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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09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과 함께 새로워진 체코 생활 (11)


참 오랜만에 포스팅을 합니다. 그간 오프라인에서 워킹맘으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 포스팅 내용이었던 키우던 개와 이별 이후에, 남아 있는 어미개 마저 곧바로 떠나보낼까 노심초사하며 지내고 있고요.  

누군가는 아픔이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말하지만, 그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짜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건가....아니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보내며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반려견과 이별은 거스를 수 없는 일임에도, 분명하게 다가올 일임에도 막상 닥치고 보니 상당히 아프고 힘듭니다. 한달가량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문득문득 아프고 슬프고 그러네요. 

우울해하고 넋 놓고 있을 틈도 없이, 어미개와 아이, 오른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는 남편을 보살펴야하는 현실인지라. 부지런히 살아나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삶이려니.. 하면서요.

암튼~! 여기까지~~~ 제가 포스팅을 미뤘던 이유를 설명드렸습니다~

지금 체코 시간 새벽 1:50분인데, 내일 오전에 회의도 있어서 그냥 잘까하다가. 

혹시나 소식 궁금하신분들께 전하려고 후다닥~ 글 하나 쓰고 자려고요 ^^ 

전에 써 놓았던 밀린 포스팅인 육아휴직 마치고 나서의 변화된 체코에서의 생활에 대해 얘기해보려합니다.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주로 집에서 지내다보면, 

여기가 체코인지 한국인지?

큰 차이를 못느낄 때가 있습니다. 

2년가량 육아를 하다보니, 점점 사회와 동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큰 성과는 아닐지라도 체코생활을 시작하면서 회사에 붙어 있으며 일구어 놓은 사회적 기반이 사라지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체코는 육아휴직 3년(고용주에 따라 최대 4년)까지 보장이 되며 직원에게 복직 기회를 보장하기에, 기존의 회사로 복직을 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다니던 회사는 집에서 1시간 정도 거리라서, 아이 어린이집 등하원 문제도 있고 근무강도도 높은 편이라 걱정이 되었습니다. 

육아휴직 2년이 거의 되어가던 찰나.... 딱 좋은 타이밍에 참 신기하게 이직기회가 와서 이직에 성공을 하였습니다. 유후~~~!! 

체코와 한국을 연결하는 업무라서, 온라인에서 즐겨하던 일을 오프라인 비즈니스 세계에 들어 간 것 같기도 하고, 아기엄마라는 개인적인 사정도 많이 이해를 해주는 직장이라 저한테는 더할나위 없이 감사한 자리입니다.       


여기까지는 제 신상의 변화였고, 올해 1월경 체코 상황 변화를 말씀드릴게요. 

(이 포스팅을 하려고 정신차려보니, 벌써 5월이네요. 정말정말 시간이 쏜살처럼 흘러가네요)

올초 체코에서 체코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중심인 한국의 대통령제와 달리 체코정치는 내각중심제입니다. 

체코정치의 내각중심제에서 대통령은 정치적 영향력보다는 대외적인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체코 대통령 ZEMAN제만은 공식 석상에서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으로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인지 체코사람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제만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였습니다. 어허허;;;

프라하와 대도시에서는 드라호쉬라는 다른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는데 말이죠. 

제 주변에 체코 사람들한테 

이번에 대통령 누구 뽑았어요?

라고 물어보면, 제만을 뽑은 사람이 없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제 주변에는 프라하 사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가봐요 ^^

위쪽 지도는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 % (짙을수록 숫자 많음) 

아래쪽 지도는 제만이 승리한 지역 (자주색), 드라호쉬 승리한 지역 (남색)


체코남편이 정치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서, 체코 정치적 상황이 이렇게 대도시와 지방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 국적자인 저에게는 참정권이 없으니... 

체코에 산다고 해도 한국의 정치 상황만큼 가깝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최근 체코 정치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딸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옵니다.

아빠아아아아~~~
아휴, 우리 딸. 어린이집 잘 다녀왔어?
음!
왔어, 남편
어. 근데 부인 직장 대표가 오늘 바뀌었던데...
엥? 우리 CEO가? 진짜??

엊그제까지 멀쩡하게 사무실에 앉아계셨던 분인데,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진짜로?
응, 퇴근 길에 뉴스봤는데- 바뀌었다고
하아...정말이야? 
부인!!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_-;; 정말로 여기 근무하는거 맞지??

어허허ㅡ맞어. 엊그제까지 사무실에 계시는 거봤는데... 소식을 어디서 들었어?
iHned (체코 온라인 뉴스 사이트) 에서. 봐봐

공식 뉴스까지 확인하고 나니 충격적인 상황에 멍~해집니다. 그래도 믿기가 어려워 저희 팀장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팀장님! 늦게 전화드려서 죄송한데요. 저희 대표님 바뀌어요?
원래 올해 임기가 끝나는 거라, 바뀔 예정이기는한데...
아뇨아뇨, 오늘이요! 오늘 저녁에 발표 났대요. 체코 TV뉴스에도 나오고 
아-진짜요? 


