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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체코생활

전세계에 없는(?) 남편의 서비스

회사에서 하루종일 영어와 체코어에 쓰다보면
집에 오면 한국어에 대한 갈증 같은 것이 일어납니다. 

머리를 쓰지 않고 들어도 되는 편안함이랄까~ 


제가 체코로 오게 되면서 부터 생긴 새로운 습관이라면,
가끔 Youtube에서 오래된 옛날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예전에 재밌게 봤던 드라마를 다시보거나- 
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나갑니다. 

남편이랑 열심히 보던 런닝맨은 첫화부터 다봤고요~  

요즘은 중국 사이트를 통해서 한국 TV도 보고 지나간 드라마도 보는데요. 

검색하다보면 태국어로 된 건 더빙이 되어 있는 것도 있더라고요. 무심코 클릭 했다가 " ㅋㅋ"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라마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배우 보는 재미로 종종 보거든요. 

언젠가 말씀드린 것 같지만,, 프라하의 연인은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없어서 한 번도 안봤거든요. 
참.... 프라하의 연인 한 편도 안보고 진짜 프라하의 연인이 되어버렸네요~~ 흠 ;; 재밌는 인생이에요  


저에게 최근 희소식 중에 하나! 
조인성과 송혜교 주연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처음에 이 제목이 기억이 안나서 "그해 겨울" "겨울 이야기" 이런 제목만 머리에 맴돌더라고요~ 
해가 바뀔수록 자꾸 쇠퇴하는 기억력이에요 그나마 인터넷의 세계가 제 부족한 기억력을 도와주네요. ㅎㅎ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원래 일본 작품을 노희경작가가 극본을 각색해 쓴 드라마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 논란이 조금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 생각은,,,, 사실 꽃보다 남자 드라마도 원래 일본 만화, 드라마도 있었고 중국 쪽에서도 먼저 만들었지만,
 한국 식으로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었으니까요 ^^ 
100% 순수 창작이면 좋겠지만, 모방 해서 각색하는 것도 하나의 창조 아닐까요 ?!  

절대!! 간만에 조인성 나오니까 그냥 느무느무  좋아요~~~~이런 거 아니라고 변명해 봅니다. ㅎㅎㅎ 



그해 겨울이 시작하기 전에는 "내이름은 김삼순"을 다시 보고 있었어요.
영어 타이틀은 My name is Kim Sam Soon (용이한 검색을 위해서요)이라서 영어로 검색을 해서 봤습니다.  
어느덧 그 드라마도 나이를 먹었더라고요.  2005년에 나왔으니까요. 
풋풋한 현빈의 모습을보니~시간은 계속 흘러가네요.

김삼순의 7번째 이야기는 제주도에서 김선아, 현빈, 다니엘 헤니, 려원이 모두 만나게 되고
현빈이 려원과 다시 화해를 하며, 김선가 혼자 서울로 다시 돌아가게 되거든요. 

7회 마지막 부분에서 김선아가 혼자 제주도 공항에서 현빈을 기다리며 음성 메세지를 남기는 장면이 있습니다. 




기억 나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 대사가 이러거든요. 


"아까 형 얘기 해줘서 고마워요, 고마워서 나도 우리 아버지 얘기 할려고 했는데. 
우리 아버지 말이에요. 방앗간 김사장님..
 
난 장례식도 못 갔어요. 너무 갑자기라서 비행기 표도 없었거든요.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게 김포공항이었어요. 그때는 인천공항 문 열기 전이었으니까..
딸 멀리 간다고 시루떡을 이~~~~만큼 싸온거에요. 

그게. 난 막 짜증 내고 그랬거든요. "아휴, 촌시럽게 시루떡이 뭐냐고."
 
근데.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으면 - 

"잘 먹겠습니다. 아부지. 잘 다녀오겠습니다, 아부지. 다녀올 때까지 건강하세요,아부지"  

그러는건데" 


2005년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그 장면이...   

작년 겨울에 한국을 떠나오면서ㅡ 제 손 다잡고 눈물 그렁이는 아빠를 안아드리고 나서 
눈 마주치면 둘 다 쏟아낼 것만 같아.  
그냥 뒤도 제대로 안 돌아보고 짐가방 끌고 마구 달렸던 기억과 겹치네요. 


