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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끝내지 못한 나머지 이야기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면 같은 날 있었던 일이고 관련된 이야기인데도, 왠지 포스팅에 넣기가 어색한 짜투리 글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합니다. 


올 여름에 외삼촌이 갑자기 프라하여행을 오셨다고 했는데요, 

유럽여행 패키지로 오셔서 삼촌을 만날 시간을 정하기 애매했습니다. 

호텔로 가려했더니 위치가 프라하 외곽이어서 제가 차없이 갈 수 없어, 저녁 식사 장소인 한식당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로 호텔로 가지 않고, 1시간 가량 자유시간이 주어져 삼촌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었답니다. 

삼촌과 저희 아빠는 같은 곳에서 근무를 하셨는데, 삼촌과 함께 프라하를 온 동료분 역시 아빠와 함께 일을 하신 적이 있다 하시더라고요. 제가 아빠 딸이라고 하니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신 걸 봐서, 아빠와 안 친하셨던 걸로 ^^; 직장 동료 모두와 친하게 지낼 수는 없으니까요. 

일행분들은 자유시간 1시간 동안 화장품, 시계, 술, 옷 쇼핑을 원하시길래, 나메스티 레뿌블리끼(공화국 광장)에 있는 팔라디움 쇼핑몰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가는 길에 ROSSMAN 드러그 스토어에서 여행 가이드 분이 쇼핑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여기 ROSSMAN에서 혹시 화장품 필요한 것 있으시면 사셔도 되요. 독일제 화장품이나 생필품 적당한 가격에 사실 수 있거든

어? 저기 우리 가이드 아냐?

맞는 거 같은데

참나, 여기 오기 전에 우리한테는 하나에 6만원짜리 하는 비싼 크림 팔고는. 자기는 이런데서 저렴하게 쇼핑하네~ 

저렴한 여행 패키지 일수록 가이드는 쇼핑 커미션 소득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속은 것 같은 기분도 들 수 있겠죠.

▲ 예전 썰전의 경제 관련 코너, 우측 체스카 레뿌블리까 (체코 공화국) 50코루나 동전

어른들 다섯 분을 모시고 팔라디움까지 가는데, 많은 질문과 대화들이 오고가서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여행지 가이드 일도 쉽지 않아보여요. 

두 분은 시계를 보고 싶다 하셔서 1층에 있고, 나머지 세 분을 모시고 지하에 있는 ALBERT 알베르트 마트를 갔습니다. 

체코 여행 선물로 추천하는 오쁠라뜨끼(전병같은 과자)와 베헤로브카(허브 술), 체코 보드카 bozkov가 세일해서 샀습니다. 총 가격은 790코루나가 나왔고요.  

현금으로 계산하실거에요? 아니면 카드로 계산하실거에요?

음, 현금으로 

코루나요, 유로요?

우리 회비 얼마 남았지?

글쎄.... 아까 쇼핑하고 코루나 좀 남았는데. 총 얼마라고?

790코루나

그 정도는 없네

유로로 계산해야겠다

네, 유로로 계산 할게

유로로 계산한다고 하자 알베르트 마트 직원이 종이에 45유로라고 씁니다. 

체코는 체코돈 코루나CZK를 쓰다보니 제 머릿속에서 유로화는 착착 계산이 안되더라고요. 

어른들은 계속 대화를 나누시고 ...

45유로라고?

네. 45유로요

잠깐만, 우리 동전 많은

그럼 여기서 동전 써버리셔요

이렇게 여럿이 얘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마트에 사람까지 많아 정신이 혼미했습니다.

유로 동전을 세면서, 이게 45유로까지 나올 돈인가.... 의심은 좀 들었죠. 

우선 동전으로 10유로를 내고, 지폐로 20유로를 주자 계속 더 달라고 합니다.  

1유로가 체코 돈으로 얼마야?

1유로에 27코루나요 

계산기로 계산해봐야겠다 

네 

삼촌이 휴대폰 계산기로 두드려보니, 790코루나는 약 29.25 유로가 나왔습니다.  

이 알베르트 점원, 이 노~~~~옴 !!!! 이눔의 마ㅓ디걈너팡눛마ㅕ족메뎌(욕대신) !!!! 

세상에 계산기로 계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45유로를 외치며 15유로를 더 달라고 하던거 있죠.  

팔라디움 쇼핑센터 마트면 프라하 시내 중심부에 있는 상점인데도, 이렇게 뻔뻔하게 돈을 떼어 먹으려는 시도를 하다니 심장이 벌렁거렸습니다. 

