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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0 힙합보이의 귀환

지난 포스팅에서 프라하 클럽에 대해서 올렸는데요. 


[체코 CZECH] - 프라하 클럽ㅡ밤문화 핫플레이스


오늘은 프라하 클럽 2번째 이야기입니다

 

프라하 대표 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싸사주 Sasazu에 또 갈 일이 생겼는데

이번에는 남편 친구의 힙합 공연을 보러갔습니다

 

힙합은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 분야는 아니고남편이 좋아하는 음악 장르입니다


사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헐렁한 바지에 큼지막한 후드티.
남편은 딱봐도 완전 힙합보이였어요.  

남편이 좋아하는 한국 가수들도드렁큰 타이거 다이나믹 듀오, 리쌍 등 힙합가수가 주를 이룹니다

 

나중에 쇼핑을 같이 갈 일이 있었는데, 남편이  

 

이제는 바지통이 좀 더 좁은 걸로 사야겠어~
 

이러더라고요. 회사에 품이 넓은 바지를 입는 건 적절치 못하다 생각했나봐요

힙합보이에서 몸에 맞는 세미 오피스룩으로 변화하기까지,,, 거의 3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동안 시간도 흐르고, 남편의 생활패턴도 많이 바뀌어서 

이런 힙합 콘서트를 안 간지가 꽤 되었죠

중간에 힙합하는 친구가 캐나다로 공부를 하러가면서, 그나마 가던 것도 안갔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MARPO라고 하는 힙합으로 유명한 가수와 공동 공연을 한다고 하니

남편이 한껏 들떠 있습니다


회사를 마치고 사사주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인 블타브스까 Vltavska 역에서 남편을 만났는데

근처에 식당같은 곳이 없어서 트램 한 정거장을 걸어갔습니다.

 

남편, 이럴거면 아까 타고 오던 트램 계속 타고한 정거장 있다가 내릴 걸 그랬잖아

 

그랬으면나를 더 늦게 만났을거 아냐

남편은 저보다 걷는 걸 정말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진짜 오랜만에 콘서트 가는거야~~ 

그리고 체코 역사상 가장 큰 힙합 콘서트고

 

신이 나서 싱글벙글하는 남편을 보니, 콘서트에 대한 기대도 커지더라고요

근처에 부리또 가게가 있어서 샐러드와 부리또를 시켜서 후딱 먹고 콘서트장으로 갔습니다




오늘 콘서트에서 MARPO와 합동 공연을 하게 되는 남편 친구가 티켓을 주는데  

자기 팬들이 얼마나 광적인 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광경에 가장 충격을 받고, 팬들로 부터 보호해야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생각해보니ㅡ

체코 힙합 공연이 처음인 외국인이 제가 생각이 났대요

 

게다가 남편 말로는 힙합 콘서트에서는 백발 백중 싸움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힙합 팬의 남편의 말을 믿으면서도, '공연 중에 왜 싸울까? '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미리 문화 충격을 막기 위해, 남편 친구는 2층 테라스를 이용할 수 있는 VIP 티켓을 줬습니다.

VIP라고 특별 혜택은 없고요. 열정적인 팬들과 얽히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



Sasazu -힙합공연


VIP 티켓까지 받았으니 일찍 도착 해야한다고 해서 

콘서트 시작 40분 전에 미리 도착해서 남편과 (외국 이름이다보니조금 힘들게 제 이름을 찾고~

바로 들어가서 술 한잔 시켰습니다.  

 

Sasazu 가 있는 동네에 베트남 시장 같은 것이 크게 있기도 하고

제가 아는 정보로는 사사주의 주인이 아시아 사람이라 그런지 실내 장식 분위기가 아시아풍이 많이 났어요

(휴대폰 사진이라 사진이 별로인 점 이해해주세요

 


사사주 외관



칵테일을 시키고 남편이랑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50대 되어보이는 점잖은 차림의 부부가 오셨습니다.


남편은 

 

내가 저 나이에 이런 클럽을 오는 경우는, 내가 클럽 주인 일 때만 일거야

~ 꿈도 야무지시긴 ㅎ 

 

공연이 시작되려는지 스피커로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보우보웅봉~~~봐앙봥봥~~~ 보웅보웅 봐아앙~~~

이런다

 

부인 ! 힙합 싫으면 그냥 밖에서 기다려도 돼.