갑자기 남편이 원망스럽습니다. 투덜거린지 며칠 됐다고 말이죠. 
그리고는 괜히 남편이 싫어하는 행동들을 하나씩 하기 시작합니다. 

차가운 손 목뒤로 넣기ㅡ옆구리 간지럼 태우기ㅡ 그리고 신의 한 수. 
이마에 뽀뽀하는 척하다 깨물기. 

"Ouch !!! Why do you hate me so much?" 

멀쩡하게 드라마보고 있던 부인이 갑자기 자신을 괴롭히니 당황스럽겠죠. 

-"음...................잘 몰라." 

"당신이 날 미워해도, 난 당신을 사랑해."

-"....." 

"에휴. 내가 그렇게 말할 때는 
"당신 미워하지 않아~~나도 당신을 사랑해" 라고 얘기 해야하는거야. 

근데 당신 괜히 이러는 날이 있더라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 안 좋고 나한테 화풀이 하는 날. 

그냥 이런 날은 가만히 그러려니 하지만,,, 
내 마음이 참 아파..."


그러게요,,, 대체 왜 그렇게 남편을 괴롭히는 걸까요? 
'당신이 날 미워해도 난 당신을 사랑한다' 고 말하는 남편을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ㅡ 
남편의 슬픈 표정을 보고나니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휴.... 난 왜그럴까. 내 자신이 정말 싫다." 

"아냐ㅡ아냐- 날 미워해. 
가 당신을 Ugly country 에 데리고 왔으니까, 차라리 날 때리고 미워해. 


외국에 살면 어느 날인가 문득문득 굉장히 낯선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이젠 익숙해 질만한데도 거리거리 곳곳이 차디 찬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 삼순이 같은 상황까지 생생하게 그려지는 날이면,, 모든 불안함이 엄습해 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걱정말자고 마음을 가다듬다가도...
그 불안 마음은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어, 괜히 남편을 못 살게 구는가 봅니다. 

"여보... 마음이 힘들어? 한국 갈래? "

한국 갈래? 라는 말 만으로 마음이 한구석이 찡해지며, 갑자기 눈물이 핑~돕니다.


- "아니야ㅡ한국 다녀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연말에 길게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럼,,, 한국 식당갈까?"

- "응. 그래! "


그렇게 한국 식당을 가기로 하니, 마음이 좀 괜찮아지네요. 
사실 이런 상황이 볼 때마다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조금 더 강해지자고 제 자신을 달래봅니다. 

눈물을 꾸욱~~~ 삼키고나니 갑자기 콧물이 주욱 ㅡ 

-"뜨앗~~~!!! 남편!!! 나 콧물!!!  티슈티슈티슈 !!! 

"여기 티슈 없어?" 

-"으아~~~~없어없어없어!!!! "

남편이 테이블에 가서 화장지를 가져옵니다. 
갑자기 제 장난기가 발동~~~
 
-"에헤헤헤헤헤헤~~~ 닦아줘~~~"

"에휴,,,, 콧물 닦아주는 남편 서비스-  전세계로 없어."


그렇게 남편이 코를 닦아줬습니다. 얼마만에 다른 사람이 제 코를 풀어준건지 ㅋㅋㅋㅋㅋㅋ 
 

"여보~~~나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하,,,, 결혼 잘했어ㅡ이건 꿈 아니야.'
이렇게 매일 행복해ㅡ" 

-"에이~~~~~ 아침마다 일어나서 맨날 얼굴 찡그리면서ㅡ"

"얼굴은 그렇게 찡그려도, 마음은 그런 거 아니니까 아침마다 맨날 말로 하잖아. 
'사랑해' 라고." 


우리가 함께 있지 못한 시간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시간이 조금 흐르니까 잊어버렸나봅니다. 
정말 같이 한 이불을 덥고 매일을 같이 살아가는 것 많으로 얼마나 기적같은 일이고 감사해야하는지... 
일상이 되어버리면서 고마운 마음이 사그러져 버렸나봅니다. 

앞으로 부인의 기분 맞춰주느라 힘든 남편을 생각해서라도, 한국 식당가서 음식 많이 먹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
감정에 조금은 무딘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 그후로 순두부 찌개 먹으러 갔어요 ~~ 향수병 치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