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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02 체코남편한테 서운한 마음 한가득 (43)

지난 포스팅에서 부모님이 체코 여행을 오실 수 있게 비행기표를 샀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비행기표를 구매하다보니, 가족마일리지 합산하는데 간단하지는 않은 절차를 온라인으로 거쳤고요, 

항공 마일리지로 표를 살 수 있는 날짜가 정해져있고, 체코항공과 코드쉐어 되는 날은 피하다보니 여러모로 일정을 잡기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최종 결제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들도 있었으나, 결국 전화상 예매보다 10만원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매했습니다. 다시 한 번,,, 오예~~!! 



부모님들은 연세가 있으시니, 온라인으로 타인의 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는 것이 복잡한 것을 알기는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제 스스로 뿌듯함에 만족하는 걸로



그래도.... 대한항공 서비스센터에 전화도 여러번 하고, 대한항공 온라인 웹사이트 들락날락거리며 며칠 진을 뺐는데 ㅜㅡㅜ 

혼자 기뻐하기 아쉬워서 최종 결제 후 남편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남편, 마일리지로 부모님 비즈니스 좌석 결제했다~~!!

어, 그래

한 좌석은 사고, 한 좌석은 마일리지로 결제했어

마일리지가 생각보다는 복잡하더라고.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아 

내 마일리지랑 합쳐가지고 겨우 비지니스 한 좌석 나오더라고. 

이번에 비즈니스 클래스 타시면, 앞으로 이코노미 완전 못 타시는거 아닌가 몰라~

부인 마일리지인데, 부인이 쓰지..

아빠엄마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나야 앞으로 여행 많이 할거라 쌓으면 되잖아. 어차피 마일리지도 안쓰면 사라지는데, 어른들은 잘 쓰시기 어려우니 이번에 다 합쳐서 잘 썼지 뭐


근데 왜 부인 마일리지를 써? 부인 부모님들 부자라고 안 했어?

엥? 그게 뭔소리야?

아니, 우리 한국 가면 부모님이 집 해주신다며

그거야 우리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실 수 있다는거지

집 사주실 돈은 있는데, 비지니스 비행기 값은 없으신거야?

돈이 있고 없고 문제가 아니잖아. 마일리지야 한동안 안쓰면 없어지는거고

아니, 말이 안 맞잖아. 집을 해 주실정도로 부자이시면서 왜 당신 마일리지를 쓰시냐고. 

체코로 여행을 오시는 거고, 우리가 표 사드린 것도 아니고 아빠카드로 결제 했어

내 말은 돈 있으시면 그냥 비즈니스 비행기표 직접 사시면 되잖아

휴우......


왠지 모를 성취감에 얘기를 꺼낸 거였는데, 남편과 더 얘기를 하다가는 기분이 크게 상할 것 같아서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부부싸움의 원인은 집안일, 성격차이, 생활습관 차이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서로의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한 얘기가지고도 기분이 상해서 싸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제도 변덕부린다고 별로 좋은 소리 못들은데다(지난포스팅), 오늘은 부모님 얘기까지 나오자 솔직히 저는 너무너무 화가 났습니다. 


부부싸움을 진정시키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희 부부는 큰 싸움이 될 것 같다 싶으면 한동안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단, 말을 안하는 시간이 3-4시간을 넘기지는 않으려고 하고요. 


남편의 의도야 어찌되었든, 받아들이는 제 입장에서는 부모님에 대해 비아냥 거리는 것처럼 느껴져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단단히 화가 나서 남편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도 않았고요. (어후,,, 글쓰는 지금도 속에서 울그락불그락 합니다) 


주말이라 남편이 육아하는 시간이어서, 저는 말없이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엄마가 나가는 걸 딸이 눈치 챘는지 계속 옆에 와서 장난을 칩니다.  


얼른 나가 부인

아 좀! 내가 알아서 나갈게. 계속 나가라고 하는 것도 나한테는 압박이야


엄마! 엄마! (손을 잡고) 저쪽, 저쪽~

딸~ 이제 엄마 그만 방해해, 엄마 포스팅하러 가야돼

포스팅 안할건데. 무슨 포스팅이야. 어차피 이런 기분으로는 글도 안써져

알겠어. 부인 휴식이 좀 필요해 


신발을 신고나서 한시라도 빨리 이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남편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부인, 잘 다녀와

부인은 남편이 진~~짜 싫다. 그치?

….. 다녀올게



이런 기분일 때... 한껏 수다라도 떨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은데, 마땅히 전화할 데도 없고 한국에 하려고 해도 한국은 이미 새벽시간입니다. 


어떻게든 화를 달래야하는데, 고민하다가 이번에 한국에서 사온 크리스토퍼 M. 베이치 <윤회의 본질>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서는 우리가 사는 현재의 삶은 여러번의 윤회중에 일부이며, 자신이 처해져 있는 상황은 생으로 돌아오기 전에 신과 합의 된 초안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책에 서서히 빠져들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니, 결국은 펑펑 울었습니다.


체코로 오게 되면서 한국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을 얻었지만, 과연 한국에서 멀어졌기에 얻게 된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일까... 고민도 해보고요.  


한국에서 자랐기에 윤회라는 개념이 생소하지는 않지만, <윤회의 본질>은 서양 학자가 바라보는 윤회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어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한바탕 울고 책도 다 읽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라 앉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편과 얘기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서, 저녁에 얘기를 나누려고 남편이 좋아하는 맥주 2병과 제가 마실 무알콜 과일 맥주를 샀습니다. 