그렇게 팀장님과 전화를 마치고 몇분 지나지 않아 전체 이메일이 왔습니다.

친애하는 동료 여러분

오늘 갑작스런 소식에 놀라셨겠지만, 여러분에게 작별인사를 해야할 때가 왔습니다.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이 곳에 근무하며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요즘 말로. 헐! 

갑자스런 소식에 머리가 띵~해 있다가 출근하니 오늘 공식적인 퇴임인사가 있겠다해서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언론사에서 취재도 왔고요. 



이렇게 까지 체코 뉴스가 직접적으로 제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걸 경험하고 나니, 정말 체코사회에 많이 스며들어 살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체코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고 하지만, 후임자도 없느 상태에서 갑자기 직위해지라 웅성거리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퇴근을 해서 남편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오늘 언론사에서 취재왔더라고

응, 뉴스에서도 조금 급작스러운 결정이라고 얘기하더라고

그러니까.... 우와... 체코사람들도 정치 장난 아니네~

이제 부인도 체코 정치에 관심 많이 가지게 되겠네? ㅋㅋㅋ

웃음이 나와?

아니, 이제 이 나라 고민을 부인이랑 같이 할 수 있으니 좋잖아


비록 체코에서 참정권은 없지만, 체코의 정치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할 이유가 생겼답니다. 정말로 체코사회에 녹아드는 기분은 듭니다. 
 


오래만에 쓰는 글이라 길어지네요... 

대표님이 떠나시고 며칠 뒤, 저녁 회의에서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답니다.

저녁 장소는 Zofin restaurant이라고 프라하 중심부에 있는 식당이이었는데요, 여기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데 참 좋습니다. 이제 어딜가든 애엄마 티가 팍팍 나네요.


지체 높으신 분들과 격식있는 자리에 참석해 있다보니. 

문득 호주 시드니에 놀러갔을 때, 디너파티 같은 것을 하는데 한 60여명되는 사람이 모두 백인들이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왠지 그들만의 파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 

제가 이 곳에 초대된 사람만큼의 경제적 성공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 초대받은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얼마만에 정장 갖춰 입고~ 애 떼어놓고 천천히 저녁을 즐기는 시간인지~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맞보면서, 와인도 한잔하고. 키야~~ 좋다! 좋다!

서빙하시는 분이 까만 동그란 것을 들고 다니시기에, 멀리서 봤을 때는 초콜렛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아니어서 여쭤봤습니다. 

이거 무슨 음식이에요? 

송로 버섯이요

송로버섯은 유럽생활 시작하면서 먹어 보게 된 식재료인데요, 상당히 귀한 음식입니다. 솔직히 맛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럭셔리 음식이라고 하니 하나 집어 먹었습니다. 

역시나... 아직 네맛도 내맛도 모르겠네요 ^^ 

귀한 음식 송로버섯까지 접하고 나니.... 

15년 전 호주에서 어학연수할 때 시드니를 놀러갔을 때,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 이런 파티를 하고 있는 걸 본 게 기억났습니다. 체코에 비하면 다민족 국가인 호주에서 100여명되는 사람이 전부 백인이더라고요. 

이런 격식 있는 자리는 백인이 아니면 참여하기 힘든건가... 

라는 생각도 잠시 했답니다.

행사가 거의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저희 대표님 오셨습니다.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했기에 몇마디 나누러 팀원들과 함께 갔습니다.

오셨네요~~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시간 여유가 많아서 간만에 아들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어요

잘됐네요

아휴~~ 매일 결제할 거 없으니 속은 편해요

:) 그러게... 얼굴 좋아지셨어요!

요즘 마음도 편하고 밥먹고 소화도 잘시키고 잠도 잘자요

그건 좋네요~혹시 앞으로 계획 있으신가요?

글쎄요... 여기저기서 연락은 오는데, 아직은 거취를 결정하기는 이른 거 같아서요

아... 그러실 수 있겠어요

ㅇㅇ님!

아! 미안해요, 다른 분들한테도 인사를 좀 드려야해서..

네네, 그럼요. 건강하셔요~

짤막한 대화를 나누면서 잠깐밖에 같이 일하지 못한 인연이라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대신 추억하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이 조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저와, 이 조직을 떠나 새로운 삶을 모색해야하는 상황을 떠올리며... 

어느 순간이든... 누군가에게는 시작점이고 누군가에게는 종착점이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이때만해도 4개월 뒤인 지금! 벌어질 일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른다는 옛말처럼...

현재도 제 신상은 다이나믹하게 변화 중입니다. 남편말마따나 블로깅을 하면서 다채로운 인생이 된건지, 아님 체코생활에서의 제 팔자가~ 원래 이렇게 살 팔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아직도 팔이 불편하고, 어미개는 제가 떠먹여주지 않으면 먹는 걸 거부하고 있고. 아기는 폭풍성장해 가는 중이라.

여전히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며 오프라인 살아야되서, 언제 다시 포스팅하게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글는 게 좋아서 멈추지는 않으려고요. 

지금 시각 2:52분. 저 이제 자러갑니다. 그럼~ 조만간에 또 만나요!! 


Posted by 프라하밀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