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저는 회사 육아휴직 상태인데요, 며칠 전 회사 인사부서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2016년 회사 크리스마스가 있으니, 참석하실 분은 회신 바랍니다. 


육아 휴직이 시작되고 나서 2015년 크리스마스 파티에도 초대는 받았는데, 

당시는 배가 많이 불러있던 상태에다가~

오늘 내일 언제 아기가 나올지 몰라서 못 갔거든요. 


체코의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큰 행사라서 

못 간게 아쉬웠습니다. 


남편, 나 HR에서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한다고 이메일 왔어. 


응, 그래. 가야지. 


진짜 가도 괜찮아? 아기는?


내가 있잖아. 아빠랑 시간 하면 되지. 


오예~~~!!! 얼마만의 야간 외출인지~~ 


그런데 막상 크리스마스 파티에 어떤 옷을 입고 갈지 고민이 됩니다. 


아직도 출산 전 체중으로 완전히 돌아온 것이 아니고, 

수유이후 어깨와 쇄골부분에 변형이 되면서  

예전 옷을 입으면 옷맵시가 안나고 ㅠㅠ 

아기를 데리고 옷쇼핑을 하러 가기에는 정신이 없고... 


고민고민 하던 중, 갑자기 한국 결혼식 2부에 입었던 옷과 헤어밴드가 생각났습니다. 


흠... 너무 달라붙지 않으려나.... 헤어밴드까지는 좀 과한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인사하러 가는 건데 

얼마나 먹겠나 싶고 오랜만의 파티니까 좀 블링블링 해지기로 합니다. 



약속장소로 가려고 나왔는데, 이미 밤이네요. 

프라하의 겨울은 4시가 넘으면 어두워지면서 5시 정도 되면 컴컴해집니다. 

밤이 길어도 너~~~무 길어요. 


밤이 길어서 좋은 점이라면, 아름답기로 소문난 프라하 야경을 빨리 볼 수 있다는 점! 


제가 느끼기에는 겨울에 프라하 야경을 구경하는 것은 춥기는 하지만 빛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같아요.



혼자의 몸으로 밖에 나와, 오랜만에 프라하 블타바 강변을 걷다보니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고 있구


새삼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한국 여행객들이 프라하 야경을 보고 사랑에 빠져, 

프라하 이민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프라하에 여행 왔을 때는, 프라하 도시 자체에 매력에 빠졌다기 보다는

남편과 함께 있어서 편하고 좋았습니다. 

프라하 생활을 결심하고 시작하게 된 것 역시 남편이 가장 큰 이유였고요.  



양볼에 차가운 겨울 바람이 스치는 것을 느끼며, 머릿속은 별별 생각으로 가득찹니다.  


참... 이렇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프라하가... 

막상 돈벌이 하며 살다 보니, 생각보다 삶이 팍팍하고 차디차게 다가오다니...

그래도 한 번 사는 인생,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프라하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랑 살아보는 경험을 하고 있으니.. 제법 괜찮은 인생같기도 하고. 


생각에 몰두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Obcanska Plovarna 


http://obcanskaplovarna.cz/?lang=en 


태국 음식점 


구글 평점 4.2


위치 : cechuv most 체후브 모스트 근처 블타바 강변



회사 파티가 열리는 곳은 Bar/Club 쪽이었습니다. 


중간이 뚤려 있는 복층 구조로 되어 있더라고요. 



크리스마스 파티라서 나름 난간에 장식도 해 놓았습니다. 



육아휴직을 한 1년 사이에 제법 낯설은 얼굴들도 보였고요, 

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직원들은 간만에 보니 반갑더라고요. 


회사에 다닐 때는 각각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한 회사에서 옹기종기 모여

내가 맞네, 네가 틀리네- 니 잘못이네 아웅다웅 다투고... 


