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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리움

해외에서 그리워했던 시간

저의 체코 전화번호는 정말 자주 연락을 하는 가족이나 체코에서 만난 사람들 외에는 잘 모릅니다. 


제가 결혼과 체코생활을 결심하고는 정신없이 체코로 오는바람에 그리되었고, 알려져 있던 체코번호도 중간에 바뀌었거든요. 


그나마 카카오톡이 있어서 체코번호를 알지 못해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이 닿았었는데, 중간중간 기계도 바뀌면서 여러번 제 카카오톡이 없어졌다 생겨났다를 반복하며 서로 연락이 끊겨버리기도 했습니다. 


한국을 가기 몇 달 전 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아는 언니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 한참 사람 사이에서 힘들어하던 찰나라 어찌나 더 반갑던지요. 


   

오랜만이야~~ 아기 잘 키우고 있어?

어머 언니!!!! 진짜 오랜만이야. 애 키우느라 정신없지, 뭐 ^^ 

딸 몇 개월이야?

지금 18개월

옴마!!!!!!! 그렇게 컸어?

응, 많이 컸지?

너무 깜놀이다

ㅋㅋ 그러게. 남의 애는 진짜 빨리 크나봐

시간이 어쩜 그렇게 갔니... 세상에. 고생 많았네 

ㅠ.ㅠ 정말 시집을 너무 멀리 왔다 생각했어

그니까. 어디 오만천리로 갔어 

ㅋㅋㅋ 오만천리

한국 언제 오니?

올해 추석쯤 한 번 들어가려고. 그런데 아기가 이제 잠도 안자니... 혼자 비행기 타기 힘들어서- 남편 휴가를 맞춰야할 것 같아

아기 데리고 오기 힘들지

응, 그래도 24개월 전에 비행기표 할인율 높으니까, 한 번 더 가려고

ㅎㅎ 맞다

그 이후로는 진짜 언제 가게될지도 모르는데 

그래, 한국오면 연락줘

응응


매해 한국에 왔는데 이번 한국여행은 다음 기약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되도록 시간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이 언니와는 호주 어학연수를 하면서 처음 만났고, 

그때 제가 22언니가 27살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둘 다 어린나이였던  같아요

임신을 했을 때 잠깐 보고 2년만에 보는거라, 한국에 도착해서 바로 연락했습니다. 


언니~~~  한국왔어

입국 축하! 지금 어디에 있어?

, 인천 친구네. 언니집은울대 근처야?

아니, 신도림쪽으로 이사왔어

, 어디 봐야할까?

아무래도 네가 아기랑 가기 편한 곳으로 내가 갈게

여기서 김포공항이 그나마 가깝대

! 거기 롯데몰있다. 아무래도 쇼핑몰에서 보는 것이 낫겠지?

응응, 쇼핑몰이 아기랑 가기 편하지

 

딸은 집밖을 나서는데, 앞으로 8살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과자를 먹으며 걸어갑니다. 갑자기 뒤로 돌아 저희 쪽으로 걸어 오더니 딸한테  감자칩 하나 손에 쥐어줍니다. 그리고는 부끄러운지 후다닥 가던 길로 달려가더라고요. 귀여운 아이죠? ^^

 

친화성이 좋은 저희 딸은 옆을 지나는 사람들을 다~ 쳐다보고 인사를 나눕니다


(손을 흔들며) 빠빠~

 

아이고야, 귀엽네. 안녕~~

 

확실히 한국사람들이 체코사람들보다 아기인사에 대응을 주는 같습니다

체코사람들은 전체적으로 무뚝뚝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듯 싶어요.

 

마어마, 애기 예쁘다

형이 걸어 가는 같다

아휴~ 나도 낳아야지

 

딸은 그냥 앞으로 죽죽 걸어가기만 했을 뿐인데, 순간에 미래 자녀계획까지 말씀을 나누십니다저희 딸을 보고 나누는 대화를 듣자, 체코사람이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아침에 어린이집을 가는데 공원을 지나가거든요, 50대 중반정도 되어보이는 아주머니가 아이의 서투른 걸음 걸이를 보고 피식~ 웃으며 

 

하하, 걷는  재밌네. 완전 쑈구만, 쑈야

 

어린이집 시간이 늦을까봐 계속 걸어가기는 했지만, 이렇게 블로그에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닥 기분이 좋은 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체코사람들 특징 중에 조금 냉소적인 성향이 있으니 그러려니 해야죠.