침착한 삼촌 덕분에 돈을 떼이지는 않았지만, 이런 점원때문에 선량하게 사는 체코사람들이 통으로 욕을 먹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번 이야기는 2016년에 한국에 들어와, 보성군 농협에서 통장을 만들려고 기다리는 중 옆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군에 있는 은행이다보니 아무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주 오십니다. 옆 창구에 할머니님이 오셔서, 통장에 입금된 것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하습니다.

나, 통장에 돈 좀 확인해줘

그런데 할머님이 귀가 잘 안들리시는지

직원분이 

하알머어니이임~~~ 비밀번호요!

에??? 

비. 밀. 번. 호. 요!

은행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비밀번호가 뭐냐고 몇 번이나 외치셨다. 

그 이후로도 할머님은 직원의 말소리가 잘 안들리셨는지 계속 동문서답을 하셨고 


뭐, 주소?

아아니이오~ 비이. 미일. 버언. 호. 요!

아, 번호 

아휴ㅡ내가 너무 귀가 먹어서 그랴~~~ 근디 나 돈 좀 찾아줘

직원 분은 더 크고 또렷한 스타카토 말투로

할머님. 통.장.에.서. 얼.마. 찾.으.실.거.에. 요?

할머님은 이번에는 잘 들리셨는지

으이~~ 20만원 줘 

하십니다. 직원 분이 할머님을 친절한 모습으로 대하는 것을 보니, 아... 이게 사람들이 얘기했던 한국인의 정인가 싶어 마음이 따뜻합니다.


어릴 때부터 서양 영화를 많이 봐서인지, 영어를 전공한 탓인지... 

저는 아시아보다는 서양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 

체코 남편은 반대로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서로에게 이끌려 결혼해서 살고 있나봐요.. ^^ 

남편이 현재 직장으로 이직하기 전에, 한국 말고 여행을 가보고 싶은 아시아 국가에 대해 물은 적이 있습니다. 

남편은 한국 말고, 다른 아시아 국가 어디 여행 가보고 싶어?

흐음..... 대만? 

아~ 대만은 왜?

분위기랑 음식 문화가 궁금해서

아... 또 다른 나라는?  

베트남도 좀 가보고 싶어. 무협지에 나올 것 같은 숲이랑 협곡이랑 배타고 막 지나가잖아~ 부인은 아시아 어디 가보고 싶어?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

근데, 부인 일본 가본 적 있어?

여행을 갔다고 하긴 그렇고. 미국에서 한국올 때 나리타 공항에서 환승이었는데, 비행기 연착되서 나리타 공항 근처 사찰 가본 적 있어. 

그거 말고 따로 여행 안가봤어?

왜? 일본도 가고 싶어? 

아냐아냐. (눈치눈치) 일본은 아직 한국에게 역사적으로 사과도 안했고... 

어후야~ 됐어요. 여행 가고 싶으면 가는거지. 일본도 매력 있잖아. 한국에도 매번 일본여행만 가는 사람들도 있어. 

그러고 보니 우리 학교 다닐때, 스페인 친구가 부산에서 배타고 일본가자고 할 때, 한 번 가볼 걸 그랬어

그러게, 재밌었을 것 같은데

그때는 비행기 타고 가면 되는 걸, 굳이 KTX타고 부산가서 배까지 타야하나... 고생스럽다 생각했던 것 같아. 얘기 나왔을 때 떠났어야 하는데.... 아쉽네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선택하고, 대학과정 1년도 일본어를 공부했으면서 일본에 놀러 가볼 생각은 안해본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 일본은 한국 보다 더 남성 위주 사회 분위기가 같아서, 저처럼 성격 강한 여자가 살기에 답답한 느낌이 있어서 제가 관심이 적은지도 모르겠어요. 여행은 개인 취향 차이가 크니까요~ ^^

주변에 일본 여행 간다해도 크게 부럽지 않았는데, 이번 남편의 일본 출장 일정 중 딱, 한가지! 도쿄 디즈니랜드를 방문이 부럽더라고요.   

남편, 디즈니 랜드도 가?

우와~~ 진짜 아시아 핵심적인 여행지는 다 가는구만

인솔자니까 사람들 챙기느라 구경은 잘 못해

그래도.... 나처럼 도쿄 디즈니랜드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보다는, 가보는 게 낫잖아?

진짜 바쁘고 정신없다니까 

아니 누가 안 바쁘대~~ 어쨌든 가니 좋겠다는 거지. 아무래도 당신 직장은 나한테 적합한 것 같은데 ㅋㅋ 그렇게 싫음 조만간 나한테 넘겨 

부인은 내 일의 좋은 점만 보는 거 같어

남편이 아시아 출장 가는 것도 부러운데, 디즈니랜드까지 간다고 하니 점점 남편의 포지션이 탐나기도 합니다. ㅋㅋㅋ 

남편은 바빠서 연락없다가, 디즈니랜드 도착하자 제 염장을 지르고 싶은건지 문자를 보냈습니다. 