출산이라는 극한의 고통을 겪고 집에서 아기와 있으면서 회사에서 한발 떨어져 보니 

그조차도 모든 순간의 찰나일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왜 그리 그 안에서 괴로워했지.... 


싶습니다.


태국식당이라서 식사는 태국음식이 나올 줄 알았는데, 감자샐러드, 치킨가스(rizek)과 같은 체코 음식과 양식 위주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1층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2층에 있는 사람들은 난간에서 구경했습니다. 

1층에는 서서 식사를 하는 테이블밖에 없어서, 저는 줄곧 2층에 있었습니다. 



간단한 2016년 보고를 마치고 나니, 밴드가 와서 노래를 합니다. 

제가 체코 연예인들을 잘 모르니 얼마나 유명한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

노래는 열심히 잘하더라고요. 


가져 온 악기 중에 탬버린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아무래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공연하려면 심벌즈보다는 탬버린이 편하겠죠 ^^  



체코에 있는 회사 파티이고, 체코 가수니까 체코 노래를 위주로 부르는 게 당연하지만 

은근히 유명한 팝송 한두소절 불러주길 기대했는데 ㅜ.ㅜ 

YMCA 하나 부르고 나머지는 죄다 모르는 노래였습니다. 


살짝 음악에 흥미를 잃어 갈쯤, 디저트가 나왔습니다. 

컵케이크를 좋아하니 미니 컵케이크를 입에 쏙! 넣었는데

옴마야!! 뷔페에서 나오기에는 고퀄리티 디저트입니다. 


이날 결국은 ㅜㅜ 화이트 와인과 함께 디저트를 두접시 먹었다는... 

정말 나란 사람은 디저트에 와르르 그냥 쉽게 무너지나 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직원들도 하나둘씩 취기가 오르는지 밴드 앞에 스테이지에 모여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유난히 아재 댄스를 추는 직원들이 있었는데, 

아흐.... 왜 손발 오그라드는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지 ;;; 


밴드의 음악이 바뀌자 브루스를 추기 시작합니다. 

완전 신난 파트너는 서로 돌리고 ~~ 돌리고~~~ 흥이 많이 올라보입니다.



아... 체코 사람들도 회사 사람들이랑 브루스를 추는구나... 


몰랐던 체코회사 문화를 또 하나 배워갑니다. 


원래 저녁만 먹고 인사만 조금 하고, 얼른 집에 들어가려 했지만~ 

언제 또 이렇게 밤에 놀겠어... 


싶어,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 아기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남편, 아기 잠들었어?

응, 잘자고 있어

아, 그래? 그럼 나 조금 더 놀다가도 될까?

그럼그럼. 놀고 싶은 만큼 놀다와.


절반정도의 사람들이 떠나고 1층에 있던 사람들 모두 바가 있는 2층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붉은 조명에 반사되어 청춘 두 커플이 열정적으로 브루스를 추고 있네요. 

제가 술을 마신 탓인지... 빨간 조명탓인지... 상당히 관능적이어 보였습니다.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하느라 너무 달렸던지... 집에 와서 좀 화장실 신세를 졌습니다. 

에휴.... 마음만 젊은거지요 ;; 몸 생각은 않고. 


헤롱헤롱거리고 머리를 벽에 기댄 저를 보면서 


읔크크크크크크크. 부인 재밌다. 

뭐가 재밌어?

그냥 다~ 다 웃겨

어후... 난 어지러워 죽겠는데

부인이 뭔가 나약해진 상태일 때 재밌나봐. 내가 이렇게 놀려도 반항도 못하고.. 히히



남편은 숙취에 힘들어 하는 부인을 놀리기도 했지만, 

얼른 속풀이 하라고 시원한 체코식 닭고기 스프를 한가득 끓여주었답니다. 


체코식 닭고기 스프


신나는 마음에 술잔 꺾다가 저처럼 속 버리지 마시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파티, 연말연시 행사에서 적당한 음주로 건강챙기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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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라하밀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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