 거 확인 하고나서도 우왕좌왕하길래
제가 체코어로 맥주 종류별 이름이랑 개수를 다 말해줬네요~~ ㅎ

계산을 다하고 혹시나 해서 영수증을 살펴 봤는데ㅡ맥주 한병을 안찍었네요 ㅡ에헤헤
2012년 연말 선물로 알고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

장봐 온 음식으로 남편과 앉아 전기 그릴을 꺼내서 같이 요리했죠.
마트에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이 다 팔리고 없어서, 다른 돼지고기 부위를 굽는데.
엄청 나게 아쉬워 하던 남편.

"2012년 마지막 날에 한국식으로 삼겹살 파티하고 싶었는데..."

아쉬운대로 열심히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남편이 물어봅니다.
" 올 한해 가장 행복했던 날이 언제야?"

가장 행복했던 날이라....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틈에ㅡ 남편이 얘기를 계속합니다.

"나는~~~ 당신과 결혼한 날 "

하... 정말 당신이란 남편ㅡ 어쩜 ^_^

저녁을 먹고난 후 남편이 머리가 아프다며 맥주를 안 마시겠다네요 :-O

체코 남자가 맥주를 거절할때는 뭔가 잘못된 거 거든요.
더군다나 울남편이 맥주를 마다하다니요?!?!

여독이 풀리지 않은 건지ㅡ독일 물이 안 맞았던건지...바깥 음식이 탈이 난건지ㅡ
남편의 머리는 왜 어질거리는걸까요

괜히 여행 가자고 했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걱정스런 제 표정을 보자마자
"여보 걱정하지마~~~내일이면 다 괜찮아 질거야."
왠만하면 아프다하지 않는 사람이라 걱정되는 건 어쩔수 없습니다.

화장실 가는 길에 서로 마추쳤는데 기분 쳐진 제 모습을 보더니 꼭 안아줍니다.
전 그냥 안겨 있기만 했더니
"아잇!! 허그(hug) 주세요~~"

그럽니다. 양팔로 남편을 안았더니
"히히ㅡ감사hug(헉)니다~~"

그러네요. 에이구!!
아프다면서 여전히 장난칠 기운은 있는지,,,

2012년이 가기 전에 끝내고 싶은 작업이 있어서 계속 컴퓨터 붙잡고 있는 남편을 " 머리 아픈데 컴퓨터 그만해야지"라고 하며 침대로 데리고 왔어요.

지금 제 옆에서 살짝 코를 골고 자고 있는 남편ㅡ내일 아침에는 몸이 많이 괜찮아졌으면 좋겠네요.

이웃님들 방문객분들 모두모두 건강하시구요.
2012년 12월 31일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한국은 눈도 오고 춥다는데 특히 감기 조심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