부인~~ 나 디즈니랜드에 왔어. 디즈니랜드가 좋기는 한데, 놀이기구 하나 타는데 1시간 30분~2시간 기다려야 돼

인구밀도 널널한 체코에 살다보니 한국과 일본이 얼마나 붐비는지 조금 잊어버린 것 같아요. 남편은 

처음 일본에 왔으니 신주쿠역을 가볼까...

하다가, 버스로 지나다가 사람들 북적북적거리는 걸 보고 바로 포기했다네요.

디즈니 랜드에서 선물 사오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더라고

그럼그럼, 일본 물가 인데 

그 날 비가 와서 우비를 하나씩 사주더라고

오예!!! 미키다 미키. 프라하 돌아다닐 때 입어야지~~ 

사이즈가 좀 클텐데

뭐 어때. 디즈니랜드에서 온 건데 ㅋㅋㅋ  

제가 일본에서 남편에게 사달라고 한 건 먹을 것들이었으니까요. 

제가 우비를 꺼내 펼쳐보고 사진을 보는동안 아기가 멀뚱멀뚱 보고 있습니다. 

어쩌지, 우리 공주 선물은 없는데

우리 딸은..... 이거 봐라~ 토끼도 있고~~ 곰돌이도 있고~

토또! 미미!

아무리 그래도 비닐은 좀...

아휴, 남편. 내년만 되어도 자기 선물 없다고 삐칠테니, 지금 비닐로 달랠 수 있음에 감사하면 되지. 어차피 앞으로 선물 엄청 사달라할건데-

환승 비행기를 놓치며 남편을 고생시킨 일본여행 팀은 일본 여행 내내 남편을 괴롭게 했답니다. 

한번은 후지산 여행을 가서 차에서 내려 배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배 시간이 조금 남아 자유 구경을 했답니다. 배 시간이 거의 다 되어 4명이 나타나지 않아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 기념품 가게에서 넋놓고 구경하던 사람들을 찾았죠. 남편이 서둘러 나오라고 해서 허둥지둥 배를 탔고 딱! 정시에 출발했답니다. 

그리고..... 배가 서서히 멀어지고...... 선착장에 덩그러니 남은 일행이 한 명! 

남편은 그 사람을 데리고 와야하니, 일본 현지 가이드에게 부탁을 했답니다. 

저 사람 혹시 차를 타고 우리 다음 행선지로 바로 갈 수 있을까요? 

한 명이 배를 놓치게 된 갑작스런 현장 상황 변화이기에, 남편은 조율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차를 돌려서 가는 것이 아니라

A(선착장 + 차 현재 위치) -> B(후지산 구경) -> C (다음 행선지, 차 이동 후 대기 예정) 

이기 때문에, 그 사람은 후지산 구경을 건너뛰고 C로 가서 기다리면 되니까요. 

일본 가이드 측에서 돌아온 대답은요?

안됩니다. 처음 계약에서 A위치에서 C까지 빈 차로 가는 것이지, 승객을 태운다고 안 했으니까요 

그럼, 저희 쪽에서 A에서 C까지 이동하는 추가비용을 내겠습니다 

아니오, 그 비용이 미리 지불되지 않았으니 불가능합니다

이 가이드가 속한 회사가 보수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한국사람인 제 입장에서는 정말로? 라는 반응이 나올정도로 놀라운 얘기였습니다.

또 하나 남편은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랑 물을 사고, 480엔정도 나오자 500엔을 내고 그냥 나오려고 했답니다. 여행 마지막 날이어서 남편은 동전을 가지고 다니기 싫었거든요. 

잔돈은 됐어요

했더니, 편의점 직원분이 계속

가져가세요

아니오, 괜찮아요

아니오, 20엔 받아가세요

필요없어요

저도 필요없습니다

하는 바람에 실강이를 좀 벌였다고 합니다. 남편 뒤로 줄이 너무길어서 하는수없이 잔돈을 받아왔다고 하는데,,,, 

체코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 팁이라고 즐거워하며 받았을지도 모르겠네요. 

2주라는 짧은 시간동안 체코남편이 일본에서 겪은 문화차이라서 보편적인 일본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체코남편은 규칙을 잘 지키는 일본이 어느정도 경직되어 보이고, 본인은 유동적이고 변동성 있는 한국문화가 더 편한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