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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08 남편에게 꿀밤 두개 맞은 날 (4)

일찍 아기와 잠들어 새벽 4시에 일어나 이것저것 하다보니 서서히 날이 밝아오며 6시가 가까워지더라고요. 그때도 잠이 왔으면 침대를 갔을텐데, 왠걸요~~~ 점점 정신이 맑아집니다.

아무래도 잠들기는 그른갓 같아 고요하게 하던 일 좀 더하다보니, 7시 30분 쯤 아기가 부시시한 얼굴로 인형을 끌어 안고 걸어나옵니다.

아이고,,,, 우리딸. 잘 잤어?
엄마…. 바나…(바나나)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바나나를 먹이고, 간단히 아침을 먹인다음 어린이집 등원을 준비를 했습니다.


저희 아이가 다니는 체코 어린이집 오전반은, 7-9시 사이에 등원을 해서 비 오지 않는 경우 약간의 야외활동을 하고, 점심을 먹은 다음 12시 15분경에 데리고 오는 스케줄입니다.

딸~~ 오늘도 언니, 오빠,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아요~~
으음!
선생님 말씀도 잘듣고
으이!
그럼 엄마 갈게
마미, 아호이!(Ahoj - 격식없는 체코어 인사말)


아무래도 어린이집에서 아호이를 하는 소리를 배운 것 같니다. 처음으로 아호이 하는 말소리를 들었는데, 정말 귀여워서 가슴 속에 꽉 품고 싶을 정도입니다. 두돌은 엄청 귀여운 시기인 것 같아요.

딸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버스 안이 따뜻해 몸이 노곤노곤해집니다. 집에 도착해서 개 산책을 시키고 들어오니 피로가 몰려옵니다.

날이 추워져 몸이 으슬거려 전기담요를 꺼냈는데, 아기 데려러 가기까지 아직 3시간 정도 시간 있어 이불 밑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히야….. 등이 따땄한게….. 행복이 별거 있나요~~

혹시나 해서 11시 3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전기담요와 제 몸이 물아일체가 되어 잠이 들었습니다.

상당히 개운한 기분으로 일어나, 부엌에 디지털 시계를 보니... 15:20입니다.

15시면 오후 3시잖아…. 잠깐만…. 나 잠이 덜 깼나?

휴대폰 시계를 봐도 분명히 15시입니다. WHAT!!!!!! OH, MY!!!!! 

세상에나 잠깐 잠다는 것이 5시간 동안 잠이 들어버린겁니다. ㅠㅠ

너무나 황당한 시간에 일어나서 뭐를 먼저 해야할지 머리가 하얗더라고요.

으악…..그럼 아이는??? 아, 맞다! 나 2시에 체코어 수업도 잡아 놨는데ㅡ 아이쿠나



휴대폰을 다시 보니 남편한테 부재중 전화가 8통이 와 있습니다. 

평소에 일하면 별일 아니면 카톡문자가 두어개 하는 편인데, 전화 8통이면 큰일난거죠. 걱정했을 남편을 생각하니 미안해서 바로 전화 걸었더니 안 받습니다.

조금있다 다시해보기로 하고 체코어 선생님한테 전화했습니다.

여보세요
아, 선생님.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모르고. 넋을 잃고 잠들어버렸어요.
아, 괜찮아요
진짜 진짜 죄송합니다
살다보면 그럴 수 있죠


선생님과 통화가 끝나자 집 문이 덜컥열리며, 남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유모차를 끌고 들어옵니다.

어후,,,, 남편 어뜩해… 정말 미안...
흐음…. 부인!!!!


딸은 많이 피곤했던지 깊은 잠에 빠져있습니다.

하유…..
아아아아, 남편. 진짜진짜 미안
지금 회의 중에 뛰쳐 나온거라 다시 가봐야돼
어어, 빨리가. 나 괜찮아
한 대 맞자


그리고 남편은 제 이마에 꿀밤을 한 대 똑! 이런 건 맞아도 쌉니다.

어, 맞을만 해
(어금니 꽉 깨물고) 있따가 집에 와서 얘기하자
응응, 알겠어. 얼른 가~~

그렇게 남편이 떠나고 나서도 멍~ 하니 있었습니다. 몇 시간 후 남편은 퇴근을 하고 집에 왔습니다.

남편, (두 손 모으고) 남편 진짜 진짜 정~~~~말 정말 미안해
부인, 미쳤어?????
어, 오늘은 진짜 좀 미친 거 같아

남편말로는 남편이 어린이집 현관벨을 누르자마자 딸랑구가 어린이집 건물 나무문을 엄청 두드렸대요. 다른 아이들은 한참 낮잠을 자고 있을 시간인데 말이죠.

부인,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내가 알람을 분명히 맞춰놨는데…. 아예 안들렸어. 전화 벨소리도 전~~~혀 안들리고

내가 진짜, 유모차를 끌고 오면서ㅡ별별 생각을 다했다고.
그치, 연락이 안되니...
혹시 부인이 납치된 건 아닌가... 무슨일 생긴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아.. 그렇게 걱정할 수 있지, 있어

혹시 어린이집 데려다 주고 버스타고 오다가 사고라도 난건 아닌가…
버스타서 사고 났으면 진작에 연락이 갔을 것 같은데
또 저번처럼 구급차에 실려갔나.. 

아으~~~부인이 없으면... 나 혼자서 앞으로 딸을 어떻게 키우나…얼마나 걱정했는데

뭘, 잘 열심히 키울거면서ㅡ 

어휴… 한 대 더 맞자

엉엉. 맞아야지, 그럼그럼

다시 한 번 남편의 꿀밤 똑!




부인한테 무슨 일 생겼으면 사람들이 휴대폰 뒤질텐데… 근데 부인 휴대폰 전화번호는 한글로 입력되어 있으니까
아~ 그건 걱정마. 구급차 탄 뒤로는 남편Manzel 이라고 입력해 놨어

그건 잘했네
그치 그치?
그래도!!!!!
응, 오늘은 남편이 실컷~~~ 화내도 돼
오늘만?
어, 오늘까지만

오늘은 4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어, 그러니까~ 내일부터는 안돼


약간은 농담으로 얘기했지만, 남편의 걱정많은 성격을 알기에 제가 곤히 잠든 그 시간동안 지옥을 왔다갔다하는 경험을 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근데 남편. 이런말 하면 안되지만~~오늘 자고나니까 완전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볍더라고. 생각해보니 임신하고도 못자고, 애 키우느라 또 못자서… 거의 3년만에 정말 아기 방해없이 편하게 잔 것 같아. 마누라 좀 불쌍하지 않어?
어후! 그래도 !!!!!
그래, 아직 오늘이 3시간 남았으니까. 마음껏 화내도 돼. (남편의 품으로 파고 들며) 미안해, 사랑해. 그래도 잘잤다

남편과 아이, 체코어 선생님께 죄송한 하루였지만 제 몸은 그만큼의 수면을 원했던지… 몸은 더 건강해진 것 같은 하루였습니다.


Posted by 프라하밀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