체코에 있는 네덜란드 마트 체인인 Albert알베르트 마트에서는 body(포인트) 라고 해서 쿠폰북 같은 것을 주는데요, 이번에는 쿠폰 15개 모으면 필립스 가전제품을 할인하는 행사를 하더라고요 



저는 특별히 사고 싶은 가전제품은 없었지만, 혹시 남편이 필요한 것이 있을까봐 쿠폰북을 챙겼습니다. 


맥주랑 안주 몇가지 사서 400코룬 정도 금액이 나와서, 스티커 2장을 주겠거니 했는데,,, 마트 아주머니가 한 30장정도를 뚝 뜯어주시는게 아니겠어요! 


한바탕 울고 온 제 표정이 우울해 보였던 건지... 

체코에서 접하기 힘든 친절이라, 갑자기 아주머니께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200 kc Nakupu = 1 BOD

200 코룬 쇼핑   = 1 포인트


 왕창 받은 스티커에 마음이 더 부드러워진 상태로 집을 들어갔습니다. 


엄마아아아아~~~~

응, 우리 딸!!

남편, 맥주 사왔어 

잘했네


이거 스티커 한 개 부인이 붙였어?

처음 3개는 그냥 주는거야 

아아,, 그렇구나. 그냥 신경 안쓰고 막 붙였더니


제대로 스티커를 4번부터 붙였습니다. 


봐봐~~알베르트 아줌마가 스티커를 이렇게나 많이 준거 있지 

대박인데

그치? 처음으로 이렇게 많이 받은 것 같아



남편은 제가 장을 봐 온 것을 정리하면서, 생크림 빵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정말 크림빵을 좋아하나 봅니다 ^^)


 

부인, 이게 다 칼로리가 얼마야

내일 조깅 간다고 했잖아

어휴.... 이 지방 다 태울려면 얼마나 뛰어야 돼?

부지런히 뛰어. 이거 안 먹으면 내가 속이 너무 답답할 것 같아서 그냥 사왔어.

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도 중요하거든

그래 그래

있다가 맥주 한 잔 하면서 우리 얘기 좀 하자 

응, 잠들지만 마

아, 알겠어


다행히 아기만 잠들고, 저는 같이 잠들지 않았습니다. 


에헤헤헤, 잠들지 않았으~~~ 맥주 먹자! 얘기도 좀 하고 

남편, 있잖아. 내가 기분이 왔다갔다하는 거 인정할게.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맨날 행복할 수 있어?

부인은 맨날 행복해야 돼.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게 내 인생 목표니까 

아무리 그렇다해도 기분이 별로인 날도 있는거지 

그럼, 나는 실패한 남편이네

그런말이 아니라, 늘 즐거울 수는 없다는 거지. 남편이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안돼! 그래도 부인은 행복해야돼

아휴.. 참나


근데 남편, 내가 왜 마일리지 긁어서 부모님 비즈니스 클래스 끊어드렸는지 알아?

글쎄.... 

부모님들은 돈이 있으셔도, 사치같이 느껴져서 선뜻 비즈니스 항공권 못 사신다고. 딸 핑계 대고 좋은 경험하셨으면 해서 그런거지

음, 알겠어 

근데 거기서 집 사주는 얘기는 왜 나온거야?

부모님이 5년 안에는 한국에 들어와서 살라고 하시니까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서 남편은 저희 부모님께 한소리 들었습니다. 


사위! 우리 딸이 많이 사랑한다고 했으니 결혼 허락을 했던거고. 

체코에도 한번은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고 5년만 살기로 얘기했잖아. 

근데 이제 6년이 넘어가는데… 

녀 조금 더 키워서 5년 안으로 한국으로 돌아오니라

아, 네


아빠와 남편이 체코에 5년만 살기로 약속을 언제했는지, 저는 기억이 안납니다. 

결혼승낙 받으러 갔을 때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오간 대화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인, 우리가 한국 가면 지금의 생활 수준 보다 못할거야 

절약해서 살면되지. 한국 가면 또 한국 생활의 장점도 있을거야

한국 가고 싶어도 나는 일이 없을 수도 있어 

응, 알어. 근데 우리 딸이 어리니까. 부모 중 한 명이 집에 있으면서, 아이를 보살피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한국에서 직장 찾으려면 한국어가 필수야 

아냐, 꼭 그렇지만은 않아

아직 한국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 보면 그래 

그럼 동안 내가 벌고, 남편은 한국어 공부하고... 딸 키우면 되잖아.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가서 정착하면 초기에 경제 상황이 힘들 수 있으니, 부모님이 도와주시겠다 한거고


부인, 근데 나는.... 우리가 한국에서 산다고 해도, 나는 처가에서 경제적으로 도움 받지 않았으면 해 

아아. 음..... 알겠어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자립심과 자존심이 강한 이 체코남자는 본질적으로는 처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던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백수로 지낼 생각과 한국어를 배워야만 하는 상황에 던져지는 상상을 하자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고요. 


누군가 한 명은 계속 불편한 외국인의 삶으로 살아야한다는 것. 

국제커플의 영원한 숙제이지 않을까요. 


주변의 한 국제커플은 차라리 제3국가에서 사는 것이 속 편하다 하던데... 

그런가... 싶다가도, 이미 어느정도 체코에 정착한 상황에서 저희 둘 다 다시 바탕없이 외국인으로 사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많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의 선택에는 정답이 없으니.... 

Posted by 프라하밀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