 

 

아기가 있으면 이동시간이 더 오래 걸리니 일찍 출발했는데도, 쇼핑몰 내에서 헤매서 15분정도 늦었습니다.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언니한테 연락을 하니 언니도 김포 롯데몰이 처음이라 조금 늦는다하네요. 그 사이 딸랑구는 잠이 들어서 제 무릎을 베고 쇼파에 누웠습니다. 김포 롯데 쇼핑몰은 쉴 수 있는 소파가 여기저기 많아서 참 좋더라고요. 


조금 기다리자 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니!! 여기!!

어머나! 아기 자네~~

응. 밥 먹고 자려나 했는데, 오다가 잠들어 버렸어 

잘 지냈어??? 

응, 아기 키우며 지냈어

그래그래. 그 멀리서 고생했네. 잠깐 여기 있어. 유모차 빌려올게 


6세 아이의 엄마인 언니는 제가 뭐가 필요한지 척척 알아서 해주었습니다. 

 

언니가 고객센터에서 빌려 온 유모차로 옮기자 마자 아기가 눈을 확! 떠버렸습니다. ㅠㅠ아기 자는 동안 여유롭게 언니와 밥 먹는 상상을 하면서,, 유모차를 밀고 걸었건만, 영~ 다시 잠잘 기세가 아닙니다. 재우는 것 포기하고 딸도 점심 먹을 겸사겸사 점심 먹으러 들어가자고 했습니다. 


뭐 먹고 싶어? 먹고 싶은 거 말해봐~

나,,, 딤섬 먹고 싶은데. 여기 딘다이펑 있더라고. 괜찮아?

응, 나도 딤섬 먹은지 오래됐어. 가자가자 



▲ 롯데쇼핑몰 내 식당은 어린이 의자와 어린이 식기가 거의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호주에서 생활할 때도 외롭지않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 이제는 인생과 육아 선배라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꾸준히 시간이 흘러도 이어지 인연이다보니, 어느정도 가치관도 성격도 비슷한 면이 있는  같아요. 아기 엄마가 된 후로 처음 만나는 건데, 육아선배로서 육아 방향에 대 비전을 제시해주어서 좋더라고요.

 

특히 나를 찾는 회사일과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엄마의 역할 사이, 워킹맘으로서의 고민과 인생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얘기하니 속도 확 풀리고요. 

제가 체코생활하면서 참으로 그리워했던 시간입니다. 


언니에게 체코생활의 어려움에 대해서,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풀이도 하고요. 


근데, 그건 한국에 살아도 마찬가지야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것이 체코생활이기에 겪는 것인지, 한국에서 산다고 해도 마주할수밖에 없는 고민들인지 구분도 하게 되고요. 

 

언니가 딸을 유치원으로 데리러 갈 시간이 되어,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그래도 뭔가 제가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마음의 혼란을 줄여준 시간이었습니다.


친구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3이나 1정도 되보이는 남학생이 말을 겁니다.

 

아기 개월이에요?

 

보통 중고등학생들은 "아기 살이에요?"라고 물어보는데, 개월 수를 묻길래 의외였습니다.

 

, 20개월이요

저도 4 동생이 있거든요. 혼혈이에요?

머리 럽다

머리카락 색은 저도 사실 부러워요 ^^

 

체코에서는 제가 외국인이다보니 아기랑 있어도 체코사람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한국은 확실히 쉽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안면에 대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문화는 조금 놀랍지만요.


 

다음날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동네 아주머니가 네 분이 지나가시면서

 

아기 머리색깔 ~염색한거에요?

아뇨, 원래 색깔이에요

혼혈이겠지?

, 아빠가 외국인이에요

아휴~ 염색값 아꼈다 ~

내가 색깔 갖고 싶다. 부럽네

몰라, 나중에 커서 본인은 싫을지도

 

아기가 커서 자신의 밝은 머리색을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모르지만, 여러 사람이 예뻐하고 부러워한다는 사실은 알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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