아냐. 싫다고 한적 없어.

지금 싫다고 했잖아.

언제?? 그리고 여기 있기 싫으면 안기다리고, 그냥 혼자 집에 갈거야

점퍼 맡겨 놓은 티켓이 나한테 있는데?? 밖에 엄~~청 추워

... 치사해. 택시타고 가면 돼.


그리고 다시 음악이 울렸고

들어 봐, 남편보우보웅봉~~~봐앙봥봥~~~  

이라고 진짜로 그렇잖아~~

알았어. Sorry for the 소리.

크크크. Rhyme 잘 맞

이래뵈도 나 힙합 좋아하는 남자야

그래그래

 

 

이런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고, 공연장으로 나갔습니다

 

아래 사진 보시면 무대에 서 있는 길쭉한 남자가 남편의 친구이고요

그의 팬들을 보니 평균 나이가 보통 19~22 정도 되어 보입니다

열정 관중들에게는 무대가 잘 안보여도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아보였어요.

 

찌나 열정이 넘치는지, 기둥에 매달려서 보기도 합니다



가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동시에 손을 번쩍 들어 열광하는 모습을 보니 

젊은 에너지라서 가능한 거구나 싶다가도, 약간 정신 줄 놓은 것 같아보여서 무섭기도 했어요

 

조금이라도 가수를 가까이 보고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려고 하다보니 

무대 앞자리 쟁탈전 같은 게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그러다보니 서로 밀치고 - 결국은 주먹다짐도 하더라고요

 

.... 남편이 말하던 싸움이 이거구나.. 왜 남편 친구가 문화 충격 받을까 걱정했는지 알거 같으네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쪽에 있었으면 키작은 저는 키 큰 체코 사람들에 끼어서아무 구경도 못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층에 있어서 다행이었죠.  

조명 때문에 안보였겠지만, 남편의 친구가 우리 쪽을 바라보면 열심히 손 흔들었어요

 


힙합이라는 음악이 제가 즐겨듣는 스타일 음악이 아닌데다가

체코어로 듣는 힙합이라  ;;; 계속 듣고 있는데 한계가 점점 오더라고요

남편한테 집에 가자고 할까... 고민하며 지쳐간다고 느낄 때쯤 다행히 콘서트가 끝났습니다

~~


지난 번에 프라하 봄 공연에서 클래식 피아노 연주를 듣고 나서 공연을 보는 것이 힘들었던지 

집에 도착해서는 잠들 때까지 별말 안하고 계속 미드만 보던 남편이 생각났어요


이번을 통해 다시 한 번 남편이랑 음악적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성시경, 박효신 공연에 가는 남자 친구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소곤소곤 일기] - 프라하 공연 추천_프라하 국립 극장들


 

 


콘서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편은 줄곧 들떠있는 모습입니다

 

오늘 재밌었어

 

아무래도 남편, 나는 멜로디 있는 힙합이 좋은 것 같아.ㅋㅋ 

그래도 새로운 문화 경험이었어

 

한국에 가기 전까지는 이런 콘서트를 2주에 한번씩 친구들과 다 같이 다녔었거든

옛날 생각도 나고,, 그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

이제 부인도 내 역사의 일부를 함께해서, 기분 좋다


20대 초반에 남편과 함께 몰려다니며 힙합 콘서트에 열광하던 그 친구가

이제는 힙합가수가 되었네요

 

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친구한테 문자가 계속 옵니다

2000명정도의 관객이 왔으니 친구도 성공적인 콘서트에 흥분이 가시지 않았겠죠

 

저도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 문자가 왔어요

보일러 틀어 놓고 잤는데 너무 더워서 깼다고 하더라고요

유럽에 살다보면 바닥 뜨끈뜨끈 보일러 생각이 많이 납니다

 

나도 보일러 있음 좋겠다~~

 

나야 귀뚜라미 보일러지만넌 남편 보일러잖아

 

후끈하게 등 따시게 해 줄 보일러는 없지만

어릴적 힙합보이로 돌아온 남편의 열기를 끌어 안고 따뜻한 잠자리를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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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라하밀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